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늘 이번 액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한다. 배우 지창욱이 액션을 대하는 태도였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액션을 할 때면 그 누구보다도 빛나고 잘 해낸다. 어쩌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기에 지창욱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조각도시' 속 박태중의 서사가 돋보일 수 있었고 '지창욱 표 액션'이라는 수식어도 탄생할 수 있었다.
배우 지창욱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신우)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태중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이 어느 날 억울하게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서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은 요한(도경수 분)에 의해 계획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향한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3일 마지막 회가 공개됐다.
작품은 영화 '조작된 도시'를 원작으로 한다. 지창욱은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화한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들었다. 그때 막연하게 '이 작품은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재밌었다. 그냥 내가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전했다.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화했지만 같은 세계관 속에서 또 다른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2시간 분량이지만 시리즈는 서사와 사건, 다채로운 장면들이 훨씬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힘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웃음)"
지창욱이 맡은 박태중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 인생을 조각 당한 남자다.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는 건실하고 평범한 청년 박태중은 어느 날 잔혹한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가게 된다. 그렇게 삶의 모든 것을 잃고 간신히 버티며 지내던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범인으로 설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수를 다짐한다.
지창욱은 "태중이는 그 상황 안에서 고통받는 인물이라 따로 캐릭터를 만들기보다는 그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숙제였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 연기하기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님께서 태중이는 흙을 만지는 인물이고 그래서 나무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요한이는 차갑고 외로운 캐릭터라면 태중이는 주변에 사람들이 늘 모이고 항상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따뜻한 인물로 설정이 돼 있었죠. 그런 대비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결국 사람의 인생도 그렇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서로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따뜻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초반 캐릭터 설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지창욱은 "태중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범한 국민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알 수 없는 강자에게 휘둘리며 나락까지 떨어진 것"이라며 "초반에 태중이가 얼마나 어떻게 밑바닥까지 가느냐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태중이의 초반 서사를 잘 표현해야 시청자분들이 태중이라는 인물에 이입해 그의 시선으로 요한을 찾아가는 과정까지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억울함과 신념, 힘듦을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죠.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대본뿐 아니라 뒷이야기를 토대로 감독님과 많은 회의를 했어요."
그러나 '조각도시'는 비현실적 설정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지창욱은 "초반에작품의 톤앤매너에 대해 굉장히 많이 논의했다. '조각도시'가 만화적이고 극적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너무 비현실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초반 교도소 설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조작된 도시' 때도 실제 교도소가 아닌 가상의 공간처럼 표현했죠. '조각도시'에서도 죄수들이 담배를 피우는 등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이 있어요.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되 시청자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인물 설정과 톤앤매너 액션의 허용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태중이의 연기 톤도 집중적으로 논의하며 준비했어요."
덕분에 감정선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창욱은 "최대한 그 상황에 몰입하려 했다. 그 고통을 잘 전달해 내는 것이 목표였다. 감정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길 바랐다"며 "이 인물이 완전히 나락으로 갈수록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짚었다.

"너무 상투적이더라도 약간 정공법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는 맛이라도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숙제였죠. 초반엔 억울함을 토로하다가 점점 피폐해지고 나중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신이 하지 않은 범죄를 스스로 인정할 정도까지 가는데 그 진폭을 크게 연기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지창욱은 '최악의 악' '강남 비 사이드'에 이어 '조각도시'까지 디즈니+에서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디즈니+의 왕자라는 수식어를 꿰차고 있다. 지창욱은 "배우가 작품을 한다는 건 누군가의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디즈니에서 저를 써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피고용인으로서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기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액션이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까 그 부분이 부각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이제는 액션을 좀 그만하고 싶어요.(웃음) 늘 이번 액션이 내 인생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해요. 사실 휴머니즘이나 멜로를 더 좋아해서 앞으로 그런 작품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며 "못 보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흥분과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잘 해왔구나. 포기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해요. 사실 살면서 포기한 것들이 훨씬 많지만 연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그게 너무 대견하고 감사해요. 얼마 전 시상식에서 한 선배님이 '연기를 한 지 몇십 년이 됐다'고 하시는 걸 들으며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온 사람들에 대한 큰 존경이 생겼어요. 정말 많은 시련과 풍파가 있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은 끈기 꾸준함 성실함이 정말 멋있어요.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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