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파인' 속 오희동은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대한 답은 끝까지 들을 수 없었지만, 배우 양세종이 생각한 오희동의 이미지는 확실했다. 투박함을 연기하고 싶었던 그는 체중 증량까지 감행하며 로맨스 작품과는 또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양세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각본 강윤성·안승환, 연출 강윤성, 이하 '파인')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삼촌과 함께 바닷속 보물울 찾기 위해 나선 도굴꾼 오희동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3일 11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 '파인'은 1977년, 바다 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OTT 시청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파인'은 디즈니+ 한국 콘텐츠 중 30일 연속 시청 횟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에 양세종은 "작품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기쁘다"며 "그리고 강윤성 감독님을 비롯해 류승룡 선배님, 임수정 선배님 등 모든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 그는 "대본을 읽고 나서 바로 출연한다고 했었다. 심장이 뛰었다. 희동이 가진 거칠고 날 것의 성향을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에 출연해 로맨스를 소화했던 만큼 장르적인 면도 영향을 끼쳤다. 양세종은 "아무래도 아직 보여드릴 연기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좀 퐁당퐁당 장르르 왔다 갔다 하고 싶다. 이번뿐만 아니라 남은 연기 인생에서도 기회만 된다면 멜로도 했다가 시대물도 하는 등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늑대 같은 희동이를 연기하고 나니까 재밌었어요. 충동이 올라올 때마다 행동으로 옮기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인간 양세종은 생각이 많은 편인데 희동이는 그렇진 않잖아요.(웃음) 저와 다른 부분에서 더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파인'은 강윤성 감독의 각색 작업을 거쳐 지금의 시리즈가 탄생했다. 특히 강윤성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도 때때로 대본을 수정하며 공을 들였다. 이에 양세종은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 오늘 촬영을 하다 보면 미묘한 감정들이나 현장에서 생기는 흐름이 있다. 그러면 여기에 맞춰 다음 대본도 수정을 한다"며 "촬영을 마치고 피곤할 텐데 이걸 매일 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자신이 맡은 오희동이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본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사에 집중이 됐단다. 그는 "대본을 계속해서 붙들고 있었다. 그렇게 감독님이 만들어준 희동이의 흐름을 쭉 따라가다 보니 캐릭터만의 특색도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저희 작품에 캐릭터만 무려 16명~20명 정도 나와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 캐릭터들의 서사를 하나하나 다 만들어요. 심지어는 타당성이 있는 서사고 이 상황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리얼함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엄청 꼼꼼하세요. 배우로서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기하다 보면 탄력이 붙는 시기가 오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때그때 수정된 대본에 더 푹 빠져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파인'이 시대극을 표방한 만큼 양세종 역시 그때 그 시절의 스타일링을 소화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양세종은 "사전에 의상팀과 분장팀, 감독님과 회의를 엄청 했다. 당시의 헤어 스타일부터 패션, 그리고 분장까지도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서 지금의 희동이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오희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양세종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는 '투박함'이었다. 그는 "액션을 찍을 때도 멋있다기보다는 투박함이 있었으면 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투박한 인상을 심고 싶어서 체중도 증량했다. '이두나'에 비하면 6~7kg 정도 찌운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인'을 준비하고 촬영하며 고충은 없었을까. 양세종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배 타고 나가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해가 엄청 강렬한데 그 밑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 육체적인 힘듦이 있었다"며 "다만 연기적인 힘듦은 내 직업이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 연기에서 힘든 것이 있다면 그건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내가 해내야 하는 부분이지 않나"고 전했다.
극 중 오희동의 욕망은 돈으로 시작하지만 중간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세종은 "중반부터 선자(김민 분)가 되고, 후반에는 삼촌 오관석(류승룡 분)이었던 것 같다. 희동이에게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삼촌이 잘못되는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며 "결국 희동이는 선자와 삼촌,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욕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삼촌 류승룡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양세종은 "선배님은 정말 따뜻한 분이다. 촬영 전부터 연락을 주셔서 사석에서 밥도 많이 먹고 공연도 보러 다녔다. 심지어는 제주도 올레길도 100km씩 걸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유머러스한데 진지할 때는 진지하다. 그래서 현장에서 늘 분위기메이커인 동시에 모든 전체적인 것을 보며 구심점 역할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마지막 트럭 신이 떠올라요. 오관석이 '희동아' 하며 쳐다볼 때의 선배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극 중에서 삼촌이지만 아버지라고 생각했다며 연기했어요. 그래서인지 그때 선배님의 눈빛과 함께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파인'은 욕망에 대한 허무함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보물과 욕망은 어쩌면 한 끗 차이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임수정에게 보물일 수도 욕망일 수도 있는 것은 무엇일지 물었다.
"저의 욕망은 아무래도 연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마음 같아요. 반면 보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죠. 그들과의 관계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요. 컨디션을 좌지우지할 때도 있죠. 나이가 들면서 변화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 가장 큰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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