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청춘을 의인화하면 아마 배우 윤재찬이 아닐까. 그는 인터뷰 내내 '에너지'라는 단어를 수없이 입에 올리며 청춘이 가진 순수함과 뜨거움 그리고 열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드라마 '트라이'를 촬영할 당시 부상도 견뎌내고 장면마다 아이디어를 내며 캐릭터를 채워갔던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청춘의 한 장면이었다. 뜨겁고도 찬란하게 빛나는 그 이름은 바로 윤재찬이다.
배우 윤재찬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극본 임진아, 연출 장영석, 이하 '트라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도형식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트라이'는 예측불허 괴짜감독 주가람(윤계상 분)과 만년 꼴찌 한양체고 럭비부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코믹 성장 스포츠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마주한 윤재찬은 그 뜨거움 속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품고 있었다. 작품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눈빛이 반짝였고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도형식이라는 캐릭터와 겹쳐 보였다. 카메라 앞에서의 치열함과 인터뷰 자리에서의 해맑은 웃음 사이, 그 간극마저도 청춘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트라이'가 남긴 시간들을 '행복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단순한 추억을 넘어 함께 달리고 넘어지고 부딪히며 만들어낸 기억들이 그의 안에 뜨겁게 새겨진 듯했다. '한양 우'라는 구호를 외칠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는 말에서 현장이 그에게 얼마나 뜨거운 청춘의 교실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인터뷰를 하는 내내 취재진 역시 그 열정에 감염되는 듯했다.

이런 열정 가득한 윤재찬이 맡은 도형식은 럭비부에서 스크럼 하프 포지션을 맡은 선수다. 그러나 예측불허한 럭비공처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독특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독 윤재찬이라는 배우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는 '반짝이는 워터멜론'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등 다양한 작품에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뜨겁고 치열하게 부딪힌 윤재찬에게 '트라이'는 어떤 의미였을까. 청춘이라는 단어를 그처럼 온몸으로 살아낸 배우에게 그 시간이 어떤 색깔로 각인됐을까. 그는 "남자아이들이 뭉쳐 있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제가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가장 배우들끼리의 케미가 좋았던 드라마이지 않나 싶다"며 "찍으면서도 행복했고 찍고 나온 걸 같이 보면서도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디를 가든 항상 제가 '밥 선생'이라고 불렸어요.(웃음) 항상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제가 '뭐 먹을까?' 하면 애들이 '재찬이가 가는 집이 맛집이야'라고 해서 제가 항상 점심때마다 메뉴를 골랐거든요. 원래 배우들이 모이면 각자 따로 밥을 먹는데 저희는 그렇게 몰려다녀서 밥을 같이 먹었어요. 그리고 항상 뭔가를 같이 하고 모이는 걸 좋아했다 보니까 저희가 조금 더 끈끈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끼리의 케미도 중요했지만 '트라이'의 중심은 럭비다. 윤재찬은 실제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를 나와서 럭비라는 종목에 비교적 익숙했단다. 하지만 경기를 해본 적은 없었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럭비를 연습했다.
"스크럼 하프가 스크럼을 도와주면서 중간에 공을 팀원들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인데 제 포지션이 가장 많이 뛰어다녀요. 다른 럭비 선수들보다 몸이 조금 더 슬림해야 하고 빨라야 해서 달리기 연습을 많이 했어요. 또 럭비공을 패스할 때 화면에 예쁘게 나와야 하니까 동글동글 날아갈 수 있도록 패스도 연습을 많이 했죠. 제가 따로 한 거랑 SBS 측에서 연습을 붙여주신 거랑 합쳐서 6개월 정도 연습한 거 같아요."

