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그룹 아일릿(ILLIT)을 떠올리면 통통 튀는 멜로디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가 생각난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아일릿은 데뷔 이후 '나'에서 '너'로 향하는 흐름 속에서 솔직하고 당찬 자신들만의 매력을 꾸준히 보여줬다. 신인임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정립해 가며 '아일릿 표 정공법'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아일릿(윤아 민주 모카 원희 이로하)은 지난 16일 오후 6시 미니 3집 앨범 'bomb(밤)'을 발매했다. 'bomb'은 '나'의 감정에 충실했던 지난 두 앨범에서 더 나아가 '너'와의 본격적인 상호작용을 담았다. '애매한 건 확실하게, 모르겠을 땐 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솔직하고 유쾌한 '아일릿 표 정공법'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아일릿은 지난해 3월 미니 1집 앨범 'SUPER REAL ME(슈퍼 리얼 미)'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들은 K팝 역사상 최초로 데뷔곡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에 진입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타이틀곡 'Magnetic(마그네틱)'은 중독적인 후렴과 자석을 형상화한 안무로 아일릿만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을 확고히 각인시켰다.
이후 발매한 미니 2집 앨범 'I'll Like You(아이 윌 라이크 유)'의 타이틀곡 'Cherish (My Love)(체리시 (마이 러브))'로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다. 이 곡은 친해지고 싶은 상대를 만나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을 얻고 '너'에게 직진하는 '나'의 모습을 노래했다. 이 곡 역시 중독적인 멜로디와 포인트 안무가 시너지를 발휘해 각종 숏폼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번 신보의 타이틀곡 '빌려온 고양이'는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낯설고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들을수록 계속 생각나고 궁금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The Five Star Stories(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OST '우아한 탈주(優雅なる脱走)'의 일부를 샘플링한 이 곡은 몽환적이면서도 경쾌한 분위기가 아일릿 특유의 개성과 결합해 독특한 무드를 자아낸다.
소속사 빌리프랩에 따르면 곡명은 낯설고 긴장된 상황을 비유한 '빌려 온 고양이같이'라는 속담을 활용한 제목이다. 윤아는 앞서 진행한 컴백 쇼케이스에서 "첫 데이트에서 저지른 실수로 멍해지는 상태를 비유한 거다. 그 의미를 생각하니까 엉뚱하면서 귀여운 것 같다"고 소개했다.
곡 전반에 걸쳐 아일릿만이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곡 초반 등장하는 프랑스어다. 'J'aime danser avec toi'는 '너와 춤추고 싶어'라는 솔직하면서도 달콤한 고백이다. 원희는 이 표현을 좀 더 실감 나게 구사하기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는 과정까지 거쳤다.
후렴구에 등장하는 'Do Do do(두)' 반복 구간은 중독적인 리듬과 목소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꿍실냐옹' '둠칫냐옹' 같은 의성어는 아일릿만의 유니크한 콘셉트를 더욱 강화한다.
고양이를 콘셉트로 한 안무 또한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높아졌지만 포인트 안무에서는 섬세하고 날렵한 고양이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로 아일릿 특유의 귀여움을 더했다. 챌린지 시대에 최적화된 '아일릿 표 안무'의 진화다.
다만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곡의 중독성 있는 후렴 구성과 리듬 패턴이 전작 'Tick-Tack(틱택)'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다다다' 식의 반복은 익숙함을 넘은 유사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오히려 아일릿만의 정체성을 고유하게 각인시키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전작과의 유사성은 차별화보다는 일관성을 담보하는 전략이며 이는 아일릿만의 색깔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그렇기에 발매 이후 성적도 괄목할 만하다. 17일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bomb'은 발매 당일 32만 6117장 팔려 일간 음반 차트 1위에 올랐다. 또한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국가/지역의 아이튠즈와 애플뮤직 '톱 앨범'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음원 또한 두각을 드러냈다. '빌려온 고양이'는 멜론 '톱100'을 비롯해 벅스 및 지니 실시간 차트에 진입했다. 또한 일본 주요 음원 사이트 AWA 뮤직 실시간 급상승 차트에서는 수록곡 'litte monster(리틀 몬스터)'와 'oops!(웁스!)'가 번갈아 1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 '빌려온 고양이' 'jellyous(젤리어스)' '밤소풍'이 그 뒤를 차례로 이어 전곡이 차트를 휩쓸었다.
아일릿은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들에게 딱 맞는 콘셉트를 찾아내고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듣기만 해도 아일릿이 연상되는 곡과 안무, 스타일은 그들의 정체성이 리스너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일릿의 'bomb'은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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