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25] '별들에게 물어봐'·'북극성', 스타 캐스팅 흥행 실패…'케데헌' 선전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5.12.29 00:00 / 수정: 2025.12.29 00:00
'트웰브' 흥행 대실패…'얄미운 사랑'도 씁쓸한 퇴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장기간 흥행·'폭군의 셰프' 우려 딛고 tvN 새 역사
별들에게 물어봐와 북극성이 각각 배우 공효진과 이민호, 전지현과 강동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2025년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결과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각 프로그램 포스터
'별들에게 물어봐'와 '북극성'이 각각 배우 공효진과 이민호, 전지현과 강동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2025년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결과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각 프로그램 포스터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2025년 콘텐츠 시장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스타 캐스팅의 실패'다.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앞세운 작품들이 잇따라 부진을 겪으며 더 이상 배우의 체급이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한때 흥행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스타 캐스팅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 한 해였다.

올해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으로는 '별들에게 물어봐'와 '북극성'이 꼽힌다. 두 작품 모두 공개 전부터 무게감 있는 배우 라인업과 각각 tvN과 디즈니+의 대작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이에 힘입어 제작 단계부터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으로 손꼽혔으나, 정작 공개 이후 시청자 반응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초반 화제성은 분명 존재했으나, 이를 끝까지 끌고 갈 서사적 동력과 캐릭터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먼저 '별들에게 물어봐'는 국내 최초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스케일에 높은 예산이 예상됐고, 실제로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제작 기간만 5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지며 그에 걸맞은 특수 효과 등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증을 모았다.

여기에 '파스타' '질투의 화신'을 집필한 서숙향 작가와 '질투의 화신'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연출한 박신우 감독이 의기투합했으며 한류스타 이민호와 '흥행 보증 수표'였던 공효진이 힘을 더해 완벽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특히 서숙향 작가와 공효진은 앞서 '파스타' '질투의 화신'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성공적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러나 막상 공개 이후에는 설정의 신선함이 서사적 설득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SF는 잘못이 없다'는 반응까지 얻을 정도로 SF는 차치하고 개연성 부족한 전개, 다소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와 설정, 뜬금없는 초파리 교미 장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대사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초반 화제성은 빠르게 식었다. 그 결과 최저 시청률 1.8%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북극성' 또한 제작 단계부터 대작으로 분류됐던 작품이다. 정치·외교를 둘러싼 첩보 서사를 중심으로 큰 스케일의 작품 탄생을 예고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2022년 tvN '작은 아씨들'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김희원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며 극본과 연출 면에서도 큰 우려는 없었다.

무엇보다 배우 전지현과 강동원이라는 꿈의 조합을 완성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북극성'이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이미숙 김해숙 박해준 유재명 오정세 이상희 등 연기력과 인지도를 겸비한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2025년을 대표하는 흥행 실패작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복잡한 세계관과 서사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전개되면서 시청자들의 이해와 몰입을 끌어내지 못했고, 핵심 갈등 역시 명확하게 작동하지 못했다. 스타 파워에 대한 기대와 실제 성적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크게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다.

트웰브는 막강한 자본 투입과 이색적인 세계관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서사와 연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혹평을 얻었다. 얄미운 사랑은 주연 배우의 설정과 이미지와 케미가 괴리감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각 프로그램 포스터
'트웰브'는 막강한 자본 투입과 이색적인 세계관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서사와 연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혹평을 얻었다. '얄미운 사랑'은 주연 배우의 설정과 이미지와 케미가 괴리감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각 프로그램 포스터

'트웰브'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천만 영화에 올려놓은 마동석이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한 데다 배우로서도 9년 만의 드라마에 복귀한다는 점은 '트웰브'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또한 동양의 12지신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우며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꾀한 데다 박형식 서인국 등 인기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공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트웰브'는 첫 회 시청률 8.1%로 기사에서 거론되는 작품 중 초반 성적도 꽤 좋았다. 그러나 이야기나 연출 등의 완성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시청자 이탈이 빠르게 이어졌다. 스타 조합이 초기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다소 뻔한 서사와 산만한 연출, 유치한 스타일과 CG, 무의비하게 반복되는 말장난까지.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결과물은 '어린이 드라마 같다'는 혹평을 자초했다.

'얄미운 사랑'은 스타 캐스팅 의존의 한계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정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캐릭터 설정과의 괴리감에도 불구하고 이정재의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댔다.

그러나 방송 후 캐릭터와 배우 이미지의 결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반복됐다. 존재감이 큰 배우일수록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할 경우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배우의 연기력 문제라기보다, 캐스팅 단계에서의 선택과 서사 설계의 실패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모두가 주목하지 않던 상황에서 장기간 흥행을 기록하며 이른바 신드롬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폭군의 셰프 역시 공개 전의 우려를 딛고 tvN의 새 역사를 썼을 뿐만 아니라 이채민을 떠오르는 배우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각 프로그램 포스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모두가 주목하지 않던 상황에서 장기간 흥행을 기록하며 이른바 '신드롬'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폭군의 셰프' 역시 공개 전의 우려를 딛고 tvN의 새 역사를 썼을 뿐만 아니라 이채민을 떠오르는 배우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각 프로그램 포스터

이처럼 스타 캐스팅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가운데, 의외의 반전을 만들어낸 작품도 있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tvN '폭군의 셰프'다.

먼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전까지만 해도 대형 기대작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타깃 시청자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앞섰다. 그러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독특한 세계관과 장르적 쾌감, 명확한 서사 구조 등을 앞세워 입소문을 탔다. 결과적으로 단기 흥행을 넘어 장기적인 화제성까지 확보하며 시장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선전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시청자들이 선택한 것은 스타의 이름이 아니라 이야기였고, 익숙한 공식이 아니라 새롭게 풀어낸 서사와 장르적 완성도였다. 화려한 캐스팅보다 세계관의 설계, 캐릭터의 기능, 서사의 속도감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폭군의 셰프' 역시 빠질 수 없다. 작품은 당초 캐스팅됐던 박성훈이 SNS 게시물로 논란을 일으키며 신예인 이채민으로 남자 주인공이 교체돼 공개 전 우려가 적지 않았다. 주연 라인업이 변하면서 작품의 정체성과 흥행 저력에 대한 관측이 엇갈렸다. 이채민으로서도 합류가 다소 급하게 이러줘지며 작품을 준비할 기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한 데다 그의 첫 사극 도전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반응은 빠르게 반전됐다. 이채민은 모든 우려를 지워내며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를 얻었고, 이 작품을 통해 단숨에 주목받는 주연 배우로 올라섰다. 작품 역시 tvN 드라마 가운데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전 회차 누적 시청률에서도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제치며 플랫폼 내 상위권에 장기간 머무르는 등, 실제 성과만으로 초반의 물음을 말끔히 해소했다.

이처럼 2025년은 '캐스팅 신화가 무너진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더 이상 흥행의 면죄부는 아니다. '별들에게 물어봐' '북극성' '얄미운 사랑' '트웰브'의 부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폭군의 셰프'의 선전은 콘텐츠 시장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비였다.

이제 흥행을 좌우하는 질문은 분명해졌다. 누가 나오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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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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