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정은채가 말하는 '아너' 속 강신재…"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6.03.22 00:00 / 수정: 2026.03.22 00:00
세 친구의 리더 강신재 役 맡아 이나영·이청아와 호흡
2026년 기분 좋게 시작…차기작은 '재벌X형사' 시즌2
배우 정은채가 <더팩트>와 만나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호수
배우 정은채가 <더팩트>와 만나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호수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정은채가 '아너'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캐스팅 이유를 증명했다. 단순한 카리스마를 넘어, 끝까지 버티고 함께 나아가는 인물로서 '강신재'를 완성했다.

정은채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각본 박가연, 연출 박건호, 이하 '아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여성 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 L&J의 대표 변호사이자 세 친구의 리더 강신재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0일 12부를 끝으로 종영한 '아너'는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며 거대한 스캔들로 되돌아온 과거와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랑과 응원을 너무 많이 받은 작품이라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뗀 그는 "종영 후 시원섭섭한 마음이 크지만,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완주할 수 있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사실 '아너'는 정은채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압도당해 선택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은채는 "여성 연대나 세 명의 친구 설정은 굉장히 재밌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데 이번 작품은 유난히 고민이 됐던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가 끝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내가 해야 할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L&J 변호사로 등장하는 세 인물의 캐릭터가 각자 다 다르지만 맡은 포지션도 달랐어요. 셋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피해자를 대할 때도 세 사람이 가진 능력치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즉 한 인물을 세 명이 연기하는 기분이었죠. 읽다 보니 '아, 내가 결국에는 이 캐릭터를 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밀려왔죠."

배우 정은채가 ENA 월화드라마 아너 대본을 받고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며 출연을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 밝혔다. /ENA
배우 정은채가 ENA 월화드라마 '아너' 대본을 받고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며 출연을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 밝혔다. /ENA

극 중 강신재는 누구라도 압도당하는 카리스마에 협상과 협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공격은 웃음으로 되받아치는 노련한 내공까지 갖춘 인물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초반부는 '멋진 언니'의 정석과도 같았다. 거침없는 사이다 대사와 리더십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정은채는 이 인물을 단순히 '완벽한 히어로'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신재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도 있어야 했다. 그런 사람이 말 한마디를 했을 때 힘이 실리지 않나"며 "강신재의 시작이 통쾌함을 주는 멋진 언니였다면, 중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오히려 진짜 강신재의 힘과 에너지를 발휘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이 중반을 넘어서며 강신재는 멘토였던 권중현(이해영 분)의 배신, 모친 성태임(김미숙 분)과의 갈등, 백태주(연우진 분)와의 신경전 등 여러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정은채는 이 지점을 '1막과 2막'으로 구분했다. 그는 "가장 믿었던 존재에게 느낀 배신감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며 "그때부터 내가 지켜야 할 노선이 더 확실해졌다. 지옥까지 기꺼이 가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정은채의 고민은 깊어졌다. 초반에 현진(이청아 분)이 사건의 포문을 잘 열어주었다면, 후반은 신재가 서사를 끌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하면서 갈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불면의 밤이 지속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고민이나 숙제를 안겨주는 캐릭터가 재밌는 것 같다. 오히려 평면적이고 심플한 캐릭터였다면 애초에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배우 정은채가 ENA 월화드라마 아너에서 호흡을 맞춘 연우진을 언급하며 극 중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은 자신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ENA
배우 정은채가 ENA 월화드라마 '아너'에서 호흡을 맞춘 연우진을 언급하며 극 중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은 자신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ENA

정은채가 이번 작품에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는 백태주와의 관계 설정이었다. 그는 "서로의 민낯을 알면서도 겉껍질의 이야기만 나누는 고수들의 싸움 같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동질감과 배신감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을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에 녹여내야 했다. 상대역인 연우진 씨의 능숙한 리드 덕분에 어려운 장면을 잘 넘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가족 관계에 대한 통찰도 돋보였다. 특히 엄마와의 마지막 장면은 정은채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정은채는 "신재가 결국 자신도 엄마를 닮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었다"며 "딸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통해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나영 이청아와의 호흡도 언급했다. 막내였던 정은채는 "세 사람 모두 타고난 기질이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내성적인 세 사람이 비록 친해지는 속도는 느렸지만, 서로의 정적을 존중하는 담백한 우정을 쌓았다고. 그는 "막내로서 언니들에게 사진도 보내고 안부도 물으며 나름 애교를 부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정은채가 <더팩트>와 만나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호수
배우 정은채가 <더팩트>와 만나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호수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정은채는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단순히 어려운 사람에게 무모한 응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드라마였다"는 것. 그는 "실패하더라도 모든 것이 무너지더라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너'는 카르텔의 중심축이 바뀌고 백태주의 생사가 불투명한 등 다소 현실적이면서도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정은채는 이러한 엔딩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단다. 그는 "항상 빛과 어둠, 선과 악은 공존한다"며 "캐릭터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삶을 이어갈지 상상하게 만드는 마무리였기에 더욱 여운이 깊게 남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너'를 통해 2026년의 포문을 기분 좋게 연 정은채의 행보는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차기작 '재벌X형사' 시즌2 촬영에 한창인 그는 "이번엔 남자 크루들을 휘어잡는 우두머리 역할"이라며 "'아너'와는 전혀 다른 날 것의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매주 지켜봐 준 시청자분들 덕분에 '아너'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기분 좋은 한 해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재벌X형사' 시즌2는 '아너'와는 또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저도 기대가 큽니다. 이미 완성된 팀에 합류하는 만큼 잘 녹아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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