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방송인 기안84가 또 한 번 예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극한84'는 극한의 마라톤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출연진의 캐릭터와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웃음과 긴장, 감동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구성 속에서 도전 예능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극한84'는 기안84가 42.195km를 넘어서는 상상 초월의 코스에 뛰어들어 극한의 마라톤 환경에서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고 끝까지 도전해 내는 과정을 그린 '초극한' 러닝 예능 프로그램이다. 총 8회까지 시청자들과 만났다.
프로그램은 기안84를 중심으로 '히든 러너' 권화운, '러닝 초보' 이은지, '감성 러너' 츠키의 마라톤 도전 이야기를 그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빅5 마라톤'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메독 마라톤', 북극 마라톤까지 세계 곳곳의 극한 레이스에 나서며 스케일을 확장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첫 회 2.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한 '극한84'는 회차를 거듭하며 입소문을 탔고 가장 최근 방송된 8회에서는 4.0%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본방송의 반응은 다시보기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극한84'는 웨이브에서 첫 방송 직후인 12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5주 연속 월요일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출연자들의 뚜렷한 캐릭터와 서사다. 크루장 기안8를 중심으로 권화운 이은지 츠키는 같은 코스를 달리면서도 전혀 다른 레이스를 만들어냈다. 기록을 향해 달리는 러너, 함께 완주를 선택한 러너, 처음의 두려움을 넘어서 성장하는 러너, 감정에 충실한 러너까지. 각자의 선택과 속도가 자연스럽게 대비되며 프로그램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기안84는 여전히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극심한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으며 레이스를 이어가는 모습은 뭉클함을 안겼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뛰다 걷기를 반복했고 결국 구토까지 하며 한계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그는 크루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되새기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를 악물고 달린 끝에 완주에 성공한 기안84의 모습은 끝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권화운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그는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한 이은지와 츠키의 완주를 위해 자발적으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두 사람의 컨디션을 살피며 레이스를 이끌었고 그 와중에 축제 분위기를 즐기며 여유도 잃지 않았다. 기록보다 함께 완주하는 러닝을 선택한 그의 태도는 경쟁 중심의 마라톤 인식을 확장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은지는 러닝 입문자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초보 러너다운 불안과 설렘 속에서도 특유의 유머와 상황극으로 웃음을 안겼고 레이스 중반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도 만들어냈다. 혼자 뛰는 상황에 걱정도 잠시 갑자기 춤을 추며 텐션을 끌어올리더니 개인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생애 첫 하프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츠키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계에 맞서는 뜨거운 도전을 보여줬다. 돌부리에 발을 접질리며 극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괜찮아, 할 수 있어"를 되뇌며 레이스를 멈추지 않았다. 퉁퉁 부은 발에도 단 한 번도 걷지 않고 완주를 이어간 그의 모습은 마라톤이 단순히 기록의 싸움이 아님을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극한84' 속 출연진은 모두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마라톤에 임한다. 누군가는 기록을 향해 질주하고 누군가는 즐기며 또 누군가는 포기의 문턱에서 다시 발을 뗀다. 중간에 멈출 수도 있던 순간마다 이들이 끝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극한의 도전 속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진한 감동을 전하는 점 역시 '극한84'의 강점이다. 과장된 연출이나 자극적인 설정 대신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예능적 재미와 진정성을 동시에 잡았다. 이는 도전 예능의 새로운 공식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순간이다.
결국 '극한84'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기안84가 이번에도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는 방송에서는 트레일 마라톤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북극 마라톤 레이스에 돌입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또 어떤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릴지 관심이 모인다.
'극한84'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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