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채종협의 진가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찬란한 너의 계절에'에서 채종협은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쌓아 올리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해 냈다. '로맨스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 순간이다.
채종협은 지난달 20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극본 조성희, 연출 정상희)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밝음과 쓸쓸함을 동시에 품은 선우찬 역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작품은 매일 신나는 여름방학처럼 사는 남자 선우찬(채종협 분)과 스스로를 겨울에 가둔 여자 송하란(이성경 분)이 운명처럼 만나 얼어 있던 시간을 깨우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4회까지 방영됐다.
채종협은 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소속 애니메이터 선우찬으로 분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듯 보이지만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아픈 기억이 자리하고 있는 캐릭터다.
보스턴에서 벌어진 폭발 사고로 엇갈린 송하란과 선우찬은 7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마주한다. 선우찬은 그날의 사고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송하란은 감정을 닫은 채 겨울 같은 시간을 살아가던 중이었다.

재회 이후 송하란은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선우찬을 경계하지만 선우찬은 그럴수록 천천히 거리를 좁혀간다. 특히 "3개월 동네 친구 체험판"을 제안하며 송하란을 겨울에서 꺼내주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고 송하란은 처음에는 불편해하지만 그의 진심을 알게 된 뒤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속도에 쫓기지 않는 태도다. 상처 가득한 과거를 현재의 행복으로 조금씩 덮어가며 느리게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찬란한 너의 계절에' 특유의 차분한 서사가 마음을 위로한다. 자극적인 전개 대신 관계가 쌓이는 시간을 보여주기에 두 인물이 왜 서로에게 스며드는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된다.
특히 영상미와 구도 색감 연출 역시 인물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듯 담아낸다. 그리고 이 따뜻한 이야기의 온도를 끝까지 유지하게 만드는 힘의 한 축이 채종협의 연기다.
선우찬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독보적인 친화력으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고 그 해맑음이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그 역시 과거의 사고로 인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그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인물의 분위기가 단숨에 바뀐다.
채종협은 이를 과장해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 굳어지는 표정, 낮아지는 목소리 톤으로 상처의 깊이를 보여준다. 밝던 얼굴 위로 스치는 어둠과 쓸쓸함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선우찬의 과거가 드러나는 장면 역시 현재의 밝은 모습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해맑고 긍정적인 인물로 보였던 선우찬이 사실은 긴 겨울을 이미 지나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채종협은 눈빛만으로 표현해 낸다. 스타일링의 변화도 한몫했지만 목소리 톤과 시선의 결, 행동 하나하나가 완전히 달라지며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 간극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인물을 완성한 건 채종협의 역량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성경과의 케미다. 선우찬은 봄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송하란이 겨울에 머물러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 채 같이 나와보자고 손을 내민다. 송하란이 계속 거리를 두고 날 선 말을 던져도 선우찬은 오직 송하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한다. 이런 캐릭터의 서사는 채종협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표현돼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밝을 때는 한없이 밝고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럽다. 눈빛의 텐션이 살아 있고 대사를 주고받는 호흡도 자연스럽다. 송하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에서는 무덤덤한 표정 속 선우찬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찬란한 너의 계절에'는 상처 가득한 두 주인공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안정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끝까지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채종협은 이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다. 과장되지 않은 감정선과 세심한 표현력으로 선우찬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시청자들이 그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든다. '찬란한 너의 계절에'가 사랑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찬란한 너의 계절에'는 매주 금토 오후 9시 5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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