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배우 김희선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흔들리는 40대 중년 여성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결혼과 임신, 출산 후 약 6년 간의 연기 공백을 겪었던 실제 자신의 서사와도 맞닿는 만큼 그는 예쁜 이미지를 포기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로 변신을 감행했다.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내세운 김희선의 도전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할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김희선은 10일 첫 방송하는 TV조선 새 월화드라마 '다음생은 없으니까'(극본 신이원, 연출 김정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작품은 매일 같은 하루, 육아 전쟁과 쳇바퀴 같은 직장 생활에 지쳐가는 마흔하나 세 친구의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좌충우돌 코믹 드라마다. 인생에서 가장 불안하고 혼란한 시기로 꼽는 제2의 사춘기 불혹에 직면한 세 친구가 다시 한번 인생을 잘살아보고자 노력하는 성장통을 그린다.
김희선은 자신의 개인사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그가 분한 조나정은 과거 잘나가는 쇼호스트(홈쇼핑 방송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람)였지만 아들 둘을 길러내느라 퇴사를 선택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엄마다. 조나정은 단절된 경력을 딛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실제 김희선은 2007년 결혼하고 2009년 딸을 출산하고 육아에 임하면서 약 6년의 공백기를 겪었다. 관련해 그는 제작진을 통해 "저 역시 결혼 후 6년 동안 연기를 쉬었다. 그 공백기 동안 느꼈던 감정이 조나정과 너무 닮아있다"며 "현실적인 고민과 선택의 순간을 겪어봤기에 이 인물의 감정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집안일과 육아에 묻혀 있던 조나정이 일과 꿈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희선은 최근 방송인 장도연이 이끄는 웹예능 '살롱드립2'에도 출연해 공백기 당시 힘들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희선은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TV를 보고 좋은 역을 보면 샘이 나고 하고 싶고 남편이 원망스럽고 망가진 내 모습이 남편과 아이 때문인 것 같았다. 제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안 낳고 활동을 하고 있었으면 저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질투했다"고 들려줬다.
자신과 비슷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맡은 김희선은 예쁨을 내려놓는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앞서 공개된 스틸을 통해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육아를 하고 있는 김희선의 모습이 공개돼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에 김희선은 제작진을 통해 "예쁨을 내려놓기로 했다. 데뷔 후 거의 처음으로 빠글빠글한 파마를 했고 일부러 가장 현실적인 아줌마 비주얼을 선택했다"며 "펑퍼짐한 옷차림과 꾸밈없는 얼굴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조나정의 남편이자 홈쇼핑 PD 노원빈으로 분한 윤박과의 케미도 기대를 모은다. 김희선과 윤박은 각각 맡은 캐릭터를 통해 사내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르게 된 부부를 연기하며 호흡을 맞춘다. 윤박이 연기하는 노원빈은 조나정이 경력직 모집에 지원하겠다고 하자 극구 반대하며 조나정과 갈등이 폭발하는 인물로 김희선과 윤박은 서로에게 무뎌진 현실 부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사춘기 불혹에 직면한 세 친구의 성장통을 그리는 만큼 친구로 나오는 한혜진 진서연과의 시너지에도 이목이 모인다. 한혜진은 남부러울 것이 없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무성욕자 남편과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아트센터의 기획실장 구주영 역을, 진서연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인 결혼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잡지사 부편집장이자 골드미스 이일리 역을 맡아 김희선과 호흡을 맞춘다.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서는 조나정이 아이들을 데리고 구주영과 이일리가 마련한 생일 파티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조나정을 구주영과 이일리가 응원하는 모습 등이 전해지면서 김희선 한혜진 진서연이 보여줄 절친 케미를 향한 호기심이 모였다.

1993년 CF로 데뷔한 김희선은 90년대 미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KBS2 드라마 '바람의 아들' '프로포즈', MBC 드라마 '해바라기', SBS 드라마 '토마토' 등에서 활약했다.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로 주목 받은 그는 '국민 여동생' '국민 첫사랑'과 같은 포지션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MBC 드라마 '슬픈연가' 등에서 성숙한 멜로 연기를 펼치며 톱배우의 인기를 누렸다.
결혼 및 임신·출산 후 2012년 6년 만에 복귀한 SBS 드라마 '신의'에서는 고려 말로 타임슬립하게 된 성형외과 의사 유은수 역을 맡아 성숙한 전문직 여성의 분위기를 보여줬다. 이후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전직 스튜어디스 출신의 상류층 며느리 우아진 역, SBS 드라마 '앨리스'에서는 천재 물리학과 교수 윤태이 역 등을 맡아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드러내 왔다.
김희선은 '다음생은 없으니까'를 통해 화려함보다 진정성과 공감을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를 선택했다. 엄마이자 아내로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사는 능청 연기부터 자신의 커리어를 되찾고자 최선을 다하는 처절한 분투까지 그려내며 현실의 '경단녀'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 변신을 시도한 김희선의 도전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다음생은 없으니까'는 10일 밤 10시 첫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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