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계의 봄', 이유 있는 부진…청춘 로맨스의 실패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6.04 00:00 / 수정: 2025.06.04 00:00
부족한 주연 배우 연기력→개연성 없는 서사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40분 방송
SBS 수요드라마 사계의 봄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주)FNC 스토리
SBS 수요드라마 '사계의 봄'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주)FNC 스토리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청춘+밴드, 그야말로 드라마 흥행 공식이다. '사계의 봄' 역시 이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0%대 시청률이라는 참담한 성적표였다.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 드라마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지난달 6일 첫 방송된 SBS 수요드라마 '사계의 봄'(극본 김민철, 연출 김성용)은 K팝 최고 밴드그룹의 스타 사계(하유준 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박지후 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다. 총 10부작 중 5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검은 태양'과 '연인'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김성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FNC가 제작을 맡아 '밴드물'로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시청률은 1.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최저 0.7%까지 하락했다.

시청률로 작품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사계의 봄'은 단순한 0~1%대 시청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마주한 건 실망스러운 이야기와 부족한 연기력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제는 주연 배우 사계 역을 맡은 하유준의 연기력이다.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라는 점은 감안할 수 있지만 드라마의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가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특히 감정 변화가 돋보여야 하는 주요 장면에서조차 굳은 표정과 어색한 대사 전달로 몰입을 방해했다. 놀라거나 당황하는 장면에서도 감정선이 드러나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해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소속사 대표와 대치하는 장면 등 감정이 터져야 하는 포인트마다 목소리 톤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으며 감정선이 겉돌았다. 특히 밝고 유쾌한 인물로 설정된 캐릭터의 특성이 하유준의 연기와는 맞지 않아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계의 봄은 K팝 최고 밴드그룹의 스타 사계(하유준 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박지후 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를 그린다. /(주)FNC 스토리
'사계의 봄'은 K팝 최고 밴드그룹의 스타 사계(하유준 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박지후 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를 그린다. /(주)FNC 스토리

문제는 발성에서도 드러난다. 하유준은 대사를 삼키는 듯한 '먹는 발성'으로 인해 전달력이 떨어지며 감정이 담긴 대사 역시 힘을 잃었다. 내레이션 또한 감정을 실어야 할 타이밍에서 단조롭게 흘러가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지 못했다. 함께 출연한 이승협과 서혜원 등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과 함께할 때 그 차이는 더욱 도드라졌다.

연기력의 문제는 박지후에게도 적용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유독 힘을 잃었다. 눈에 초점이 없는 듯한 표정, 감정이 실리지 않은 대사 톤, 표정 변화 없는 연기는 봄이라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봄이의 캐릭터 설정과 연출을 보았을 때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졌지만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무미건조했다.

감정씬에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파고가 극대화돼야 할 장면에서조차 눈물은 흘렸지만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표정과 눈빛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대사와 연기의 불균형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은 극의 중심을 흔들었고 결국 조연들이 극의 무게를 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야기 구조 자체에도 많은 허점이 있다. 우선 캐릭터 설정부터 개연성이 떨어진다. 사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K팝 최고의 밴드 출신이지만, 대학교 밴드부의 유망주를 보고는 칭찬이나 관심이 아닌 비아냥으로 반응했다. 현실적인 감정선보다는 인물의 성장 서사를 위한 억지 갈등으로 비춰졌다. 이후 사계와 태양이 밴드부에서 대결을 벌이게 되는 설정 역시 충분한 맥락 없이 등장해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계의 봄은 작위적인 설정과 주연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으로 인해 혹평받고 있다. /(주)FNC 스토리
'사계의 봄'은 작위적인 설정과 주연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으로 인해 혹평받고 있다. /(주)FNC 스토리

김봄과 사계가 운명처럼 만난다는 설정에서도 수단과 방식이 과도하게 작위적이다. 각막 이식으로 엄마의 영혼이 전달됐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으나,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으니 오히려 매력이 반감됐다. 여기에 노래 표절, 음주 운전 사고, 장기 기증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무리하게 겹쳐지며 플롯이 중심을 잃었다.

이렇듯 드라마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의 핵심이 사라졌다. 청춘 음악 로맨스 가족사 복수 판타지까지 과한 설정과 소재가 얽히며 전체 구조는 산만해졌고, 결국 아무것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다만 이승협과 서혜원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무너진 균형을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 앞서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청춘물에 강점을 보인 두 배우이기에, '사계의 봄'에서도 유연한 완급조절을 선보였다. 그러나 중심이 흔들리면 주변의 노력도 한계가 있다.

청춘과 음악은 언제나 사랑받는 소재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연기 스토리 연출이라는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사계의 봄'은 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남은 5회를 통해 '사계의 봄'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계의 봄'은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4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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