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내년에는 상당수의 서울 내 야외 페스티벌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0일 올림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의 보수 공사를 2026년 7월부터 2027년 6월까지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88잔디마당의 보수 공사는 공단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안건으로 이를 통해 공단 측은 잔디 보식과 배수 시설 등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보수 공사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적다. 문제는 이 기간동안 88잔디마당에서 개최돼 온 여러 페스티벌의 개최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2025년 88잔디마당에서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인 페스티벌은 '서울재즈페스티벌',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뷰티풀민트라이프페스티벌', '조이올팍페스티벌', '섬데이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등으로 내년부터 이들 페스티벌은 개최 장소가 불투명하다.
특히 이들이 불만을 드러낸 부분은 공사 기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주최사와 어떠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 페스티벌 주최사 측 관계자 A씨는 "보수 공사가 공단 측에서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것도 알고 있고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울 내에서 개최지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간을 정하고 공지한 것은 페스치벌을 개최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서울 내 대형 야외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있는 부지는 88잔디마당과 난지한강공원이 사실상 유이하다. 서울숲공원에서도 종종 페스티벌이 개최되긴 하지만 주거지 한복판이라는 위치와 수용 가능 인원으로 인해 특정 장르 음악이나 소규모 페스티벌이 제한적으로 개최될 뿐이지 대형 페스티벌의 개최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난지한강공원 역시 오후 9시 이전에 모든 공연을 마감해야 하는 데다가 한강공원 전 지역에서 음주가 금지되면서 주류를 판매하지 못해 페스티벌 주최사에서는 선호도가 낮다. 게다가 난지한강공원은 이미 내년 상반기 대관 신청을 마감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주최사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단순히 개최지의 변경을 넘어 개최 여부 자체까지 고민해야 하기 떄문이다.
A씨는 "다른 페스티벌 주최사 역시 공사 기간과 관련해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 최소한의 협의 과정이라도 거쳐서 정해진 것이라면 납득이라도 하겠지만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조만간 각 주최사가 모여 논의는 해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88잔디마당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9일 오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와 간담회를 열고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뿐 큰 소득은 없었다.
음공협의 이연욱 사무국장은 "각 페스티벌 주최사는 물론 우리 음공협 측에서도 88잔디마당의 공사 계획에 대해 사전에 들은 내용이 없었다"며 "88잔디마당의 보수 공사를 오랫동안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보수 공사의 시기를 두고 협의 중이었고 야외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 11월 이후 공사를 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7월부터라고 공사를 한다고 공지를 하니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단 측에서 '서울숲에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서울숲은 대형 페스티벌을 개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라며 "음공협이나 각 주최사에서도 보수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창동 서울 아레나가 완공되는 2027년 3월 이후로 보수 공사를 미루거나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을 11월부터 4월까지의 비수기로 변경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대안이 있지 그게 아니면 정말로 내년엔 서울에서 야외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88잔디마당에서 개최되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이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각각 봄과 가을을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로 행사 기간동안 5만여 명이 현장을 찾는다. 이에 해당 페스티벌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도 꼽히고 있다.
이런 페스티벌이 개최 자체가 위기에 놓인 셈으로, 이에 음공협은 이후 세미나와 추가 간담회를 통해 88잔디공원의 공사기간의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들이 극적인 협의를 이룰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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