촬영은 여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났다. 사계절을 함께 한 만큼 윤재찬은 촬영 기간을 떠올릴 때마다 내내 웃었다. 그 모습이 주변을 밝게 물들이기도 했다. 연습하다가 바닥에 쓸려 생긴 상처마저도 그는 청춘의 훈장처럼 이야기했다. 그는 "작품 때마다 이런 흉터를 하나씩 새기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럭비도 럭비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형식이의 성장이에요. 이야기 초반에는 형식이가 분노조절장애가 있고 또 콤플렉스가 몸이 작은 거다 보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면 화를 못 참거든요. 근데 7회에서는 형식이가 좀 인간적으로 성장한 모습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사계절을 모두 '트라이'와 함께 촬영했던 만큼 덥기도 많이 더웠고 춥기도 또 많이 추웠단다. 특히 8회에서 문웅의 태클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 같이 연습하는 장면은 매우 추운 겨울에 촬영됐단다. 당시를 회상한 윤재찬은 "정말 살면서 가장 추웠다"고 떠올렸다.
"겨울에 반팔만 있고 살수차를 맞아야 했어요. 근데 또 첫 번째 촬영했던 게 기계적인 결함이 있어서 두 번 촬영했거든요. 온수로는 할 수 없으니까 냉수로 몸을 다 적셨어요. 대사를 할 동안 저희는 계속 물을 맞고 있어야 하다 보니 정말 너무 추웠어요. 그때 계상 선배님이나 다른 친구들도 가장 추웠다고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가 가장 추웠다면 가장 더웠던 때도 있었다. 윤재찬은 "맨 처음 촬영했던 게 경기 씬이었다. 결국에는 너무 더워서 이때는 못 찍겠다 싶어서 가을로 넘어가긴 했지만 맨 처음에 찍었던 건 한여름이었다"고 전했다.
"저희가 대기실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계속 밖에서 단체로 촬영하다 보니 너무 어려웠어요. 가림막이 없는 상태에서 햇빛이 직선으로 내리쬐는 걸 하루 찍다 보니 럭비복 겉에가 다 새까맣게 타기도 했어요. 다들 1도 화상을 입을 정도여서 너무 따갑고 또 더웠어요. 다시 생각하니 또 더운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게 윤재찬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각인시킨 장면은 단연코 1회에서 눈을 뒤집는 장면이다. 상대팀 태클에 설전을 벌이다 상대팀이 인신공격을 하자 형식은 눈에 흰자를 보이며 들이박는 연기까지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실제 지문에는 없었단다.

"캐릭터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말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감독님께 눈을 뒤집는 걸 현장에서 보여드렸는데 너무 재밌어 해주셨어요. 눈을 평소에도 잘 뒤집는 편이라 어려운 건 없었는데 상대방한테 주먹을 들고 돌진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형식은 분노조절장애가 있지만 럭비부 부원들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원래 처음에는 럭비부에 새롭게 들어온 문웅(김 단 분)을 시기 질투하는 모습도 있었단다. 하지만 그렇게 가면 형식이가 너무 비호감일 것 같아서 일부 수정했다. 그는 "형들이랑 있을 때 귀여운 모습이 있으면 어떨까 싶어서 대사를 수정했다"며 "제가 실제로 3형제 중 막내다 보니 형들한테 애교가 좀 있다. 그 덕분에 막내미가 돋보이게 잘 표현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윤재찬이 '트라이'를 통해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 "에너지와 반전 매력이다"라고 답했다.
"사람에게 악함과 선함이 공존하듯이 캐릭터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형식이가 분노조절 못하는 면도 있지만 형들한테는 귀여운 모습도 있다는 등 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배우 윤재찬이 연기하는 도형식에게서 '쟤 연기 잘한다'는 에너지가 느껴지거나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지 같은 게 잘 전달됐으면 했어요."
실제로 인터뷰 내내 마주한 윤재찬에게서는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인데 계속 따라서 웃게 되고 말을 하면 할 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윤재찬은 그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이미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트라이'는 제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가져다준 작품이에요. 가장 뜨거운 순간이기도 했고요. 이를 발판 삼아 저도 앞으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긍정적인 에너지일 수도 있고 파격적으로 연기에 압도당하는 에너지일 수도 있지만 그런 걸 가리지 않고 큰 에너지를 시청자분들에게 잘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런 배우 윤재찬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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