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아이돌의 완성도가 상향 평준화됐지만, 보컬에 있어서만큼은 1~2세대 그룹들이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보컬이 하이라이트(Highlight) 양요섭이다. 2009년 데뷔 때부터 이미 흠잡을 데 없었던 그의 보컬은 세월과 함께 깊이가 더해져 더 견고해졌다.
양요섭의 보컬이 데뷔 때부터 호평 받은 요인은 깔끔하고 단단해서다. 그는 그 안에 미세한 떨림과 호흡으로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지난 17년간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대 경험 그리고 삶의 굴곡이 더해진 그의 보컬은 멋스러운 나이테가 새겨져 그 자체만으로도 품격이 느껴진다.
미니 3집 'Unloved Echo(언러브드 에코)'는 보컬리스트 양요섭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준다. 그리고 2021년 9월 발매한 정규 1집 'Chocolate Box(초콜릿 박스)' 이후 4년 5개월 동안 한층 더 깊어지고 세련돼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양요섭은 지난 9일 'Unloved Echo'를 발매했다. 사라진 사랑의 잔상, 메아리,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도 마음 속에 남아 계속 울리는 여운 같은 것을 의미하는 이 앨범은 총 여섯 곡으로 각기 다른 사랑의 형태를 들려준다. 양요섭은 전곡 피처링 없이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꽉 찬 서사를 완성했다.
앨범은 타이틀곡 '옅어져 가(Fade Away)'를 시작으로 '밤의 밤을 지나(Dear My)', '떠나지 마요', 'Moonlit Mirage(문릿 미라지)', '매일 밤', '오늘만큼은(Shine)'으로 이어진다.
양요섭은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옅어져 가'의 단독 작사를 맡아 본인만의 감성과 메시지를 풀어냈다. 그의 손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떠나지 마요'와 '매일 밤'의 작사, 작곡, 편곡에 전방위로 참여해 각 곡의 이야기와 사운드 그리고 보컬까지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그 안에서 양요섭의 감성은 더 생동감 있게 리스너에게 전달된다.
'옅어져 가(Fade Away)'는 후반부까지 비교적 담담해 듣기 편안하면서도 섬세한 보컬이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렇게 쌓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다시 안을 수 없단 걸 알지만 내가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란 가사가 심장에 꽂히고, 흐느낌과 절규가 공존하는 듯 가성으로 내지르는 '옅어지지 마 아직 난'에서 화자와 리스너를 같은 감정에 가둬버린다.

"타이틀곡의 가사를 먼저 작업하고,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 비주얼, 뮤직비디오까지 유기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는 양요섭의 말처럼 타이틀곡 '옅어져 가'는 앨범을 단단하게 떠받쳐 이어지는 곡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밤의 밤을 지나(Dear My)'는 어둡고 긴 밤, 서로에게 빛이 되어준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팝 발라드 곡이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양요섭만의 섬세하고 짙은 호소력이 더해져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모든 것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양요섭이 바치는 노래다.
'떠나지 마요'는 세련된 편곡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특징적인 팝 발라드 곡이다. 양요섭의 청아한 목소리와 정교한 호흡 조절은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더욱 밀도 있게 표현한다. 미묘한 감정의 파동은 인연의 끝이 보이지만 애써 그 모습을 부정하고 이어보려 하는 안타까움과 후회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Moonlit Mirage'는 반복적인 기타 리프와 리드미컬한 트랩비트가 특징적인 알앤비다. 달빛에 보이는 신기루 같은 그녀를 깊이 갈망하고 있다는 가사가 몽환적이고 간절한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진다. 양요섭의 목소리는 곡 시작과 함께 하얀 달빛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그 아래 화자의 감정을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낸다.
'매일 밤'은 이별 후 찾아오는 그리움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고조되는 구성 위로 섬세한 미성이 더해져 밤의 쓸쓸한 감성을 극대화한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제된 감정과 클라이맥스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이별 뒤의 공허함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오늘만큼은(Shine)'은 분위기를 전환한다. 신나는 밴드 사운드와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록 사운드에 양요섭의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목소리가 벅참과 설렘, 그리고 위로를 동시에 전한다. 양요섭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다운 길 위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빛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렀다.
그렇게 마지막 트랙에 다다르면 "추웠던 날씨에 포근한 햇빛이 스며들듯 행복했던 기억이 팬 분들의 마음에 옅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포근히 남길 바란다"는 양요섭의 바람은 구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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