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사실 전 '여성 연대'라고 포커싱을 한 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두 주인공이 여성이다 보니 그들의 연대가 조금 더 중심이 될 수는 있죠. 하지만 단순히 여성 연대로만 본다면 '애마'의 이야기를 좁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애마'는 어떤 시대든 성별을 떠나 자신들의 방식으로 싸우고 버티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해영 감독의 '애마' 여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결 같다. 편견과 폭력적인 오해에 맞서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그들에 대한 응원을 담았다. 이러한 이해영 감독의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도 닿길 바란다. '애마'라는 제목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생긴다면 그에 맞서 견디고 6부까지 볼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담고자 했던 작품의 화두가 전달되기를 말이다.

이해영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출을 맡은 그는 기획 과정부터 캐스팅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2일 6부작 전편 공개된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뜨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독전' '유령' 등 영화를 연출했던 이해영 감독의 첫 시리즈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이해영 감독은 "영화 때와는 다르게 공개일이 다가올수록 처음 느껴보는 싱숭생숭한 감정을 느꼈다"며 "공개된 후 나 또한 정주행을 했는데 보면서 '아주 긴 길을 왔구나. 정말 멀리 왔구나'라는 감정이 새삼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청자와 관객들의 피드백이 다르더라고요. 시리즈는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반응들이 확 밀려와요.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체로 엔딩이나 주요 장면 등을 가리면서 말하거든요. 반며 시리즈는 스포일러 등 필터링이 전혀 없이 완벽하게 오픈돼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완전히 공개한다'는 느낌이라 새로웠습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20년 동안 품고 있던 시놉시스를 꺼내 시리즈로 만들게 된 과정을 밝혔다. /넷플릭스

첫 시리즈 작업 자체는 어땠을까. 이 감독은 "분량 자체가 다르다 보니 쓰는 노동력도 달랐다"며 신인 감독의 마음으로 임했단다. 그는 "짧은 분량의 영화는 머리에서 암산하듯 퍼즐이 맞춰지고 재조립도 된다. 어느 부분에 어느 지문이 있는지까지 안다"며 "반면 6개 분량의 이야기가 되니까 밀도를 유지한 채 구체적으로 조합하는 게 안 되더라.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헷갈리는 순간이 생긴다. 그래서 신인 때처럼 콘티와 대본을 계속 붙잡고 밀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시리즈 작업은 처음이지만 '애마'를 구상한 지는 꽤 오래됐다. 무려 첫 영화가 끝나고 '애마'의 시놉시스를 정리했던 것. 약 20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이 감독은 "내가 '애마부인'의 세대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애마부인'이라는 말 자체가 상징적인 대명사처럼 존재했다. 그래서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 여기에 1980년대 자체가 워낙 특출난 시대다 보니 당시 '애마부인'이 소비됐던 방식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두가 욕망하지만 모두가 죄의식을 동시에 갖고 있는 지점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기획 계기를 밝혔다.

다만 당시 영화로 풀기에는 해야 할 이야기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긴 이 감독이다. 그는 "2시간 분량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시놉만 막연히 정리한 채 묵혀놨다"며 "이후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많이 바뀌고 나 또한 조금 더 유연해지면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이 감독은 작품을 위한 취재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알던 것보다 더 야만적인 1980년대의 모습에 놀랐다. 그는 "당시 여성혐오적인 분위기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팽배했다. 또한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언어 폭력도 심했던 때였다"며 "놀라울 정도로 극한의 시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무리 작품이 '애마부인'이라는 영화를 제외하고 캐릭터나 상황 등 픽션을 기반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배경이 된 시대는 실제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았을 터다.

이 감독은 당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현재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할지가 더 민감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배우 이하늬 방효린 진선규 박해준 등의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작품은 희란과 주애가 큰 줄기를 이끌어간다. 때문에 주애 역으로 2023년 데뷔한 신예 방효린을 발탁한 이유가 궁금했다. 특히 방효린은 '애마'로 첫 시리즈와 주연을 동시에 도전했다.

이 감독은 "주애가 신인배우 역이다 보니 이를 연기하는 배우도 신인배우였으면 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긴 오디션을 통해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다. 마지막쯤 효린 배우가 들어오는데 주애 그 자체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특별출연한 박해준의 등장은 충격과 공포를 안기며 여러 면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극 중 연예부 부장 기자 이재건 역을 맡은 그는 앞선 '폭싹 속았수다'와 현재 방송 중인 '첫, 사랑을 위하여'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일각에서는 "어떤 우정이어야 이런 특별출연이 가능한 것이냐"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이 감독은 다소 억울한 마음을 드러냈다.

"저도 조심스럽게 제안했죠. '이런 역할이 있는데 혹시 해볼 의향이 있어?'라는 뉘앙스로 물었어요. 고맙게도 재건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점에 흥미를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박해준이) 흔쾌히 받았다고 생각했죠. 많은 분들이 '감독한테 협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 등 여러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 정말 조심스럽고 머쓱하게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이해영 감독이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를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등을 언급하며 시즌2 가능성도 점쳤다. /넷플릭스

'애마'의 묘미 중 하나는 주애가 위기에 몰린 희란을 데리고 말을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이다. 이는 실제로 이 감독이 가장 공을 들여 기획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생각한 만큼은 못 보여줬단다.

이 감독은 "'애마'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생각해둔 시그니처 같은 신이었다. 이 장면을 위해 앞선 긴 이야기를 달러온 것"이라며 "영화 '애마부인'이 보여준 성적 욕망의 느낌과 디다르게 남성적 권위적인 광화문 도로 위를 달리는 두 여성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장면 촬영 후 후련함과 통쾌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해영 감독은 '애마'의 다음 시즌을 열어두기도 했다. 그는 "내가 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하게 된다면 시즌1과 달리 보다 더 재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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