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귀궁' 김지훈, 원하는 궤도에 안착하게 된 전반전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5.06.16 00:00 / 수정: 2025.06.16 00:00
팔척귀에 맞서는 가상의 왕 이정 役 열연
"제 나이대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작품"
배우 김지훈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귀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빅피처이엔티
배우 김지훈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귀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빅피처이엔티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배우 김지훈은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어도 아직 작품에 목이 마르다. '귀궁'을 통해 카리스마부터 로맨티시스트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갖춘 캐릭터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 그는 연기 인생의 전반전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원하는 궤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제 김지훈은 자신이 애정하는 연기를 맘껏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며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훈이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귀궁'(극본 윤수정, 연출 윤성식)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왕 이정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 분)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육성재 분)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육성재 분)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에 맞닥뜨리며 몸과 혼이 단단히 꼬여버리는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를 그린다. 총 16부작으로 지난 7일 종영했다.

인간 몸에 갇힌 이무기와 무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오컬트와 휴머니즘을 결합한 '귀궁'은 첫 회 시청률 9.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회에서 11.0%를 기록하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김지훈은 "시청률 가뭄의 시대인데 많은 분이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확실히 길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요.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작품을 할 때는 작품 언급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근데 요즘에는 어디를 가면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김지훈은 왕가에 원한을 지닌 팔척귀에 맞서는 가상의 왕 이정 역으로 열연했다. 이정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척신들과 피비린내 나는 정치 싸움을 벌이며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왕이다. 그런 이정은 팔척귀가 어린 원자(박재준 분) 등을 노리며 왕가를 위협하자 강철이, 여리와 손을 잡고 팔척귀와 사투를 벌이는 여정에 나선다.

김지훈은 이정 캐릭터를 통해 역경에 맞서 싸우는 군주로서의 카리스마와 액션은 물론 아들인 원자를 아끼는 다정한 아버지, 아내인 중전(한수연 분)을 사랑하는 로맨티시스트, 코믹을 가미한 강철이와의 '브로맨스'(남자의 매우 친근한 관계)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배우 김지훈은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왕의 모습을 생각하고 시작을 했는데 대본이 나올수록 너무 다양한 모습을 갖춘 왕이더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SBS
배우 김지훈은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왕의 모습을 생각하고 시작을 했는데 대본이 나올수록 너무 다양한 모습을 갖춘 왕이더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SBS

김지훈은 이렇게 왕의 모습이 다채로울지 예상 못 하고 작품에 참여했단다. 그는 "이럴 줄 모르고 시작했다. 전형적인 왕의 모습을 생각하고 시작을 했는데 대본이 나올수록 너무 다양한 모습을 갖춘 왕이더라"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작가님한테 감사드리는 부분이에요. 여러 면면을 작가님께서 너무 잘 만들어 주셔서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왕으로서의 정통 사극과 로맨티시스트로서의 모습과 코믹한 모습과 여러 가지 액션 등 다양한 모습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만난다는 게 연기자들한테 굉장히 행운이에요. 많지 않은 장면인데 작가님께서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기에 더 깊이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김지훈은 그만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힘들게 촬영했는데 드라마에는 10분의 1도 표현이 안 된 것 같다. 많이 쏟아부은 만큼 아쉽다"고 털어놨다.

"공중파 드라마는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시간의 제약 때문에 날아간 장면이 많아요. 연기한 입장에서는 피와 살 같은 장면들인데 애를 썼던 장면이 아예 안 나오면서 저만 아는 이야기가 돼 버리니까 속상했어요. 특히 중전과의 관계를 좋게 봐주셨는데 거의 절반 정도는 날아갔어요. 중전이 죽고 나서 슬퍼하면서 '중전이 좋아하는 꽃놀이를 하러 갑시다'라고 회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삭제돼서 아쉬워요."

