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영애가 26년 만에 드라마 '은수 좋은 날'로 KBS 안방극장을 찾았다. 앞서 토일극의 포문을 연 '트웰브'가 2%대 시청률로 종영한 가운데 '은수 좋은 날'은 첫 방송부터 소폭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파격적인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번 작품이 위기에 빠진 KBS 토일극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영애는 지난 20일 첫 방송한 KBS2 토일 미니시리즈 '은수 좋은 날'(극본 전영신, 연출 송현욱)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이영애 분)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김영광 분)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으로 벌이는 위험 처절한 동업 일지를 그린다. 총 12부작으로 2회까지 방영됐다.
이영애는 극 중 평범한 주부에서 금기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강은수로 분했다.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약과 관련된 일에 휘말리며 점차 변모해 가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알뜰살뜰 살아가는 전형적인 엄마이자 아내로 등장하지만 남편의 병세 악화와 경제적 위기를 마주하면서 뜻밖의 유혹 앞에서 흔들린다.
이영애는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근력 운동과 러닝으로 체력을 관리하며 액션과 감정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또한 캐릭터 해석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며 은수의 서사를 능동적으로 완성했다.
이러한 이영애의 철저한 준비는 첫 방송부터 빛을 발했다. 20·21일 방송된 1, 2회는 가족을 지키려다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인 강은수와 이경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남편의 투자 실패와 암 투병으로 삶이 무너진 은수는 치료비 마련을 위해 결국 마약 가방을 팔기로 결심했다. 이에 시청률은 각각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3.4%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번 작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영애가 1999년 방영된 KBS 드라마 '초대' 이후 약 26년 만에 KBS 복귀에 나섰다는 점이다. '초대'는 개성이 강한 여자 3명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이영애는 해당 드라마를 통해 KBS 연기대상 인기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오랜만에 KBS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영애의 선택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그는 "작품이 주는 힘과 메시지가 좋아서 선택했다. '은수 좋은 날'이 KBS 드라마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새로운 기점이 됐으면 한다"며 "촬영하며 여러 감흥과 시너지를 느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이어 강은수에 대해 "현실에 닿아 있는 평범한 아이 엄마이자 아내이지만 점점 본질을 넘어서는 인물로 변화한다"며 "초반에는 편하게 이영애스럽게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본질을 넘어선 인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마약 소재가 너무 무겁지 않을까 또 사회를 더 어둡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작품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풀어가는 송현욱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며 "'은수 좋은 날'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짚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는 올해 주말드라마 라인업에 더해 토일극을 신설하며 새 판짜기에 나섰다. 그러나 첫 작품 '트웰브'가 시청률 8%대로 출발했음에도 완성도 부족, 유치한 서사, 산만한 연출 등의 지적을 받으며 2%대까지 하락했다.

주말극 역시 흐름이 매끄럽지는 않다. 전작 '독수리 형제를 부탁해!'가 최고 시청률 21.9%로 대미를 장식했지만 후속작 '화려한 날들'은 초반 14.8%에 머물며 전작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은수 좋은 날'은 KBS 토일극의 체면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영애가 있다. 이영애는 2회 만에 생활 연기·코믹·감정 폭발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며 강은수 캐릭터에 완벽 몰입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의 생활감, 낯선 범죄 세계 앞의 두려움, 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터뜨리는 반전 매력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첫 장사에서 큰돈을 손에 쥔 은수가 남편의 병원비를 마련했다는 안도감과 불법을 저질렀다는 자책 사이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이영애는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캐릭터의 다층적 면모를 드러냈다.
김영광과의 호흡도 흥미롭다. 이경은 은수와 위험천만한 동업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한층 긴박하게 끌고 간다. 여기에 마약수사팀장 장태구(박용우 분)는 마약을 발견하고 수사의 촉을 발동시켜 이경이 있는 클럽으로 들이닥쳐 긴장감을 높였다.
26년 만에 KBS 드라마로 복귀하는 이영애의 새로운 변신 그리고 위기에 빠진 KBS 토일극의 운명이 맞물린 상황. 첫 방송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은수 좋은 날'이 흔들린 KBS 토일극에 다시 '좋은 날'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은수 좋은 날'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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