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93개국 1위에도…'오징어 게임3'는 왜 흔들렸나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7.02 10:00 / 수정: 2025.07.02 10:00
넷플릭스 1위 타이틀에 가려진 구조적 허점
캐릭터 과잉→개연성 실종으로 혹평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됐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됐다. /넷플릭스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차린 건 많았지만 먹을 건 없었다. '오징어 게임3'가 그러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93개국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아이러니한 현재다.

6부작으로 구성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감독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3')가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시즌1은 2021년 공개 당시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수, 시청 시간, 시청 가구 수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가면을 쓴 진행요원, 초록색 트레이닝복,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며 문화적 파급력까지 발휘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시즌2와 시즌3가 연이어 제작됐지만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3'는 공개 직후 93개국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겉보기에는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즌3를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과도한 캐릭터, 정체불명의 서사, 허술한 전개. 팬들조차 등을 돌릴 정도로 내실이 부실했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중심축인 성기훈 캐릭터의 붕괴다. 시즌2에서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했던 그는 시즌3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한다. 극 중 성기훈은 게임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지만 그가 드러내는 감정선은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럽게 전개된다.

특히 탄창을 가져오지 않은 강대호(강하늘 분)를 향해 분노하며 폭력적으로 돌변한 장면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복수심인지 정의감인지 모호한 감정선은 결국 캐릭터의 신념을 무너뜨렸다. 이전 시즌에서 목숨을 걸고 사람을 살리려 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캐릭터의 방향성을 잃었다.

오징어 게임3가 93개국 1위에도 불구하고 개연성 없는 서사로 인해 혹평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가 93개국 1위에도 불구하고 개연성 없는 서사로 인해 혹평받고 있다. /넷플릭스

이를 연기한 이정재는 연기력 논란에까지 휘말렸다. 한결같이 화가 난 듯한 표정과 느린 호흡은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 그러나 이는 배우의 문제가 아닌 연출의 실패라는 지적이 많다. 이정재라는 배우의 연기력을 끌어내지 못한 연출의 한계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의 신뢰도마저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설득력을 잃은 스토리 전개도 아쉬움을 남겼다. 장금자(강애심 분)가 자신의 아들 박용식(양동근 분)을 찌르면서까지 준희(조유리 분)와 그 아기를 지키려는 장면은 감정적 공감이 부족했다. 시즌2부터 금자가 준희를 계속 챙기며 마음을 썼다는 복선이 있었다 해도 자신의 자식을 죽이는 선택의 동기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준희의 죽음 이후 아기가 참가자로 편입되고 이를 살리기 위해 성기훈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개 역시 억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아기까지 게임 참가자로 편입되는 장면은 현실감을 잃었고 결국 아기는 황준호(위하준 분)에게 맡겨지며 이야기는 급하게 마무리됐다. 이 또한 극의 중심 플롯과는 큰 연관 없이 마무리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황준호는 적잖은 분량을 소화했지만 뚜렷한 역할 없이 마무리됐고 마지막엔 느닷없이 아기의 보호자가 됐다. 그의 등장은 시즌1부터 계속 이어졌지만 시즌3에서는 내내 게임 외곽에서 배회하며 중심 이야기와의 접점이 부족했다. 성기훈을 찾는 일명 '도시어부' 팀도 극 전개와의 유기성이 전혀 없다. 존재 이유는 분명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혼란만 남겼다.

이처럼 인물 수만 계속 늘어나다 보니 각자에게 억지로 사연을 붙인 듯한 전개가 이어졌다. 박경석(이진욱 분)과 강노을(박규영 분)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 서사를 억지로 늘려 붙인 듯한 인상으로 비판이 이어졌다.

오징어 게임3에서 배우 위하준(위)과 박규영의 서사가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에서 배우 위하준(위)과 박규영의 서사가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무엇보다 시즌3는 전체적으로 늘어진다. 숨바꼭질과 줄넘기 등 한국 전통놀이를 소재로 한 점은 흥미로웠지만 시즌1과 같은 자극은 부족했다. 게임은 서사를 진행시키는 장치로만 소비됐고 극 전체의 긴장감은 느슨해졌다. 팬들이 기대했던 치밀한 서사가 아닌 에피소드 나열에 가까운 구조는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결국 '오징어 게임3'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시즌1이 던졌던 날카로운 화두는 시즌3에서는 흐릿해졌다. 남는 건 찝찝한 감정뿐이다.

해외 비평도 호의적이지 않다. 뉴욕타임즈는 "일차원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황준호가 섬을 찾는 여정은 결말까지도 무의미한 서브플롯으로 남았다. 마지막 두 편의 게임은 구성 자체가 빈약하다"고, 워싱턴타임즈는 "에미상 수상작이라면 감동적인 무게감이 있는 결말을 만들어야 했다. '오징어 게임'은 이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출연 배우들의 네임밸류와 화려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연출력 부족, 과잉된 캐릭터, 미완의 메시지는 '93개국 1위'라는 수치와는 별개의 평가를 받는다. 시청률이나 조회수는 클릭으로 증명될 수 있지만 감동과 울림은 숫자로 포장할 수 없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는 말처럼 '오징어 게임3'는 시즌1의 명성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시즌1과 시즌2를 향한 의리로 리모컨을 들었던 시청자들. 그들이 남긴 건 박수갈채가 아닌 아쉬움이다. 이 작품이 정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으로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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