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오늘이 매일이 되고, 그 매일이 쌓여 내가 꿈꾸는 삶을 만든다. 배우 강유석이 걸어온 길을 보니 떠오른 말이다. 강유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소중한 시간과 경험을 쌓고 있다.
강유석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 연출 이민수, 이하 '언슬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엄재일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18일 12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강유석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해 주고, 전공의들도 예뻐해 줘서 감사하다. 덕분에 6주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며 "촬영했던 6개월의 기간도 그리고 방송된 6주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강유석은 2025년 상반기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이번 '언슬전'까지 연타석 흥행에 성공한 셈이 됐다. 이에 그는 자신이 흥행한 것은 아니라며 "좋은 작품에 참여한 일원 중 한 명이 됐다는 점에서 감사하다"는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폭싹 속았수다'도 '언슬전'도 좋은 선배님들과 스태프들이 하는 잔치에 절 끼워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저로서는 민폐를 안 끼치고 주어진 몫을 해낸 것만으로도 다행이고요. 이렇게 결과까지 좋아서 정말 행복합니다."
'언슬전'은 tvN에서 시즌2까지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첫 스핀오프 드라마다. 이에 '언슬전'은 앞선 시즌과 달리 율제병원 본원 대신 종로 분원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기존 출연진 대신 고윤정을 중심으로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등 청춘 배우들이 새롭게 출연했다.
강유석은 여러 차례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신원호 감독님은 오디션 때 대본을 미리 보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본연의 모습과 비슷한 캐릭터를 찾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에 도착해서 읽어볼 문장을 받았는데 구도원(정준원 분)의 대사였다. 캐릭터 자체가 멋있지 않나. 그래서인지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긴장을 많이 해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고 싶지 않았던 강유석은 오디션을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신원호 감독은 그런 강유석을 보며 구도원보다는 엄재일의 성향이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엄재일로 오디션을 다시 보게 된 강유석은 '언슬전'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유석의 기쁨도 잠시 '언슬전'은 전공의 파업 사태로 장기화되며 1년가량 편성이 연기됐다. 작품의 표류 기간이 길어지는 걸 지켜보는 배우들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럼에도 강유석은 "저희끼리 재밌게 촬영했고 그만큼 현장의 좋았던 기억이 컸기 때문에 언젠가는 방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그때 되면 우리가 잘 촬영한 것들과 '케미'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 옆에서 감독님이 저희들을 두 달에 한 번씩은 불러서 다독여줬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1년 만에 보니까 촬영했을 때의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웃음) 대신 조금 더 시청자 입장에서 제 연기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아쉬운 부분도 잘 보이더라고요. 하하. 다른 친구들 장면에서는 같이 울기도 하면서 즐기면서 볼 수 있었어요."
극 중 엄재일은 전직 아이돌 그룹 하이보이즈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웃음도 에너지도 정도 많은 의사다. 좌절을 할 수 있어도 오래 가지 않는 오뚜기 같은 태도도 지녔다. 이에 강유석은 "엄재일은 정말 본받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이라며 "회복탄력성도 높아 꼬임도 없고 사람도 좋아한다. 촬영을 하며 단 한 번도 재일이의 단점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때문에 오히려 판타지 같은 인물로 보일 법도 했다. 강유석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렇게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딘가에는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의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멋있어서 본받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하면서도 정말 배울 게 많은 친구였어요. 매번 '나도 재일이처럼 하루하루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돼야지'라는 마음으로 연기헸어요. 특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혼나더라도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점이 가장 본받고 싶었어요. 저도 없는 편은 아닌데 재일이는 심지어 빠르게 회복해요. 정말 멋있지 않나요?(웃음)"

엄재일은 극 중 '응애즈'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4인방(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사이에서 유일한 청일점이기도 했다. 또한 가장 연장자이기도 했던 그는 "처음에는 맏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있었다"며 "근데 실제로 보면 정신 연령으로는 셋째 정도"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강유석이 생각한 첫째와 둘째는 고윤정과 한예지란다. 그는 "윤정이는 털털하고 정말 형 같았다. 내가 걱정하고 있을 때면 '그냥 편하게 하라'며 많은 힘을 줬다. 예지는 반대로 덤덤하게 다독여주는 스타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시아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윤정과 한예지에게 많은 의지를 했기 때문에 비슷한 막내 역할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번은 차기작 촬영 때문에 캐나다에 있던 윤정이가 저희에게 놀러 오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윤정이 외에는 다들 쉬고 있어서 일정을 맞춰 다녀올 수 있었어요. 더 고마운 건 비행기 티켓도 윤정이가 직접 사줬어요. 전 윤정이 덕분에 살면서 처음으로 캐나다에 가본 셈이죠. 2주 정도 다녀왔는데 윤정이 휴차 때는 함께 놀고 나머지 열흘도 편하고 재밌게 여행 다녔어요."
작품의 인기는 극 중 엄재일이 속했던 그룹 하이보이즈를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에 강유석은 "이렇게까지 내 아이돌 모습이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며 "처음 오디션 때부터 춤을 못 춘다고 말씀드려서 촬영팀에서 안무 선생님을 붙여줬었다. 당시 촬영 없는 날은 계속 연습을 다녔다. 그렇게 춤추는 장면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찍으며 끝난 줄 알았는데 1년 만에 다시 하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고 털어놔 또 한 번 웃음을 안겼다.
"솔직히 말해서 제 춤 실력이 좋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뚝딱거리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돌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너무 리스펙하게 됐어요. 음악방송을 예로 들어 보여지는 무대 한 번이 끝이 아니에요. 리허설도 몇 번은 해야 하고 본무대도 해야 하죠. 중간에 쉬지도 않아요. 콘텐츠를 계속 찍어야 하거든요. 3분가량의 무대를 하고 나면 땀도 나고 너무 힘든데 내려와서도 웃어야 한다는 거예요. 대단하지 않나요?"

이처럼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 엄재일이 강유석에게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그는 "많은 캐릭터가 있지만 재일이가 유독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더 마음 간 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애정하는 작품들은 끝날 때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었다면, '언슬전' 만큼은 섭섭한 마음이 월등히 컸다. 재일이에게 배우는 게 많았던 만큼 떠나보내기가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8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로 데뷔한 강유석은 '사의 찬미' '날 녹여주오' '낭만닥터 김사부2' '괴물'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천재 쌍둥이 개발자 중 한 명인 신현 역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법쩐' '택배기사'를 통해 주연으로 올라선 강유석이다.
당시에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괜찮은 신인 배우 한 명이 나왔다'라며 강유석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화제성이 따라주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그가 데뷔 7년 차에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이를 언급하자 강유석은 "그렇게 봐주시니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나 싶다. 때문에 다음 작품인 tvN '서초동'도 잘됐으면 한다. 이후에도 차기작을 잘 정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으로 기대에 응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강유석이 배우로서 지닌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그는 "위안을 주면서도 질리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선역과 악역 등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누군가가 내 연기를 보며 잠시나마 좋은 에너지를 느꼈으면 한다"며 "또 다른 면에서는 작은 역할부터 성장하면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세하게라도 좋으니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후진하고 싶진 않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감사한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제가 참여한 작품이 잘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얼굴을 비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간 강유석의 목표가 있다면 '매일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인데요, 이에 걸맞게 조금씩 성장해서 매일 조금 더 다양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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