[내가 본 '권혁'] 슬럼프를 이겨낸 뒤 찾아온 확신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6.04.13 00:00 / 수정: 2026.04.13 00:00
나나 아틀리에 경영 COO 연태석 役
"앞으로도 조금씩 성장하는 배우 되고파"
배우 권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메이킷스튜디오
배우 권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메이킷스튜디오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권혁은 조급함보다 꾸준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한 작품의 성공이나 순간적인 화제성에 기대기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힘을 믿고 있었다. 깊은 슬럼프를 지나 더 단단해진 권혁은 자연스럽게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 배우로 남았다.

배우 권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극본 조성희, 연출 정상희)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연태석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찬란한 너의 계절에'를 보다보면 유독 눈길이 가는 배우가 있다. 바로 연태석 역을 맡은 권혁이다. 흐트러짐 없는 수트핏과 절제된 말투,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내면까지. 자칫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결로 설득력 있게 완성한 배우였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이 인물을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배우는 어떤 사람일까. 인터뷰를 통해 만난 권혁은 예상보다 더 차분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질문 하나를 쉽게 흘려보내지 않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조심스럽게 답을 꺼내는 방식에서 캐릭터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려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 진중함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찬란한 너의 계절에'는 매일 신나는 여름방학처럼 사는 남자 선우찬(채종협 분)과 스스로를 겨울에 가둔 여자 송하란(이성경 분)이 운명처럼 만나 얼어 있던 시간을 깨우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3일 종영했다.

권혁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나나 아틀리에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연태석으로 분했다. 나나 아틀리에의 수장 김나나(이미숙 분)에겐 더없이 든든한 오른팔로, 송하란 송하영(한지현 분) 송하담(오예주 분) 세 자매를 물심양면으로 살피는 인물로 따뜻한 배려심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남겼다.

특히 연태석의 무심한 듯 챙겨주는 '츤데레' 모먼트와 송하영과의 극과 극 케미가 색다른 재미와 설렘을 유발했다. 권혁은 "로맨스 장면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서 굉장히 아쉬웠다"며 "하지만 시청자분들 각자가 그리는 태석이와 하영이의 미래가 다 다를 것 같아서 오히려 그 자체로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권혁이 찬란한 너의 계절에에서 연태석 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방송 화면 캡처, MBC
권혁이 '찬란한 너의 계절에'에서 연태석 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방송 화면 캡처, MBC

"송하영과 연태석의 관계를 잘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사실 저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고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연태석을 설득하려면 그 정당성을 제 안에서 먼저 찾아야 했어요. 그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야 캐릭터가 잘 표현될 것 같아서 그 지점을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다만 연태석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 만큼 자칫 단조롭게 비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권혁 역시 이 부분에 가장 큰 고민이 있었다고. 그는 "작가님과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다"고 말하며 웃은 뒤 "후반부 장면들이 더 돋보이기 위해서는 초반의 단단한 모습을 꾸준히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 지점에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제가 느낀 연태석이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데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인물을 진심으로 느끼고 상대를 바라보면 시청자분들의 몰입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항상 진심인 상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고 이 부분은 상대 배우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또한 권혁은 연태석의 흐트러짐 없는 비주얼과 절제된 말투, 정제된 제스처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를 위해 운동으로 체형을 만들고 자세와 목소리, 어투에도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평소보다 운동량을 2배로 늘리고 식단도 관리했어요. 극 중에 '양복 입은 키 큰 남자가 왔다. 문짝만 한 사람'이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그런 대사에 어울리는 체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운동했어요. 또 단정한 옷을 입다 보니 자연스럽게 허리를 펴고 앉게 됐고 목소리나 어조도 조금 더 어른 남자에 가까운 말투를 써보려고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회에서 연태석이 처음으로 송하영을 '디자이너님'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설렘을 극대화했다. 권혁 역시 가장 기대했던 장면으로 이 순간을 꼽았다.

"대본을 보면서 가장 기대가 많이 됐던 장면이었어요. 촬영하면서도 설레고 너무 재밌었죠. 원래 대본에는 '하영아'라고 부른 뒤 존댓말을 하는 걸로 나와 있는데 현장에서 한번 맞춰본 뒤 반말로도 해봤어요. 근데 반말로 표현하는 게 하영이가 받아들이기에 훨씬 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말로 표현한 장면이에요."

권혁은 닮은 지점이 없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방송 화면 캡처
권혁은 "닮은 지점이 없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방송 화면 캡처

이처럼 권혁은 캐릭터의 작은 결까지 집요하게 고민하며 연태석이라는 인물을 완성했다. 그는 "행복하게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배웠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2020년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권혁은 단역 시절부터 차곡차곡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2' '로얄로더' '폭군' '블러디 플라워'에 이어 이번 '찬란한 너의 계절에'까지. 권혁은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너무 드리더라도 결국은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분명 약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강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런 단단함은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며 만들어졌다. 그는 2021년 MBC 드라마 '밥이 되어라' 촬영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권혁은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스스로 부족한 점에만 꽂혀서 되게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나서 배우로서 한 걸음 성장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늘 잘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냥 매번 최선을 다하면 되고 부족한 점도 결국 제 몫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신 그 부족한 점을 고치고 성장해 나가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걸로 다행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 제게는 되게 큰 수확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권혁의 목표는 화려한 속도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힘이었다. 권혁은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얇고 오래 가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큰 사랑을 너무 단기간에 받으면 제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단지 저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어떤 이야기든 좋으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저와 닮은 지점이 전혀 없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서 저와 배역 사이의 큰 차이를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목표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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