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오디션이 동시에 4개'…중소기획사의 눈은 TV로 쏠린다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5.10.21 00:00 / 수정: 2025.10.21 00:00
비용 절감 및 마케팅 효과로 오디션 출신 선호
실제 계약 쉽지 않아도 필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SBS는 지난달 23일부터 음악 오디션 우리들의 발라드를 방송 중이다. JTBC도 14일 보컬 오디션 싱어게인4 - 무명가수전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끼리 경쟁을 펼치게 됐다./SBS·JTBC
SBS는 지난달 23일부터 음악 오디션 '우리들의 발라드'를 방송 중이다. JTBC도 14일 보컬 오디션 '싱어게인4 - 무명가수전'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끼리 경쟁을 펼치게 됐다./SBS·JTBC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중소기획사의 눈이 TV로 쏠리고 있다.

현재 방송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풍년이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SBS 음악 오디션 '우리들의 발라드'를 시작으로 14일에는 JTBC 보컬 오디션 '싱어게인4 - 무명가수전'이 16일에는 Mnet 힙합 걸그룹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가 방영을 시작했다.

또 Mnet은 21일부터 보이밴드 서바이벌 '스틸 하트 클럽'의 첫 방송도 예고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같은 시기에 무려 4개의 오디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보기 드문 상황을 목도하게 됐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나오던 것이고 그 우려대로 최근에는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실패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경쟁력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소 규모의 가요 기획사다.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환영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방송을 통해 눈에 띄는 인재를 찾아 자신의 회사로 영입하기 위해서다.

한 중소기획사 임원 A씨는 "오디션 프로그램 탈락자 중 괜찮은 친구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다 데려간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 기획사 관계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오디션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비용의 절감이 자리한다. A씨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발굴하고 곡을 내 이름을 알리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마케팅 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도 않고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예 제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종의 간판이다. 크든 작든 간판이라도 걸어 놓는 쪽이 아무것도 없이 영업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우리 입장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음에 드는 인재를 점찍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영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다. 인기가 높은 참가자일수록 자연스럽게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1인 미디어의 발달로 회사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도 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다른 중소기획사 B씨는 "누가 봐도 독보적으로 특출난 친구는 어차피 큰 회사로 갈 거기 때문에 애초에 후보에 넣지 않는다. 포텐셜이 보이는 참가자 중에 옥석가리기를 하는 건데 보는 눈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중에 눈에 띄는 참가자는 여러 회사에서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알렸다.

또 그는 "계약 조건도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계약금이나 정산 비율을 따지면 차라리 이야기가 빠르다. 최대한 맞춰주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작인접권을 요구하는 등 회사 입장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곤란한 계약 조건을 내걸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등의 경우가 늘고 있어서 계약 성사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Mnet 1주일 간격으로 두 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16일 방송된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는 한일 합작 힙합 걸그룹을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21일 방송 예정인 스틸 하트 클럽은 보이 밴드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Mnet
Mnet 1주일 간격으로 두 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16일 방송된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는 한일 합작 힙합 걸그룹을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21일 방송 예정인 '스틸 하트 클럽'은 보이 밴드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Mnet

설령 경쟁을 뚫고 계약까지 원만하게 마무리해 영입에 성공했다고 치더라도 이는 겨우 출발 선상에 선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그중에서도 인기작과 비인기작이 갈리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가 다른 오디션에 재참여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K팝 그룹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제외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팀은 하현상 이승윤 이무진 루시 등 그 수가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획사가 매번 오디션 프로그램에 목을 매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다. 또 다른 기획사의 C씨는 "예를 들어 로또 당첨 확률은 모든 조합이 동일하다. 하지만 1, 2, 3, 4, 5, 6과 무작위 중에 선택하라면 다들 무작위를 선택하지 않느냐. 그런 것과 비슷하다. 어쨌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중소기획사와 계약해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까 더 목을 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은 첫 시즌의 출연자가 대부분의 화제성과 인기를 가져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현재 방영 중인 '우리들의 발라드'나 방영을 예정하고 있는 '스틸 하트 클럽'은 첫 시즌이고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도 K팝 그룹 오디션으로는 사실상 첫 시즌이라는 점도 더 많은 중소기획사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C씨는 "'우리들의 발라드'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출연해 이미 물밑작업에 들어간 회사들도 많을 것"이라며 "밴드를 준비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스틸 하트 클럽'을 기대하고 있는 곳이 꽤 있다고 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의 성패와는 별개로 기획사들은 현재 방영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기획사가 해야 할 자체 오디션을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신하는 셈이다"라며 "다만 대다수의 중소기획사는 직접 오디션을 개최할 여력도 없고 어떻게든 오디션을 개최한다고 해도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수준 높은 참가자가 대거 모이지도 않는다. 앨범을 수백만 장씩 판매하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이상 K팝 그룹이나 밴드, 트로트 등 모두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입장에서는 필요한 프로그램이 돼버렸다. 현실이 그렇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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