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결의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잡은 배우 진영은 행복한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즐겁게 촬영했고, 상승세를 제대로 탄 성적표도 받으며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까지 거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잊지 못할 선물과도 같은 '착한 여자 부세미'를 새겨 넣었다.
진영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에서 방영된 지니TV 월화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극본 현규리, 연출 박유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날 방송분이 자체 최고 시청률 6.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한 만큼, 기쁜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한 그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더 안 잤는데도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감독님이 서치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열정적인 분이세요. 오늘도 문자를 보내셔서 시청률이 잘 나왔다는 걸 알았죠. 저에게 너무 의미 있는 작품이고 촬영 현장도 너무 행복했어요. 감독님과 스태프들, 배우들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었거든요.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 나누고 단합하는 걸 좋아해서 성향도 잘 맞았어요. 이런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영광스러웠고 결말도 해피엔딩이고 잘 끝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착한 여자 부세미'는 인생 리셋까지 카운트다운 3개월, 한 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 여자 경호원이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다.
이 가운데 진영은 무창마을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싱글대디 전동민 역을 맡았다. 방영 전부터 '베리보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그는 자신이 키우는 딸기에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순수하고 무해한 청년 농부로 완벽 변신했다. 또 진영은 부세미라는 가짜 인생을 부여받은 김영란으로 분한 전여빈과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릴러로 포문을 연 만큼, 두 캐릭터의 로맨스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또한 전여빈 장윤주(가선영 역)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진영의 분량이 적은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저도 충분히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1~2회가 스릴러고 저는 배달만 하다가 끝나는데 이를 알고 들어갔어요. 그때 로맨스가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분량이) 적당했다고 봤어요. 뒤로 갈수록 동민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했기에 괜찮았어요. 동민이가 엄청 많은 걸 하지 않아도 부세미의 목숨을 지키고 위험한 상황에 대신 잡혀 들어갔기에 결정적인 일은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적은 분량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본을 보자마자 좋은 느낌을 받았다는 진영은 "첫 미팅 때 '이 작품이 잘될 것 같다'고 했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4회까지 봤는데 흥미로웠고 5회가 너무 궁금했다"며 "이 작품을 하고 싶은 이유도 그중의 하나였다.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찍으면서도 모두가 디테일하게 준비해서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착한 여자 부세미'에 끌린 또 다른 이유는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결의 캐릭터에 뛰어들 도전 의식이었다. 그렇게 전작에서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이 됐던 그는 이번에 싱글 대디로 변신하며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시켰다.
"저에게 생소했던 캐릭터였는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대본 보고 걱정했는데 제가 어려 보이니까 더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어린 친구가 아빠네?'라는 반전적인 부분을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더 매력을 느꼈어요."
이어 진영은 연기 중점을 둔 부분에 관해 "영란을 향한 동민의 순수한 감정을 최대한 힘 빼고 담백하게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보는 사람에 따라서 '갑자기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란의 착한 마음씨와 안 좋은 상황을 헤쳐나가는 걸 보고 첫눈에 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란을 향한 동민의 감정이) 개인적으로 납득돼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연기 호흡을 맞춘 전여빈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성격이 너무 좋고 착하고 일할 때는 되게 디테일하다. 이번에 불타오르는 상대 배우를 만나서 개인적으로 많이 배웠고 다음 작품을 할 때도 힘이 될 것 같다"며 "여빈 선배님은 다른 캐릭터가 자신이 맡은 인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외적 부분도 생각하더라. 그러면 다른 대사를 칠 수도 있고 다른 대사도 납득될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스킬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진영은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분량의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더 나아가 그는 영란과 동민의 애틋한 마음을 녹여낸 OST '별'도 작업하며 여러 각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리고 첫 회 2.4%로 출발한 '착한 여자 부세미'는 3회 4.5%로 상승하면서 올해 ENA 월화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이후 5%대를 유지하다가 11회 6.3%를 기록한 데 이어 마지막 회 7.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움과 동시에 ENA 드라마 역대 2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저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고민을 많이 했고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 연기할 때도 수월한 부분이 있는데 제가 아빠가 돼본 적이 없기에 부성애를 어떻게 표현해야될지 감도 안 왔거든요. 그만큼 어려웠고 도전이었는데 좋은 평가를 얻고 잘되니까 더 큰 행복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영은 지난 1월 종영한 KBS2 '수상한 그녀'를 시작으로 2월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리고 지난 4일 막을 내린 '착한 여자 부세미'까지 선보이며 '열일' 행보를 펼쳤다. 또한 그는 해외 팬미팅을 개최하며 전 세계 팬들과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고, 오는 12월 24일 현지 개봉 예정인 대만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으로 바쁘게 보낸 2025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물론 안 좋고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런데 힘든 게 있다면 평탄한 삶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이런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팬들의 응원도 찾아봐요.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말만 많이 써주시니까요. 그걸 보고 힘을 얻고 행복을 느껴요."
끝으로 진영은 "'1977년, 그 해 그 사진'도 저에게 정말 도전이었다. 대만에 가서 3개월 동안 찍었는데 대본을 보면서 5번 정도 울었다. 감동적이고 좋은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바쁘면서도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바쁘게 살고 싶다. 예전에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연기를 맛깔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같이 편하게 하고 싶은 게 제 목표이고 연기관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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