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태원석'] 자신만의 속도로 완성한 빛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7.26 00:00 / 수정: 2025.07.26 00:00
극 중 원반던지기 동메달리스트 출신 강력특수팀 경장 신재홍 役
"유연한 배우 되고파…더 많은 매력 보여드리고 싶어"
배우 태원석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예원 기자
배우 태원석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예원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태원석은 연기에 있어 한 치의 타협도 없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그는 배우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웃어넘겼다. 그래서일까. 한 장면 한 장면에 쏟아낸 노력과 감정들이 단순한 연기를 넘어 인물 그 자체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 무명 시절을 버텨낸 그는 그 누구보다 지금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태원석은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매 순간 진심으로 연기하고 있었다.

태원석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20일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극본 이대일, 연출 심나연)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강력특수팀 경장 신재홍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터뷰를 위해 태원석을 마주하자마자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굿보이' 속 그가 열연한 신재홍의 캐릭터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작품 속 그는 20kg을 증량한 채 푸근하고 귀여운 외향을 하고 있었다면, 실제로 마주한 태원석은 날렵한 턱선과 깊은 눈매,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로 전혀 다른 인상을 안겼다. 순간적으로 인터뷰를 잘못 준비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태원석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하자 "너무 감사하다"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외향 먼저 준비하는 성격이에요. 증감량에 부담이 있다기보다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께서 '재홍이 귀여워' '재홍이 오은영 박사님 같아' '나만의 개그맨' 이렇게 반응해 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그저 감사하죠."

실제로 태원석은 '굿보이' 대본을 읽자마자 작품에 푹 빠졌단다. 신재홍 역을 꼭 맡고 싶었던 그는 감독에게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물티슈를 들고 직접 원반던지기 자세를 따라 해봤다고. 그는 "감독님께서 그 영상을 보고 빵 터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재홍이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그 열정을 보여드렸는데 그런 부분에 기특함을 느끼신 것 같다"고 떠올렸다.

"제가 여태까지는 강한 캐릭터들만 연기를 해왔다 보니까 조금 감정적이면서도 따뜻한, 일상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재홍이를 연기한다면 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회라고 생각했죠."

태원석은 굿보이에서 강력특수팀 경장 신재홍 역으로 열연했다. /서예원 기자
태원석은 '굿보이'에서 강력특수팀 경장 신재홍 역으로 열연했다. /서예원 기자

특히 신재홍이 원반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설정은 태원석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핵심 포인트였다. 단순히 배경으로만 소비되는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과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연결 고리였기 때문이다.

"7개월에서 8개월가량을 한국체육대학교에 가서 육상부 코치한테 훈련을 받았어요. 원반던지기가 생소한 운동이긴 하지만 재홍이를 이해하려면 정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대충 준비하면 시청자분들이 제일 잘 아실 거거든요. 제가 100%까지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야 은퇴 후의 경찰 생활에도 몰입하실 거라는 생각에 이 악물고 했어요."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고. 그는 "카메라가 앞에 있을 때는 특수 제작한 안전한 소품을 사용했다"며 "실제 원반을 8개월가량 갖고 놀다 보니까 그게 훨씬 익숙해져서 안전용 소품이 오히려 어색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코치가 저랑 체격도 비슷해요. 그래서 코치의 모든 걸 다 따라 했어요. 선수들이 경기 시작 소리가 들리면 바로 던지는 게 아니라 본인들만의 루틴이 있더라고요. 야구 선수들이 경기 전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루틴들까지 하나하나 다 따라 하려고 했어요."

원반던지기 연습만큼이나 공을 들인 건 '굿벤져스' 팀원들과 함께한 액션 장면이었다. 특히 13회에서 팀원들이 힘을 합쳐 민주영(오정세 분)을 향해 맨몸으로 맞서는 장면은 극의 클라이맥스라 할 만큼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신재홍은 사다리를 이용해 악인들과 다투면서도 "많이 안 다치셨죠?"라며 상대를 걱정하는 대사를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힘은 넘치지만 마음은 한없이 따뜻한 재홍의 면모가 잘 드러난 장면이자 태원석 특유의 연기 톤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된 순간이었다.

"그 장면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사과하면서 때려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재홍이가 나중에 '왜 이렇게 진정을 안 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도 애드리브예요. 감독님께서 그런 센스들을 재밌게 만들어주셔서 재홍이가 더 귀엽게 보일 수 있던 것 같아요."

이렇듯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재홍이라는 인물을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준 건 단순한 액션이나 유머가 아니었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책임을 지려는 인물의 내면, 그 서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일이 태원석에게는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였다. 그는 "저는 아직 아이가 있는 부모의 감정을 못 느껴본 사람이다 보니까 어떻게 공감해야 할지 잘 몰랐다. 주변 기혼자 형님들한테 많이 물어봤다"며 "그분들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식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줬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재홍이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태원석이 굿보이는 제 배우 인생에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서예원 기자
태원석이 "'굿보이'는 제 배우 인생에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서예원 기자

"재홍이가 징계를 먹은 뒤 대리운전도 하면서 힘든 삶을 살았는데, 저도 힘들었던 때가 있다 보니까 그런 감정 잡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촬영을 혼자 해야 하다 보니 그게 더 힘들었죠. 이후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너무 따뜻했어요. 실제로 함께하지 못한 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까지 느껴지면서 되게 편안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태원석이 신재홍의 내면까지 이해할 수 있던 건 어쩌면 그 또한 힘들었던 시기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2010년 SBS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으로 데뷔한 태원석은 오랜 기간 무명과 단역 시기를 보냈다. 이후 2018년 방영된 '플레이어'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이제는 주연 배우로 우뚝 섰다.

"20대 때 저는 연기에 정말 올인했어요. 일주일 중 5일 이상 프로필을 돌렸고 친구들과 놀러 나가지도 않았죠.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연기만 생각하면서 그렇게 20대를 보냈어요. 그 과정이 있는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만의 매력을 시청자분들께 더 보여드리고 싶죠. 저를 보고 재밌어하시면서 조금이라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움도 분명 있지만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시간이기에 후회는 없다는 태원석. 그는 여전히 연기를 고민하고 한 작품 한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채워가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태원석은 20대 때의 시기가 후회되지는 않는단다. 다만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보니 그 부분을 놓친 건 아쉽긴 하다. 그런 상황을 연기할 때 제가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제가 실제로 경험하고 느꼈다면 훨씬 더 잘 표현할 텐데 지금은 얘기를 들은 걸 바탕으로 표현하니까 그게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살 것 같다"고 힘 있게 말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방향성도 분명했다. 단순히 눈에 띄는 연기가 아니라 인물의 결을 따라가며 그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화려한 액션이든, 일상의 소소한 감정이든,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유연한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이 그의 말 속에 묻어났다.

"'굿보이'는 제 배우 인생에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2018년 '플레이어'예요. 당시 무명에서 벗어나게 해준 작품이거든요.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고민을 할 찰나에 만난 게 '굿보이'예요.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준 작품이다 보니 두 번째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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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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