작품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몰입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지훈은 지난 4월 열린 '귀궁' 제작발표회에서 "너무 매력 있는 역할이지만 너무 힘든 역할이기도 했다. 제 인생을 쏟아부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저의 20여 년의 연기생활을 몽땅 쏟아부었다"고 말해 작품을 향한 열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지훈은 이정을 평면적인 왕이 아니라 근엄하고 강인하면서도 따뜻하고 능글맞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갖춘 인물로 표현하면서 힘을 쏟아부었다. 캐릭터의 폭넓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다. 그는 "캐릭터 자체가 보통 드라마에서 했던 감정 표현과는 차원이 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왕으로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데 자꾸 정적들이 방해를 하고 견제를 해요. 이 와중에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팔척귀가 가족들을 노리면서 왕가를 위협하죠. 그런 감정이 베이스가 된 상태에서 모든 장면을 표현해야 하는 거예요. 마지막에는 마을 사람들을 학살당하게 한 선조의 만행과 그로 인한 원한과 분노를 느껴야 했죠. 제가 기존에 했던 어떤 드라마보다도 훨씬 더 거대했고 압도적으로 무거웠어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액션 연기도 만만치 않았다. 김지훈은 "체력적으로 모든 것을 다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대역을 쓰기는 했다. 초반에는 미리 액션 스쿨에 가서 연습을 했는데 나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현장에서 합을 배웠다.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서 액션팀이 준비해 온 것들을 다 소화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돌이켰다.

김지훈은 극 중 윤갑과는 서로를 아끼는 왕과 신하의 관계, 강철이와는 우여곡절을 겪는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주며 육성재와 호흡을 맞췄다. 현장에서 육성재와의 관계는 어땠을까.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생겨요. 선배 입장에서는 조심스럽지만 처음에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이디어를 달갑게 받아주는 사람이 있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성재 씨는 스펀지처럼 받아들였어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원하니까 이야기해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욕심이 났어요. 금방 받아들이고 좋게 표현하더라고요. 그래서 왕과 윤갑, 강철이의 '케미'가 잘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김지훈이 인터뷰에서 귀궁은 지금 제 나이대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연기자로서 전반전을 멋지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SBS
배우 김지훈이 인터뷰에서 "'귀궁'은 지금 제 나이대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연기자로서 전반전을 멋지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SBS

지난 2002년 KBS2 드라마 '러빙 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 '왔다! 장보리', '부잣집 아들', '악의 꽃',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이재, 곧 죽습니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중에서도 '귀궁'은 김지훈이 2009년 KBS2 '천추태후', 2010년 tvN '조선X파일 기찰비록' 이후 약 15년 만에 다시 도전한 사극이다. 그에게 '귀궁'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수염을 붙이면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수염을 붙이고 곤룡포를 입으니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며 "'귀궁'은 지금 제 나이대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연기자로서 전반전을 멋지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 연기 인생의 전반전 대부분은 그냥 열심히 달리기만 했어요.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까 엉뚱한 데로 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다시 제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돌려서 궤도를 수정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전반전 마무리쯤에 제가 원하는 궤도에 안착한 느낌이에요."

그렇다면 김지훈이 그의 연기 인생에서 원하는 궤도는 무엇일까. 그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예전에 주말 드라마를 많이 할 때는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못했다. 어쨌든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해야만 했던 상황도 분명히 있었다. 여러 가지 시간, 고통과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귀궁'을 통해 연기 인생의 전반전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원하는 궤도에 가까워진 김지훈은 이제 후반전을 그려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그때그때 선택에 집중하려 한다. 선택한 것을 잘 해내기 위해 집중하는 편인 것 같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작품과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귀궁'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그는 올해 드라마 '버터플라이' '친애하는 X' '다 이루어질지니' '얄미운 사랑', 예능 '크라임씬 제로' 등의 공개를 앞둔 차기작 부자다. 이렇게 그를 쉴 틈 없이 활동하게 이끈 건 연기에 대한 애정이다.

"아직도 갈증이 큰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하는 일을 재미있어하고 사랑하는 것이 첫 번째예요.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연기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게 제 활동의 원동력입니다."

silkim@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팬앤스타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7개 보러가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