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에 등장한 경기를 향한 편파 판정 및 편집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골때녀'는 불과 약 4년 전 같은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자 무기는 진정성이건만 과거의 반성에도 불구하고 또 경기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방송을 내보낸 것은 제작진의 과오라는 비판이 나온다.
매주 수요일 방송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 '골때녀'는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 예능으로 여성으로만 이뤄진 축구팀이 리그전을 펼치는 내용을 그린다. 지난 2021년 6월 첫 방송해 축구를 향한 출연자들의 열정으로 감동을 모은 프로그램은 같은 해 12월 시즌2를 시작하며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잘 나가던 '골때녀'의 문제는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불거졌다. 해당 방송에서는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G리그 결승전이 진행됐는데 FC구척장신이 FC원더우먼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는 2대1이었다. FC구척장신은 프로그램 시작 때만 해도 최약체로 평가됐으나 이날 창단 1659일 만에 G리그 첫 우승을 거머쥐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경기의 공정성·투명성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FC구척장신 선수들이 FC원더우먼의 마시마 유를 잡아끌고 그에게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울 또는 경고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를 지켜본 FC원더우먼의 조재진 감독의 항의가 묵살됐다는 점을 근거로 '심판이 편파 판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 지난달 31일 제작진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기 기록지에는 경기 내내 집중 견제를 받던 마시마 유가 후반 12분 경고를 받은 사실이 기록돼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본방송은 물론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도 마시마 유가 경고를 받은 장면은 없었기 때문이다. 경고는 경기 흐름 및 선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해당 장면이 삭제된 점을 시청자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통상 방송 다음 날 경기 기록지를 공개해 온 제작진이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기록지는 방송 사흘 만에 공개한 점 역시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이에 심판이 결승전에서 FC구척장신에 유리한 쪽으로 편파 판정을 했고 제작진이 경기 기록지와 다르게 편집하면서 이를 감췄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아울러 이전 방송에서는 각 팀 선수와 심판진의 입장 장면이 그려졌지만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결승전에서는 해당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고 심판진의 성명도 표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실제로 '심판진이 배치된 것이 맞기는 하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골때녀'의 편파 판정 및 편집 조작 의혹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지난 2일 접수됐다. '골때녀' 팬덤은 "G리그 결승전(8월 27일 방송)과 관련해 판정 및 규정 적용 공정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비판하며 경기 기록지에 기재된 후반 12분 경고 장면(원더우먼·마시마 유)이 본방과 공식 유튜브 풀버전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의혹의 핵심 근거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민원을 산하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제작진은 지난 5일 "방송 편성 시간에 맞춰야 하다 보니 일부 생략되는 부분이 있다. 다만 경기 흐름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생략되는 것이고 공정한 룰과 시스템하에 경기를 진행하려 노력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시청자들의 항의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골때녀'가 조작 논란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4년 전인 2021년 '골때녀' 일부 방송분에서 제작진이 경기 득점 순서를 바꿔서 편집한 사실이 드러난 전력이 있다. 당시 제작진은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이들에 관한 징계 절차를 밟았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또다시 같은 논란이 일어나면서 제작진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꼴이 됐다. 이번에 불거진 의혹으로 뿔이 난 '골때녀' 팬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제작진의 사과는 물론 일부 팀 멤버들의 제명과 팀 해체 그리고 나아나 프로그램 폐지까지 요구하는 등 거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애초 '골때녀'의 인기는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축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성들이 그저 예능 출연이 아닌 축구 선수로 진지하게 스포츠를 대하는 모습에서 출연자들의 진심이 전해진 것이다. 발톱에 피멍이 들고 다리에 깁스를 하며 축구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했고 시청자들의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조작 논란이 없었다면 우승까지 약 5년을 버틴 FC구척장신의 주장이자 원년 멤버 이현이가 지난 27일 방송에서 거머쥔 트로피는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감동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물론 출연진의 피땀 눈물에까지 찬물을 끼얹었다. '골때녀'의 훼손된 진정성을 다시 구축하는 일은 이제 제작진의 몫이다.
'골때녀'는 매주 수요일 밤 9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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