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엄지원, 아직 오지 않은 화양연화를 기다리며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8.04 10:00 / 수정: 2025.08.04 10:00
극 중 사랑스럽고 진취적인 마광숙 役으로 열연
"쉽게 들 뜨지 않아…배우로서의 화양연화 꿈꿔"
배우 엄지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바이포엠 스튜디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ABM컴퍼니
배우 엄지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바이포엠 스튜디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ABM컴퍼니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2025년, 엄지원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해였다. 사랑스러운 주말극 주인공부터 스크린을 장악한 악역까지 엄지원은 다채로운 얼굴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볐다. 그럼에도 들뜨지 않았다. 흥행의 기쁨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고 결과보다 과정을 껴안는 단단한 태도로 앞으로의 한 걸음을 고민했다. 데뷔 26년 차임에도 여전히 성장 중인 엄지원. 그의 화양연화는 어쩌면 아직 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을 기다리며 묵묵히 걸어가는 지금 이 시간 자체가 엄지원에게 가장 아름다운 계절일 것이다.

배우 엄지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바이포엠 스튜디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극본 구현숙, 연출 최상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마광숙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오랜 전통의 양조장 독수리술도가의 개성 만점 5형제와 결혼 열흘 만에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졸지에 가장이 된 맏형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총 54부작으로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시청률 20.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기존의 50부작에서 4회 연장을 확정 짓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엄지원은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시청률이나 흥행은 저희 뜻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었다"며 "흥행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이 성공했기 때문에 연장이 된 거잖아요. 너무 감사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4개의 회차가 연장되면서 이야기의 밀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름답게 유종의 미로 끝내느냐, 4부작을 해서 더 사랑받고 끝내느냐 이 부분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같은 밀도로 54부작이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원한 거니까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어요."

엄지원은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이야기 중 '가족'에 끌렸단다. 그는 "처음 결혼을 한 후 형제들을 만나고, 또 다른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하나의 가족이 되는 이야기였다"며 "그러다 보니 동석(안재욱 분)과의 연애가 주를 이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동석과 광숙의 이야기를 사랑해 주신 건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엄지원은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마광숙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KBS2, ABM컴퍼니
엄지원은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마광숙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KBS2, ABM컴퍼니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가지면서 나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좀 약해진 시대에 이 드라마 속 광숙이 진짜 혈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따뜻하고 힐링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지금은 경기도 안 좋고 사회 자체가 각박하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어른들이 좋아하신 것 같아요. 따뜻함을 그리워하셨던 분들도 대리 만족을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엄지원이 맡은 마광숙은 별명이 '대인배'일 정도로 명랑하고 쾌활한 인물이다. 독수리술도가의 대표 오장수의 우직한 성정에 반해 결혼이라는 모험을 선택하지만 결혼식 올린 지 열흘 만에 남편이 죽는다. 이후 LX호텔의 회장 한동석을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엄지원은 마광숙 역을 맡아 눈물과 웃음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으로 극의 중심축을 이끌었다. 특히 가족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엄지원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인생의 면면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연기를 펼쳐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엄지원은 "광숙이 사랑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칫 잘못 연기하면 위험할 수 있는 캐릭터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제가 잘 표현하면 너무 사랑스럽게 보일 것 같다는 걸 대본을 읽고 느꼈어요. 이렇게 연기를 하면 되겠다는 그림이 그려질 때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를 선택했죠. 이 이미지를 토대로 광숙이만의 오지랖을 잘 표현할 수 있던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엄지원은 광숙이가 다른 캐릭터들과 다른 지점으로 '오지랖'을 꼽았다. 그는 "모든 사랑을 다 끌어안고 이해하는 게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된 지점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엄지원은 연기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ABM컴퍼니
엄지원은 "연기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ABM컴퍼니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모든 인물 중에서 저랑 광숙이가 제일 싱크로율이 높아요. 광숙이가 정말 씩씩하고 잘 웃고 정도 많고 의리 있는 사람인데 그런 게 많이 닮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광숙이만큼 오지랖이 넓거나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이 캐릭터한테 기가 뺏긴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도 있었죠. 그래도 이런 광숙이의 오지랖이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잘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엄지원은 올해 상반기에만 많은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특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민옥 역으로 특별출연해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줬고 '탄금'에서는 민연의 역으로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트렁크'에서는 이선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선보이며 더욱 폭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엄지원은 "잘될 때는 너무 행복하지만 안 될 때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작품이 잘 안될 때가 너무 많았거든요. 그게 얼마나 아픈 건지 알기 때문에 그런 것들로부터 건강해지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많은 훈련을 했어요. 배우는 직업 특성상 일반 사람들보다 조금 감성이 많이 민감해요. 그래서 기쁘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조금 더 크게 받아들이죠. 그래서 힘들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여기서 빠져나와서 계속 걸어가야만 좋은 순간을 만나면서 오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1998년 MBC 시트콤 '아니 벌써'로 데뷔한 엄지원은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직 좀 남긴 했지만 엄지원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언제 이렇게 했나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로서의 화양연화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순간을 언제나 기다리고 꿈꾸고 있어요. 이 꿈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캐릭터와 작품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화양연화는 오지 않은 거 같아요. 언젠가는 제가 연기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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