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방송인 이본이 2004년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이후 약 21년 만에 라디오 마이크를 잡는다. 그는 한층 깊어진 감성과 여유로운 에너지로 지친 하루의 끝자락에 따뜻한 위로를 건넬 예정이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시그널 송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열의를 보인 만큼 이본의 진심이 통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KBS 2라디오 '이본의 라라랜드'(이하 '라라랜드') 제작발표회가 3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윤성현 PD와 방송인 이본이 참석했다.
'라라랜드'는 나른한 오후 지치고 힘든 중장년층 청취자들에게 하루의 일과를 기분 좋게 마감할 수 있는 긍정 에너지를 선사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 등 KBS의 대표 라디오를 제작해 온 윤성현 PD가 연출을 맡는다.
윤성현 PD는 "제가 라디오 PD를 한 지 만으로 20년 정도 지났다. 그러다 보니 제가 일을 할 때 더는 설레거나 긴장되지 않는데 오늘만큼은 굉장히 기쁜 설렘과 떨림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라디오 애청자분들이라면 이본이라는 상징적인 DJ의 귀환을 누구나 다 반길 것 같다. 대한민국에 있는 라디오 제작진 PD 작가를 통틀어서 이본이라는 DJ가 돌아오는 거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다양한 재능으로 사랑받던 아이콘이었는데,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이본이 라디오 DJ로 복귀하는 것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방송된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이후 21년 만이다. 이본은 "엄마가 길게 암 투병을 하시는 바람에 제 생각과는 달리 많은 분들과 오래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엄마가 굉장한 의지를 갖고 일어나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라디오로 복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다"며 "어떤 작품이든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틀어진 경우가 있었다. 라디오는 없던 플랜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이본은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라디오의 제목을 직접 짓는 등 프로그램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PD님을 비롯해 팀원분들이 굉장히 좋은 제목을 갖고 와주셨다. '킬링타임' '리슨업' 등 마음에 든 게 많았다"며 "그래서 의견을 보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잠자기 전에 '만약 라디오를 다시 하게 된다면 어떤 이름으로 가야 내가 행복할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청취자 분들이 나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마법 같아서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내가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나서 돌아섰을 때의 느낌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PD님, CP님과 미팅을 했을 때 제목을 그냥 던져봤는데 승인해 주셔서 '이본의 라라랜드'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윤 PD는 "DJ가 어떤 세계관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림을 이미 완성해 온 거다. 저희는 이견을 달 필요가 없었다"며 "스태프들이 아무리 좋은 제목을 준비했어도 DJ의 퍼스널리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본은 프로그램의 시그널 송에도 직접 참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윤 PD는 "누나가 지금도 노래 레슨을 계속 받고 계신다.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고 의지를 계속 보여주셨기 때문에 시그널 송에도 누나의 목소리가 입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누나가 정말 의지를 갖고 녹음을 해주셨다. 오늘이 첫 녹화인데 지난주 금요일에 따끈따끈한 음원이 완성됐다"고 소개했다.

이본은 "최근에 여러 라디오 채널을 들었는데 좋은 시그널 송이 굉장히 많았다. 그 와중에 좀 평이한 건 싫다는 생각을 하던 때 음악하는 밴드 후배들한테 시그널 송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근데 흔쾌히 해줬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러던 찰나에 PD님께서 '이본 씨가 시그널 송을 부르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불렀다. 밴드 후배가 만들어준 노래들 중에 너무 탐나는 곡도 있다. 시그널 송이 20초 분량밖에 안 되다 보니 하이라이트 부분만 이용했다"며 "이 노래를 싱글로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연습해 보겠다'고 했다. 근데 지금 그 노래가 편곡에 들어갔다. 싱글 앨범으로 준비 중이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라디오로 약 21년 만에 청취자들과 만나는 만큼 이본은 함께 나누는 좋은 음악과 재밌는 이야기로 오후의 나른함을 날려버리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윤 PD는 "4시에서 6시는 지치고 나른해지기 쉬운 시간이다. 각자의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계실 애청자분들께 단 한 곡의 '뮤직'으로 '매직'을 선사해 드리고 싶다"며 "청취자 분들의 어떤 기억과 추억의 공간,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저희가 마법처럼 데려가 드릴 생각이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이본은 "시청자 연령층을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가볍게 한두 번 들어봤는데 계속 방송을 찾게 하고 싶다. 그냥 이본이 좋아서,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을 모두 모으고 싶다"며 "제가 욕심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한 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본의 라라랜드'는 오늘(30일)부터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KBS 2라디오(수도권 106.1 MHz)를 통해 방송된다. KBS 라디오 모바일 앱 '콩'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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