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안주영 감독이 의견이 분분했던 'S라인' 결말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어줬다. 옴니버스로 시작해 결국 혼자 마무리 짓게 됐지만 안 감독은 최선을 다해 원작으로 가는 프리퀄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런 그가 가장 기쁠 때는 '배우들을 향한 호평을 볼 때'라고 밝혔다.
안주영 감독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더팩트>와 만나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S라인'(감독 안주영)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출을 맡은 안 감독은 이날 기획의도부터 각색 방향성, 연출 주안점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5일 6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S라인'은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이어지는 붉은 선, 일명 S라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금지된 욕망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판타지 스릴러 시리즈다.
작품은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시리즈는 모두가 'S라인'을 보는 원작과 달리 시리즈는 신현흡(아린 분)과 매개체로 등장하는 '안경'을 소유한 일부만 'S라인'의 존재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해 안 감독은 "처음부터 기획 자체는 웹툰 'S라인'의 프리퀄 같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모두에게 S라인이 보이는 결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야 했다"며 "급하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규진과 현흡이라는 인물을 통해 의미를 부여해서 S라인이 나왔다는 자체는 의도한 바였다"고 밝혔다.
모든 회차가 공개된 후 작품은 극명한 호불호가 갈렸다. 이에 안 감독은 "(시청자들이) 화가 잔뜩 났더라. 사실 처음부터도 다양한 이유로 화를 내긴 했다. 다만 그때는 호평도 있었다면 마지막에는 확실하게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에는 안 감독도 언급했지만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결말로 인한 부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안 감독은 "아무래도 6부에서 결말을 닫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만들 때는 필요한 이야기를 다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볼 때는 급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터다. 특히 'S라인'은 당초 안 감독 혼자의 작품이 아닌 여러 감독이 참여해 에피소드를 맡고 이를 관통하는 큰 이야기를 부여하는 식의 스토리라인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다. 그러나 작업 과정에서 안 감독이 홀로 진행하게 됐고 그가 각색을 맡으며 지금의 'S라인'이 탄생한 것이다.
"당초 옴니버스 형식으로 기획이 됐어요. 웹툰도 주인공 없이 각각의 주인공으로 분절된 방식이잖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다 나눠진 에피소드였는데 다만 드라마화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는 주인공은 필요했어요. 때문에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는 과정이 필요했고 주인공들이랑 잘 맞을 것 같은 에피소드를 선별하다 보니 6부작이 됐어요."
마지막에 가장 주요하게 작용한 역할은 바로 이규진(이다희 분)이다. 안 감독은 이규진의 역할을 성서에 나오는 뱀으로 비유했다. 그는 "단순하게 '절대자'라는 의미보다는 에덴동산에서 뱀이 인간에게 사과를 주며 먹을지 말지를 선택하게 하는 존재처럼 규진을 신과 인간 사이의 대리인 같은 존재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짚었다.
미지의 존재 이규진을 제외하고 안경을 쓰지 않아도 S라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을 현흡으로 설정한 이유도 있었을까. 안 감독은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다. 꼭 대단한 능력이 아니어도 남들이 못 볼 때 혼자만 S라인을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이를 담을 수 있는 설정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의 바람을 실현해 준 건 바로 오마이걸의 아린이었다. 특히 아린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안 감독은 "오디션은 열어놓고 진행했다. 고등학생 역할이다 보니 성장할 수 있는 어린 배우들을 중점으로 살폈다. 아린의 경우 드라마에서 봤던 청순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단단하고 반짝반짝한 느낌이 있었다. 부러지기보다는 내면의 강인함이 돋보였다. 마침 현흡이도 외유내강의 느낌이었기 때문에 아린의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아린과 이다희 등 주인공도 주인공들이지만 이은샘 이가섭 우지현 정미형 등 여러 에피소드에서 활약한 배우들 또한 자신들의 역할을 200% 소화해 내며 작품에 힘을 실었다.
"배우들을 좋아해 주는 건 저에겐 가장 큰 칭찬이에요. 이가섭과 우지현 등 단편을 찍을 때부터 연기를 잘하고 유명한 분들이어서 이미 알고 있었던 배우들이에요. 때문에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섭외하는 데 있어 전혀 망설임이 없었죠. 정미형 배우의 경우에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서울국립영화제에서 독백으로 상을 받은 분이었어요. 새로운 얼굴이고 연기도 정말 잘하는 터라 난해한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하게 됐어요."
배우들의 호연 외에도 'S라인'은 데이트폭력, 불륜, 집단 성폭행, 친족 성폭행, 관음 몰카 등 성적 관계에서 비롯된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며 여러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소재를 다뤄 에피소드를 형성한 이유가 있었을까.
안 감독은 "S라인이 있다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범죄로 이뤄진 행위가 아닌 이상 라인이 있다는 게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이를 통해 안 좋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사건들을 다루려고 했던 것 같다. 일례로 리벤지 포르노 등이 나왔을 때 이로 인한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는 문제는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호불호와는 별개로 'S라인'이 파격적인 소재로 신선함을 안긴 작품인 건 확실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시즌2에 대한 궁금증도 갖고 있었다. 이에 안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시즌2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원작을 아는 분들은 느꼈을 테지만 이 작품은 결말을 통해 원작으로 수렴됐다. 다만 모르는 분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열린 결말처럼 느껴진 것 같다. 난 완전히 닫힌 결말을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아무래도 원작에서 조금 메인으로 가져갈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선정해야 할 것 같아요. 원작이 워낙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보니 그중에서도 극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메인 에피를 정해서 S라인이 보이는 세상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호 반응도 겸허히 받아들인 안 감독은 대신 호평도 마음에 담아두려고 한다. 이에 그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작품을 떠나보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이 좋다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요. 실제로 다들 열심히 해줬거든요. 분명 힘든 촬영도 몇몇 있었는데 그럴 때도 다들 몸을 안 사리고 열심히 임해줬어요. 또 다른 반응으로는 결말에 관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좋다고 표현해 준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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