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오징어게임3' 박규영, 책임감으로 견고해진 시간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5.07.07 10:00 / 수정: 2025.07.07 10:00
핑크가드이자 탈북자 강노을 役으로 활약
"중심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배우 박규영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최근 <더팩트>와 만나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배우 박규영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최근 <더팩트>와 만나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살다 보면 삶에서 중요한 변화를 맞는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 배우 박규영에게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출연하게 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캐릭터의 단단함을 표현한 데 이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마주하며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찰을 거듭해 한층 더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박규영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감독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3')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강노을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총 6부작으로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됐다.

지난 2021년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시즌1의 배턴을 이어받은 작품은 공개 직후 93개국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과도한 캐릭터, 정체불명의 서사, 허술한 전개 등으로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다만 박규영은 이 같은 다양한 반응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 때문이다. 그는 "(작품 공개에 관해) 후련할 수가 없다. 작품을 보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반응을 마주하지는 못한 상태"라며 "어리석었고 실수였고 굉장히 많이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박규영은 지난 1월 '오징어 게임2' 공개 직후, 촬영 현장 사진을 개인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스포일러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 속에서 박규영은 핑크가드 의상을 입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의 모습 뒤로 핑크가드 옷을 입은 한 배우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었다. 해당 배우는 '오징어 게임2'에서 게임의 참가자로 출연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3'에 관한 스포일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죄책감이 굉장히 많았어요. 자책도 많이 했고 작품 속에서 연기자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신중함에 대한 성찰과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스스로 결말을 찾는 시간이었어요. 적당한 신중함과 조심성을 가져야지가 아니라 얼마나 더 크게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인지 생각했어요."

박규영이 인터뷰에서 행동이 자유롭게 움직이면 안 되는 인물이어서 좀 더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박규영이 인터뷰에서 "행동이 자유롭게 움직이면 안 되는 인물이어서 좀 더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박규영은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글로벌 인기 덕에 책임감의 무게를 더 크게 마주했다. 그는 "이미 팬덤이 너무 확고하고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경험"이라며 "그 안에서 제 몫을 해내려면 얼마나 제 중심에 단단한 것이 있어야 하는지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중심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배우이자 사람 박규영으로서 얼마나 더 진솔하고 겸손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지 지난 몇 년간 다시 한번 느꼈어요. 사실은 제 터닝 포인트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이 총집합 돼서 많은 것을 느끼고 그것을 기반으로 좋은 모습, 기대에 미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터닝 포인트였어요."

박규영은 작품에서 게임의 주최 측 진행 요원인 핑크가드이자 탈북자 강노을 역을 맡아 활약했다. 노을은 뛰어난 사격 실력을 지닌 핑크가드 11번으로 돈을 모아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인물이다. 게임장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박경석(이진욱 분)이 게임에 참가한 것을 알아채고는 그를 예의 주시한다.

박규영은 "노을은 엄청난 서사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어떠한 희망이 전무한 인물이다. 혹여나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희망도 있지만 그에 수반하는 죄책감 절망감이 지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노을이 극단의 어둠에 갇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규영의 말대로 노을은 아이를 북에 두고 와 찾지 못하는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게임에 참가한 경석과 그의 아픈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이러한 노을의 모습에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경석을 구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아이를 잃을 수도 있는 부모의 감정, 아이에게 부모의 지킴을 받게 해주고 싶은 감정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아이를 잃을 수도 있는 감정과 부모의 보호가 없이 살아갈 아이에 대한 감정이 노을이 가진 가장 굵직한 감정이자 고통이었어요. 그런 감정들이 노을의 행동에 대한 동기가 아니었는지 생각해요."

박규영은 희망이 없는 노을을 눈빛 표정 목소리 등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의지가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함께 군인 출신인 설정을 살려 표현을 극대화할 방법을 논의했다"며 "눈빛, 표정, 누군가에게 주는 시선, 그동안 보여드린 적 없는 가장 낮은 톤의 목소리로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돌이켰다.

박규영은 핑크가드로서 마스크를 써 표정을 드러낼 수 없는 장면에서는 몸짓으로 대체해 캐릭터를 표현했다. 특히 몸짓의 단단함을 표현하기 위해 근육을 키웠다. 그는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극대화할 수는 없었다. 행동이 자유롭게 움직이면 안 되는 인물이어서 좀 더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근육을 키워서 견고히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키웠어요. 실제로 근육량을 많이 늘렸고 체지방을 많이 태웠어요. 당시 체지방량이 7.9kg, 골격근량이 25.2kg였어요. 캐릭터가 먹는 데 별로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가장 절박하고 건조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총기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근육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헬스를 했어요."

박규영이 인터뷰를 통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한 저만의 메뉴얼을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박규영이 인터뷰를 통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한 저만의 메뉴얼을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노을은 경석을 대상으로 장기 매매를 시도하는 핑크가드들을 죽이고 경석을 살리기 위해 부대장(박휘순 분)에 대항해 사투를 벌인다. 박규영은 액션 연기를 어떻게 준비했을까.

그는 "총기가 보기보다 무겁다. 잘 사용할 수 있게끔 근육량을 증량했다. 액션 스쿨에서 동작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고 촬영할 때도 가장 최상의 것이 나올 때까지 거듭해서 찍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액션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단단한 노을 캐릭터를 연기한 박규영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참여하면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여러모로 단단해졌다. 그는 "내면은 끊임없이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다. 단단해진다는 것은 자기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같고 어떤 혼란이나 헷갈리는 것들이 있을 때 자기중심으로 와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연기할 때도 시선이나 불특정 요소들이 있을 때 자기중심으로 돌아와서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연기자로서,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봐주시는 직업을 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꼭 가져야 하는 요소들 같아요. 하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구나'하는 마음을 정말 매번 느껴요. 후회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한 저만의 메뉴얼을 만드는 것 같아요. 아직은 너무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박규영은 자기 객관화를 하며 단단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단다. 그는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한다. 매일매일 오늘의 나는 어땠고, 요즘의 나는 어떻고, 앞으로의 나는 어떨 것 같고, 과거의 나는 어땠는지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저는 아직 부족한 인간이니까 오늘 가서도 해야할 것 같다"고 들려줬다.

2016년 조권의 뮤직비디오 '횡단보도'로 데뷔한 박규영은 내년이면 데뷔 10년째를 맞는다. 그는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더 단단해진 성장한 모습을 꿈꾼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조금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은 좀 더 지혜로운 배우가 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에요. 좋은 사람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지혜로운 판단을 했다, 사람으로서 좋은 면모를 가졌다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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