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7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안방 '극장'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 어떤 작품을 볼지 고민인 시청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여러 매체 OTT 담당 기자들이 추천한 콘텐츠를 특징과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방송가에 자리 잡으며 여느 때보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해졌다. 다양한 콘텐츠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휴만을 기다린 시청자들도 있을 터다. 고향을 오가는 도로 위에서 혹은 집에서 나 홀로 또는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정주행 완결 시리즈를 추천한다.
특히 OTT를 담당하고 있는 여러 기자들이 직접 보고 소개하는 만큼 이들이 전하는 추천 포인트도 흥미진진하다. 기사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면 바로 정주행을 시작하길 바란다.

◆ '은중과 상연' - 넷플릭스
이번 추천작 중 유일하게 겹친 추천 작품이 있으니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이다.
지난달 12일 15부작 전편 공개된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는,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 분)과 상연(박지현 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10대부터 40대까지 서로의 삶을 끊임없이 스쳐온 두 친구의 서사를 담았다.
기자 Pick : "우리 친구 아이가" 같은 찬란한 우정 예찬은 없다. 대신 서로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결국 애증으로 얽힌 두 여인의 30년 우정 서사를 잿빛으로 담아낸다. 김고은의 묵직한 내공과 박지현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만나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관계의 깊이를 완성한다. 사진이라는 장치와 시대적 디테일은 우정의 모순을 미학적으로 담으며 짙은 잔상을 남긴다.
기자 Pick : 은중과 상연의 10, 20, 30, 40대를 지켜보며 때로는 은중이, 때로는 상연이가 돼 '나였다면 어땠을까' 고민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 두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선에 빠져들다 보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15부작도 순식간에 정주행 가능하다.
시리즈의 진가는 후반부에 드러난다. 정주행을 마치게 된다면 긴 소설 한권을 다 읽은 듯한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을이 올때마다 떠오를 정주행 시리즈 추천작이다.
UP : 잿빛으로 빛나는 우정의 또 다른 얼굴을 성숙하게 담아낸 작품. 김고은·박지현의 밀도 높은 연기, 감각적인 연출과 음악. / 인물들의 서사에 집중하는 작품을 좋아하고, 펑펑 울고 싶은 이들이라면 적극 추천.
DOWN : 15부작이라는 긴 호흡과 저변의 감정을 바닥까지 쓸어내리는 작품 특유의 감성이 다소 음울하게 다가올 수 있음. / 빠른 전개, 답답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도파민 중독자라면 하차할 수도.

◆ '트리거' - 디즈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검찰,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을 추적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의 팀장 오소룡(김혜수 분)과 PD 한도(정성일 분)의 사활을 건 생존 취재기를 그린다. 지난달 1월 첫 공개돼 총 12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기자 Pick : 긴 연휴 12부작의 '트리거'를 정주행하기 딱 좋은 시간. 특히 완벽한 떡밥 회수가 포인트인 작품으로 끊김없이 즐기기 좋음. '그것이 알고싶다' '꼬꼬무' 등을 연상하게 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과정은 물론, 각 에피소드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사건들까지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롭게 채워져있음. 스릴러물에 더한 추리쇼에 어설픈 러브라인 없이 힘있게 엔딩까지 달려나감. 1, 2부가 다소 진입장벽이 될 수 있으나 여기만 견디면 신세계가 펼쳐짐.
UP :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 등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믿고 보는 호흡까지 더해짐. 특별출연 추자현과 최대훈의 연기 차력쇼도 관전 포인트.
DOWN : 초반부 일부 캐릭터의 높은 텐션을 넘겨야 함. 동시에 정성일의 어울리지 않는 MZ연기에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음.

◆ '멜로무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리는 로맨스다. 배우 최우식 박보영 이준영 전소니 등이 출연하며 지난 2월 10부작 전편 공개됐다.
기자 Pick :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린 로맨스물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풋풋한 커플부터 장기 연애 끝에 이별한 전 연인까지 다양한 사랑을 깊이 있게 다룬다. 감성적인 로맨스를 원한다면 정주행 추천이다.
최우식과 형 김재욱의 서사는 그야말로 눈물 버튼. 로맨스를 보기 위해 정주행을 시작했다가도 오히려 이들 형제 관계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된다.
UP : 도파민에 중독된 나에게 힐링을 주고 싶다면 맞춤형 드라마
DOWN : 속도감 있는 전개, 유쾌한 서사를 원한다면 탈락

◆ '폭싹 속았수다' - 넷플릭스
지난 4월 16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시리즈다.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애순과 관식, 그들의 순수했던 10대 시절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 인생이 던진 숙제와 맞부딪히며 세월을 겪어 낸 중장년 시절까지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긴 호흡으로 다채롭게 그리며 호평을 얻었다.
기자 Pick : 나도 모르게 웃고, 나도 모르게 운다. 주인공 애순에게 엄마의 모습, 그리고 내 모습을 보고 만다. 말 그대로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인생 축소판이다. 처음엔 슴슴한 맛인가 했더니 중반부를 넘어서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게 만드는 마라맛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잊고 산다. 가족 역시 우리가 종종 잊는 소중한 것 중 하나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내 곁에, 내가 당연히 여기던 것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UP : 가족들과 정주행할 시리즈로 제격. 특히 모녀들에게 강력 추천.
DOWN : 천천히 쌓이다 중후반에 폭발한다. 처음부터 강력한 자극을 원한다면 지루할 수도.

◆ '애마' - 넷플릭스
지난 8월 6부작 전편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뜨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리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자 Pick : 소재도, 전개 방식도 '새로운' 작품을 찾는 이들이라면, '애마'의 '새 시도'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유명 에로영화 '애마'를 2025년 지금 소환해 '여전히' 필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을 뜨는 톱스타 희란, 그런 그와 갈등하며 또 연대하는 신인 배우 주애를 비롯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흥미를 선사하는 한편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메시지가 남기는 여운도 있다.
시원한 대사,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전하는 쾌감 등 야만의 시대를 견뎌 온 이들을 향한 '애마'만의 위로는 6부작을 모두 시청했을 때만 느낄 수 있다.
UP : 뚜렷한 주제 의식을,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신선한 작품을 찾는 이들이라면 '애마'의 개성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DOWN :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완성되는 메시지. 처음부터 시원한 응징을 원한다면 '애마'의 여정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 '소년의 시간' - 넷플릭스
지난 3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4부작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 분)가 동커스터 지역 중학교에서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문제를 그려낸다. 특히 작품은 각 에피소드가 컷 없이 원 테이크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기자 Pick : "13살 소년이 살인자일까, 아니면 또 다른 피해자일까?"라는 질문은 도무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은 그 모호함을 끝내 붙잡고 간다. 원테이크 촬영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 속에서, 제이미 역의 오언 쿠퍼는 무력한 듯하면서도 섬뜩한 눈빛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결박한다. 그리고 스티븐 그레이엄, 에린 도허티 등 베테랑 배우들이 무너져가는 가족과 사회의 초상을 생생히 끌어올리며 어느새 우리는 화면 밖에서 함께 신음하고 있다.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SNS라는 현대의 '광장'은 한 소년의 고립을 증폭시키는 공포의 무대로 변모한다. 그 불편함 속에서 울컥 솟는 감정은, 단순히 미스터리를 푸는 재미를 넘어 우리 사회가 놓친 청소년의 목소리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진다.
UP : 원테이크 연출이 주는 압도적 긴장감, 청소년 심리를 찌르는 리얼리티, 그리고 오언 쿠퍼의 경이적인 연기.
DOWN : 명쾌한 답이나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지나친 모호함이 답답하게 다가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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