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그룹으로 데뷔하려는 일본 연습생은 왜 줄지를 않을까.
K팝이 세계화 되면서 최근 K팝 그룹은 순수 한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것이 팀의 특징으로 꼽힐 정도로 외국인 멤버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출신국은 일본이다. 일본인 멤버 사나 미나 모모를 팀에 합류시켜 큰 성공을 거둔 트와이스(TWICE)의 사례가 기폭제가 되면서 K팝 업계에서는 그룹에 일본인 멤버를 포함하는 일이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에서 K팝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프로듀스48'과 같은 한일 합작 오디션이 개최되거나 코스모시(cosmosy)처럼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그룹까지 나오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보이그룹 넥스지(NEXZ)도 멤버 7인 중 6명이 일본인이며 유일한 한국인인 소건도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일본이다.
물론 K팝 그룹의 외국인 멤버는 일본외에도 다양한 국가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호주 등 서구권 국적을 지닌 멤버들은 한국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근 늘고 있는 동남아권 멤버는 출신 국가를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2플래닛' 등으로 인해 중국 출신 K팝 그룹 멤버들도 늘고 있으나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인구수를 고려하면 오히려 적은 편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상기한 코스모시처럼 한국을 제외하고 단일 국가 출신들로 멤버를 구성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K팝 그룹은 일본이 유일하다.
꼭 K팝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데뷔를 노리는 일본 출신 지원자는 다른 장르로도 확대되고 있다. MBN '한일 톱텐쇼'를 통해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우타고코로 리에나 스미다 아이코, 카노우 미유 등이 대표적이고 보이 밴드를 선발하는 Mnet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 '스틸 하트 클럽'에도 마샤, 하기와, 케이텐, 카즈키 등 일본인 멤버가 출연하고 있다.
힙합 걸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Mnet의 또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 힙팝 프린세스'는 아예 한국과 일본의 참가자 수가 각각 20명씩 동일하다. 이쯤되면 일본이 K팝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일본에서 수년간 K팝 관련 비즈니스를 이어오고 있는 A씨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K팝의 인기다. 인기가 있으니 사람들이 몰리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결국 일본인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과거사를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문화적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다. 때문에 한국과 일본 서로 외국이라는 거부감이 덜하다"라며 "또 단순히 인구수만 따져도 일본은 우리나라의 3배다. 인재풀이 넓으니 지원하는 사람도 많다. 중국은 인구수는 많지만 공산권이기도 하고 한한령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실제로 요즘 일본 젊은 층에는 '한국 것이 세련되고 멋있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 일본은 48그룹이나 쟈니즈 등이 장악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돌의 어떤 스테레오 타입이 고착화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장르적으로나 퍼포먼스, 비주얼적으로 훨씬 다채로운 K팝을 더 동경해 지원하는 일본 친구들이 많아졌다. 이런 점이 한국행을 결심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심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한국 연예계는 대부분이 수익을 직접 분배하는 정산제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정산제뿐만 아니라 급여제를 채택하는 기획사도 다수 존재한다. 급여제로 계약을 한 경우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둬도 벌어들이는 수익은 정해진 급여로 제한된다. 더욱이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성공을 거뒀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한국에서 데뷔하는 쪽이 더 크다.
A씨는 "일본의 음악 시장이 큰 것은 맞지만 이는 대부분 내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글로벌로 활동하는 것은 K팝 쪽이 더 유리하다"라며 "글로벌로 보면 한국의 기획사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런 점 때문에 최근에는 한국식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일본 그룹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판 '프로듀스101'으로 데뷔한 JO1(제이오원)이 그렇다. 이들의 연간 매출이 100억 엔을 넘는다고 들었다. 또 최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걸그룹 HANA(하나)도 K팝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룹으로 분류된다"며 "이런 그룹이 늘고 있다는 것은 일본에서도 인재의 한국 유출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씨는 지금은 K팝을 두고 한국와 일본의 공생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만 당연히 해야할 노력은 지속해야한다고 당부했다.
A씨는 "현지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일본을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시장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 더 충실히 일본 시장에서 K팝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단적인 예로 일본에서 K팝 아티스트를 많이 찾으니까 하이터치회나 악수회 같은 팬 이벤트를 잘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부쩍 늘었다. 정말 피치 못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거부하는 경우가 늘면 K팝 전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기본적인 톤과 매너는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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