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아홉, 어설픈 패기 대신 진솔한 불안과 희망
  • 정병근 기자
  • 입력: 2025.07.03 00:00 / 수정: 2025.07.03 00:00
1일 첫 번째 미니 앨범 'WHO WE ARE' 발매
자신감과 패기 대신 불안과 희망 담아
아홉이 지난 1일 첫 번째 미니 앨범 WHO WE ARE를 발매하고 데뷔했다. 앨범은 시련과 불안이 공존하지만 희망차고, 자신감과 패기 대신 연대를 강조한 단단함이 있다. /F&F엔터
아홉이 지난 1일 첫 번째 미니 앨범 'WHO WE ARE'를 발매하고 데뷔했다. 앨범은 시련과 불안이 공존하지만 희망차고, 자신감과 패기 대신 연대를 강조한 단단함이 있다. /F&F엔터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시련과 불안이 공존하지만 희망차고, 자신감과 패기 대신 연대를 강조한 단단함이 있다. 그래서 곱씹을수록 진정성이 우러나오고 이내 마음이 열린다. 신인 보이그룹 아홉(AHOF)이 진심을 꾹 눌러담은 앨범으로 첫 챕터를 열었다.

아홉(스티븐 서정우 차웅기 장슈아이보 박한 제이엘 박주원 즈언 다이스케)이 지난 1일 첫 번째 미니 앨범 'WHO WE ARE(후 위 아)'를 발매하고 데뷔했다. 1월 '유니버스 리그' 종료 후 6개월 만에 나온 앨범이다.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 그룹이 늦어도 프로그램 종료 후 2~3개월 내에 데뷔하는 것을 생각하면 꽤 늦은 편이다.

아홉은 서두르기보다는 수차례 시련에 부딪히면서도 한걸음씩 내디딘 지난 과정을 떠올리며 가사 한 글자, 한 음에도 진심을 꾹꾹 눌러담았다.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 그룹들이 당찬 패기와 자신감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아홉은 반대로 내면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꺼내놓으며 희망을 얘기한다. 전형적인 '소년상'의 틀을 깬 선택이다.

앨범은 타이틀곡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Rendezvous)'를 필두로 '소년, 무대 위로 넘어지다(Intro)', '파랑 학교, 초록 잔디, 빨간 운동화', '미완성은 아닐거야', '우주 최고의 꼴찌', '아홉, 우리가 빛나는 숫자(Outro)'까지 총 6개 트랙이 수록됐다. 각자의 불안과 방황, 그리고 연결되지 않았던 감정들이 여섯 곡을 통해 하나의 서사로 흐른다.

타이틀곡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는 기타와 드럼이 만드는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복잡한 감정을 투영한 밴드 트랙이다. 소년의 불완전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린다. 멤버들은 다시 되돌리고 싶은 순간, 그리고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말 못 한 마음과 놓지 못한 마음을 전한다.

아홉은 이 곡에서 '저 멀리서도 들을 수 있게 끝없이 외치며 달렸어/ 지친 내 마음이 아프대'처럼 시련을 겪으며 ''혹시 너무 변한 건 아닐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며 나를 잊고 지내는 건 아닐까' 불안과 두려움도 느낀다. 그러면서도 '두 눈에 비친 아홉 빛깔/ 저 멀리서도 느낄 수 있게 또 다시 날 부르고 있어'라며 희망을 본다.

'소년, 무대 위로 넘어지다'에서도 '불 꺼진 무대 차가운 공기 모든 게 낯선 날/ 한 걸음 다시 무대 위로 넘어지는 나를 봐/ 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 세상 속의 점 하나'라는 외로움 속에 '아홉 개의 조각 별이 되던 밤/ 넘어진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나/ 이 순간 영원히 우린 빛날 거야'처럼 다시 꿋꿋하게 일어선다.

아홉의 노래와 무대는 음악성과 진정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더 많은 가능성과 성장을 품은 팀이라는 걸 알게 한다. /F&F엔터
아홉의 노래와 무대는 음악성과 진정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더 많은 가능성과 성장을 품은 팀이라는 걸 알게 한다. /F&F엔터

이런 마음들은 멤버들과의 끈끈함 더 나아가 팬들과의 연대로 이어진다. '우리 처음 만난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혹시나 길을 잃는다면 크게 날 불러줄래'('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끝없었던 시간들 버텨냈었던 그 밤들/ 그걸로 처음은 완전해졌다/ 우리라는 의미가 미완성일지 몰라도 함께란 걸 알아'('미완성은 아닐거야')처럼.

그 과정을 지나다 보면 마지막 트랙 '아홉, 우리가 빛나는 숫자'라는 제목 10글자가 묵직하고 단단하게 다가온다. 불완전하기에 더 진심이고, 서툴기에 더 선명했던 소년들의 목소리는 어느새 아홉 개의 조용히 반짝이는 별이 된다. 이는 비단 아홉 멤버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느끼는 낯익은 감정이다.

데뷔 쇼케이스 당시 타이틀곡 작사에 참여한 차웅기는 "TO1으로 활동하다가 해체되고 홀로서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 마음을 가사로 썼고 다행히 타이틀곡에 잘 담긴 거 같다. 뜻깊은 가사들이 있다"고 말하며 울컥했다. 꼭 그 가사가 아니더라도 여섯 트랙을 통해 그 마음이 은근하게 전해져 그의 눈물에 공감하게 된다.

리더 스티븐도 사연이 많다. 그는 2019년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x101'을 거쳐 2021년 그룹 루미너스로 데뷔해 활동했지만 1년여 만에 팀이 사라졌다. 그 역시 쇼케이스에서 "이 아홉 명으로 데뷔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울먹였다.

그 감정들의 연장선상에서 화려한 사운드 대신 멤버들 보컬에 집중했고 퍼포먼스는 절제와 여백을 택했다. 심플하지만 계산된 움직임,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은 소년들이 겪는 감정의 파동을 드러낸다. 누워 있는 안무, 멈춰 선 채 시선을 흩뜨리는 연출 등 움직임 사이의 공백을 감정의 언어로 사용해 흔들리는 소년들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아홉의 노래와 무대는 음악성과 진정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더 많은 가능성과 성장을 품은 팀이라는 걸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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