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기대와 달리 끝은 미약하고 초라했다. 시즌제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허황된 꿈이 되고 말았다. '트웰브'가 처참한 성적표와 함께 막을 내렸다.
STUDIO X+U 제작 및 KBS2 주말드라마 '트웰브'(감독 강대규)가 지난 14일 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첫 회 시청률 8.1%로 시작했던 작품은 2.4%라는 반의반 토막 난 수치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트웰브'는 인간을 수호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12천사들이 악의 무리에 맞서는 전투를 그린 시리즈다. 동양의 12지신을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을 내세운 액션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작품은 공개 방식부터 신선했다. '하이쿠키'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선의의 경쟁' '메스를 든 사냥꾼' 등을 만든 STUDIO X+U가 제작하지만 유통은 자회사가 아닌 디즈니+와 KBS2를 통해 동시에 진행됐다.
즉 OTT로도 방송으로도 모두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이에 KBS는 토일 미니시리즈라는 점을 내세우며 편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새로운 장르적 시도, 동양의 12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 마동석의 9년 만의 드라마 복귀, 박형식·서인국 등 화려한 라인업까지. '트웰브'는 방송 전부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화제성을 입증하듯 작품은 8.1%라는 높은 시청률로 창대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그 영광은 단 하루뿐이었다. 2회차 5.9%로 급락한 뒤 매회 하락세를 보였고 결국 2.4%라는 최종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자 이탈의 원인은 명확했다. 다소 뻔한 서사와 산만한 연출, 유치한 스타일과 CG, 그리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말장난까지.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결과물은 '어린이 드라마 같다'는 혹평을 자초했다.
특히 시청자 유입을 도와야 할 초반부의 퀄리티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중요한 이야기보다는 등장인물만 무작정 쏟아내는 전개 탓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잃었고, 이후 반등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마동석의 참여는 양날의 검이었다. 제작자로서 배우로서 힘을 보탰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지금껏 매 작품 보여준 개그 코드가 과도하게 녹아들며 작품의 무게감을 떨어뜨렸다. 영화에서는 유효했던 장치들이 장편 시리즈에서는 오히려 호흡을 망치고 몰입을 방해했다.
여러 배우를 캐스팅했지만, 캐릭터로서 활용이 미비한 점도 아쉽다.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서사는 흐릿했고 그나마도 시청자가 이미 이탈한 후반부에 몰아치듯 공개됐다.
OTT와 지상파를 동시에 거머쥔 첫 시도, 12지신이라는 독창적 설정, 화려한 배우진까지. 성공을 위한 조건을 모두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트웰브'는 결국 시청자의 외면 속에 종영했다. 숫자만으로도 그리고 남겨진 평판만으로도 씁쓸한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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