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순재 헌정 무대로 여운까지 남겨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안재욱과 엄지원이 '2025 KBS 연기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고(故) 이순재를 기리는 헌정 무대가 더해진 이날 시상식은 한 해 안방극장을 빛낸 배우들의 축제이자, 연기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2025 KBS 연기대상'이 31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웨딩홀에서 진행됐다. 방송인 장성규, 배우 남지현과 문상민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올 한 해 안방극장을 책임진 배우들이 총출동해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대망의 2025년 KBS 대상은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안재욱과 엄지원이 차지했다.
안재욱은 "대상은 늘 저와는 인연이 없는 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온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창 바쁘게 활동하던 시절, 수상의 영예에서 비켜난 제 모습을 보며 자책과 불평을 했던 때도 있었다"며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보다 아쉬움과 후회가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지난해 대상 수상자였던 故 이순재를 언급하며 "당시 선생님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오랜 연기 생활을 하셨음에도 끝까지 겸손하고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며 제 그릇이 아직 작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처음 받는 대상인 만큼 전년도 대상이었던 선생님께 직접 상을 받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었겠지만, 그래서 더 아쉽고 그립다"며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 들떠 있던 하루하루가 떠오른다"고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상이 주는 무게와 책임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故 이순재 헌정 영상이 상영될 때부터 눈물을 보였던 엄지원은 대상 수상 무대에 올랐을 때 이미 감정이 한껏 북받친 상태였다. 그는 소감의 운을 떼기도 전 "미치겠네"라며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다시 감정을 추스른 그는 "2002년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아침드라마 '황금마차'와 2012년 가족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로 많은 선배님과 선생님들을 만났다"며 "그전까지 혼자 캐릭터를 고민하며 연기해 왔다면 그 작품을 통해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며 배우로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은 제게 너무도 큰 연기 스승이었다"며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언젠가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지 않겠나. 다시 만난 배우들이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사랑을 전하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엄지원은 "생각보다 트로피가 무겁다. 대상의 무게를 알고, 진심을 전하는 배우로 더 성장하겠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남자 최우수상은 '은수 좋은 날'의 김영광이 차지했다. 김영광은 "너무 떨려서 잘 생각이 안 난다"는 말과 함께 제작진과 소속사 관계자, 가족 등에게 감사 인사만 전하고 내려갔다.
여자 최우수상은 '은수 좋은 날' 이영애와 '화려한 날들'의 이태란이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먼저 이영애는 "먼저 이 자리에 계셔야 할 데뷔 때 드라마에서 버팀목이었던 이순재 선생님과 올해 유명을 달리한 김지미 선생님, 제가 너무 사랑하는 윤석화 언니의 명복을 빌며 시작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은수 좋은 날'은 저와 인연이 깊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무거운 소재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애착이 높았고 이 자리에 올라온 이유도 제작진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다. 모든 분들이 함께해준 덕분에 어디에 내놔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KBS와 인연이 많다는 이태란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12년 만에 '화려한 날들'로 큰 사랑을 받게 돼 너무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작품은 아직도 방송 중이라며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2026년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화려한 날들로 꽉 채워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연기대상'의 꽃이자 각 방송사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어 특별한 신인상은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이석기 신슬기, '화려한 날들' 박정연이 수상했다.
많은 배우들이 탐내는 베스트 커플상은 엄지원·안재욱(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정은지·이준영(24시 헬스클럽), 정인선·정일우(화려한 날들), 서현·옥택연(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이영애·김영광(은수 좋은 날) 하승리·현우(마리와 별난 아빠들), 이봄·윤박(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이 받았다.
그런가 하면 이날 '2025 KBS 연기대상'은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故 이순재의 연기 인생을 기리는 헌정 무대도 마련했다. 고인과 마지막 공연을 함께했던 뮤지컬 배우 카이와 드라마 '개소리' 팀이 올라 마지막 인사를 전했으며 이를 보는 몇몇 배우들은 끝내 눈물을 흘려 먹먹함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은 각자의 수상 소감에서 고인을 언급하며 추모하는 등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2025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명단이다.
▲대상 = 엄지원, 안재욱(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최우수상 = 김영광(은수 좋은 날), 이영애(은수 좋은 날), 이태란(화려한 날들)
▲우수상 미니시리즈 = 옥택연(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이준영(24시 헬스클럽), 서현(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정지소(수상한 그녀)
▲우수상 장편드라마= 윤박(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정일우(화려한 날들), 유인영(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정인선(화려한 날들)
▲우수상 일일드라마 = 박상면(대운을 잡아라), 박윤재(여왕의 집), 함은정(여왕의 집)
▲조연상 = 김동완(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베스트커플상 = 엄지원·안재욱(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정은지·이준영(24시 헬스클럽), 정인선·정일우(화려한 날들), 서현·옥택연(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이영애·김영광(은수 좋은 날), 하승리·현우(마리와 별난 아빠들), 이봄·윤박(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인기상 = 정은지·이준영(24시 헬스클럽)
▲작가상 = 구현숙(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단막극상 = 양대혁(러브:트랙-러브호텔), 김아영(러브:트랙-러브호텔)
▲신인상 = 이석기(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박정연(화려한 날들), 신슬기(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청소년 연기상 = 김건우(신데렐라게임), 김시아(은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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