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힙합의 한 갈래인 '레이지(Rage)'가 K팝 보이그룹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
24일 새 싱글 'Fame(페임)'을 발표한 그룹 라이즈(RIIZE)는 동명의 타이틀곡 'Fame'에서 그룹 최초로 레이지에 도전했다. 또 빅히트 뮤직이 6년 만에 선보인 신인 보이그룹인 코르티스(CORTIS)도 데뷔 EP인 'COLOR OUTSIDE THE LINES(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에 수록된 'FaSHioN(패션)'에서 레이지를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미니앨범 'Mixtape : dominATE(믹스테이프 : 도미네이트)'의 수록곡 'Truman(트루맨)'이나 세븐틴(SEVENTEEN) 호시의 싱글 'TAKE A SHOT(테이크 어 샷)'도 분명하게 해당 곡을 '레이지 힙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한 건 이런 내로라하는 K팝 보이그룹들이 왜 이렇게 줄줄이 레이지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지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이지라는 장르의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레이지는 트랩(Trap)에서 파생된 힙합의 한 갈래로, 이런 부류의 장르가 대개 그렇듯 레이지 역시 여러 장르의 특징적인 사운드가 혼재돼 있다.
특히 하이퍼팝(Hyperpop)의 요소를 도입해 강렬하고 공격적인 디스토션성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극단적으로 쪼개넣은 스네어와 하이햇, 미니멀하지만 타이트하게 배치한 드럼과 808베이스 등은 레이지를 대표하는 사운드적 특징이다.
여기에 짧게 반복되는 멜로디와 툭툭 던지는 듯한 래핑, 싱잉랩 등을 가미해 레이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하이퍼팝과의 접점이 강한 장르인 만큼 레이지도 하이퍼팝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의 장르로 확립된 건 2021년 트리피 레드(Trippie Redd)가 발표한 'Miss The Rage(미스 더 레이지)'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애초에 레이지라는 장르의 이름부터 'Miss The Rage'에서 따온 것이다. 또 'Miss The Rage'는 발표 직후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레이지라는 장르를 전 세계에 알렸고 트리피 레드와 피처링으로 참여한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는 레이지를 대표하는 존재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레이지는 단숨에 힙합 신에서 가장 핫한 장르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곳에 영향을 끼쳤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K팝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 스트레이 키즈는 '특(S-Class(에스-클래스))'에서 레이지에서 강항 영향을 받은 사운드를 들려줬고 세븐틴도 열두 번째 미니앨범 'SPILL THE FEELS(스필 더 필스)'에 수록된 힙합 유닛곡 'Water(워터)'로 레이지 힙합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런 '레이지 선호 기조'는 코르티스와 라이즈가 그대로 이어받았다.
K팝 보이그룹이 레이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레이지 특유의 사운드가 퍼포먼스를 중요시 하는 K팝의 특징과 잘 맞아 떨이지기 때문이다.
듣기만 해도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레이지의 사운드적 특성은 파워풀한 군무부터 자유분방한 댄스 브레이크까지 모두 잘 어울리기에 '강력한 콘셉트'의 퍼포먼스에 도전하고 싶은 K팝 그룹에게 매우 매력적인 장르로 꼽힌다. 또 이와 같은 이유 덕분에 레이지를 시도하는 그룹은 대부분이 보이그룹이다.
여기에 더해 레이지는 현재까지도 해외 음악 신에서 가장 인기 있고 트렌디한 장르 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에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K팝 그룹에게는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 힙합 프로듀서 A씨는 <더팩트>에 "K팝 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역시 트렌드다. 2021년 레이지가 장르로서 확립되고 4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레이지는 힙합 신에서 가장 인기있고 트렌디한 장르로 꼽힌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K팝 기획사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단지 지금 유행이라고 무작정 레이지를 시도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레이지는 사운드적 특징이 뚜렷하다 보니 비교적 만들기도 수월해 흔히 말하는 '양산형'이 많은 장르다. 실제 최근 아마추어 힙합 프로듀서들이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장르가 레이지다"라며 "단순히 요즘 트렌드이고 유행한다는 이유로 어설프게 도전했다가는 오히려 장르적으로도 퍼포먼스적으로도 완성도만 떨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K팝 신에서 레이지에 도전하는 그룹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A씨는 "레이지(Rage)에 '분노'라는 뜻도 있지만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열광적이고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에너지, 미칠 듯이 높은 텐션 등의 의미에 가깝게 사용된다"며 "이런 특징과 에너지틱한 매력이 있는 레이지 장르이기에 확실히 K팝 보이그룹이 추구하는 퍼포먼스와도 잘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이전까지는 힙합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K팝 그룹들이 레이지에 관심을 보였다면 라이즈는 이모셔널팝이라는 자체 장르를 앞세운 그룹이다"라며 "라이즈를 기점으로 꼭 힙합이 베이스가 아니더라도 레이지에 도전하는 보이그룹이 더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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