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김민규가 최근 잘 큰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주얼만큼은 자타공인 셈이다. 정작 김민규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까지 T적인 면모를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팬들을 향한 마음이나 배우로서의 행보를 말할 땐 단단한 신념이 묻어났다. 김민규를 특별하게 만든 건 결국 얼굴이 아닌 태도인 만큼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인드 천재 김민규'다.
김민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tvN 월화드라마 '첫, 사랑을 위하여'(극본 성우진, 연출 유제원. 이하 '첫, 사랑')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청년 농부 류보현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누군가의 외향을 칭찬할 때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대가 배우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김민규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도 외모에만 포커스가 쏠리지 않게 거듭 검열했다. 실제로 만난 김민규는 확실히 '新 얼굴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훤칠한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그러나 김민규와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진짜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태도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프로듀스X101' 출연 당시에도 성숙한 마인드로 눈길을 끌었던 김민규다. 6년이 지난 지금 역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히 골라 전할 정도로 사려 깊었다.
물론 때때로 T적인 솔직함이나 냉철한 자기 객관화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꾸밈없이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여전히 성숙하고 오히려 더 단단해진 그의 모습은 그동안 걸어온 길 속에서 한층 견고해진 '김민규'의 본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첫, 사랑'은 예상치 못하게 인생 2막을 맞이한 싱글맘과 의대생 딸이 내일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살기로 하면서 마주하는 끝이 아닌 첫,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다. 때로는 유쾌하다가도 가슴 뭉클하고 때로는 설레다가도 코끝 찡한 이들의 선물 같은 이야기가 웃음과 재미,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앞서 종영한 OTT 웹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2'에 이어 '첫,사랑'을 연이어 선보인 김민규는 "작품을 쉬지 않고 바로 보여주는 게 처음인데, 올여름은 '청담국제고등학교'에 이어 '첫, 사랑'까지 연달아 시청자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며 "특히 재벌 3세 진욱과 청년 농부 보현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다양한 모습과 상반된 온도 차이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 떨리면서도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두 작품의 촬영 시기도 맞물렸다. 때문에 초반에는 '청담국제고등학교' 속 진욱의 잔상이 남아 있던 김민규는 현장의 분위기에 금세 몰입하며 자연스럽게 류보현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오히려 '첫, 사랑'을 촬영하다 '청담국제고등학교' 후시 녹음을 갔을 때는 "진욱이가 너무 착해져서 왔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다.
김민규는 오디션을 통해 '첫, 사랑'에 합류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보현이어서 뽑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제일 좋았다. 보현이의 매력이 완벽하지만 허당미가 있는 점인데 이 모습이 닮았다고 하더라. 나도 모르게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한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허당미가 있는 것 같다. 오디션 때 잘 묻어나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류보현이란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김민규가 떠올린 이미지는 '나무'였다. 그는 "든든하게 효리의 버팀목이 돼주는 인물이라 생각했다"며 "대본을 읽으면서도 너무 좋은 사람이라 나 역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외적으로는 '청년 농부' 류보현의 내추럴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메이크업과 헤어를 최대한 덜어냈다. 몸무게도 농부라는 역할에 맞춰 증량을 했다가, 이효리(최윤지 분)와의 감정선을 위해 다시 감량하는 등 디테일을 더했다.

김민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청춘 로맨스의 결이었다. 그는 "작품의 주된 갈래 중 하나가 청춘 로맨스인 데다 보현과 효리는 연애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로 나온다. 때문에 풋풋하고 서툰 모습이 중요했다"며 "손을 잡는 작은 동작에도 서툼을 담으려 노력했다. 시청자분들이 '첫사랑의 설렘'을 공감해 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저랑 윤지 배우랑 촬영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이라도 능숙한 멜로가 나오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옷깃만 스쳐도 간질거리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죠. 사소하지만 중요했어요. 첫 연애할 때 나오는 뚝딱거림도 저희 커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서 이 지점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일까. 첫 키스 장면과 배드신 역시 풋풋함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고, 실제로 두 사람의 뻣뻣하면서도 설레는 모습이 동시에 담겨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김민규는 "'그 해 우리는'과 '반짝이는 워터멜론' 등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다. 처음 연애하는 풋풋한 소녀소년들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생각난 두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의도한 대로 귀엽고 순수하게 표현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극 중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류보현의 서사 역시 중요했다. 김민규는 "보현이란 인물도 성장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인물이다. 효리와 효리 어머니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보현이 또한 자신과 어머니를 돌아보게 됐다"며 "보현이가 서서히 상처를 극복하고 어머니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염정아 박해준 김선영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도 궁금했다. 이에 김민규는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말이 새삼 맞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보현이는 제3자의 시선에서 지켜보는 장면이 많아요. 실제로도 TV를 보는 기분이었죠. 제 입장에서는 행복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모니터 뒤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흔한 기회가 아니잖아요. 일부러 더 보려고 했고, 모니터에 비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연기하는지도 챙겨보려고 했어요. 정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좋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프로듀스X101'으로 얼굴을 알린 후 배우로 전향한 김민규는 꾸준하고 우직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워낙 성숙한 사람인 건 알지만, 그럼에도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고충은 없었을까. 이에 김민규는 "솔직히 말하면 힘듦보다는 감사하고 좋다는 감정이 먼저 생각난다. 너무 감사하게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다 보니 날 믿고 뽑아준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전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원동력이에요.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 절대 아니잖아요. 때문에 더 보답하고 싶어요. '얼굴 천재'라는 것도 저에게는 과분하고 부담스러운 수식어예요. 하지만 팬들이 붙여준 거니까 그렇게 불러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전 더 열심히 관리해야죠. 그렇게 눈 딱 감고 달리다 보니 5~6년이 지나 있네요.(웃음)"
끝으로 김민규는 "'첫, 사랑'은 내게 여름 한 챕터를 채운 선물 같은 드라마였다"며 "시청자분들에게도 '첫사랑이란 무엇일까'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힐링 받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저는 도리어 이 반응을 보며 많은 힐링이 됐다. 사랑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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