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이재욱이 스스로를 "질투가 많다"고 소개했다. 좋은 작품에 대한 질투는 이재욱을 계속해서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입대 후에도 자신의 작품이 공백기를 채우기를 바라는 이재욱은 오늘도 연기에 매진한다.
이재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극본 김진아, 연출 김홍선)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12년 만에 돌아온 홍랑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6일 11부작 전편 공개된 '탄금'은 실종됐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담은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장다혜 작가의 인기 소설 '탄금: 금을 삼키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죽을 때까지 금을 삼켜야 하는 고대 중국의 형벌을 뜻하는 제목처럼 주인공들에게 닥친 아름답고도 잔혹한 운명을 그렸다.
작품은 공개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8개월의 촬영을 끝내고도 후반 작업에만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이재욱은 "너무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라 공개돼서 감회가 새롭다"며 "큰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만큼 작품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탄금'은 이재욱이 한 차례 고사했던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tvN '환혼'을 두 시즌 소화하며 여러모로 고충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욱은 "당분간은 한복을 입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사극은 워낙 제약이 많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겨울에는 너무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덥다. 더군다나 서울권 안에서 찍을 수 없다 보니 적게는 2~3시간, 많게는 4~5시간을 이동해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도 높다. 이처럼 컨디션 제약이 많다 보니 알게 모르게 데미지를 많이 입더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재욱의 마음을 돌린 건 바로 김진아 작가였다. 이재욱은 "해외에 있을 때 작가님이 써준 편지를 읽었다. 무려 5~6장의 분량이었다"며 "내가 데뷔했을 때부터 맡은 캐릭터를 나열하며 홍랑의 모습을 대입한 내용이었다. 다 보고 엄청 울었다. 날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봐주고 좋게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이 작품을 안 할까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극 중 연기한 홍랑에게 끌리기도 했다. 이재욱은 "대본을 읽자마자 홍랑이란 친구는 마음이 아픈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친구가 자라온 환경 자체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고 돌이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때문에 그는 '현장이 주는 무게감에 기대는' 방법을 취했다.
"개인적으로는 아픔이 있는 캐릭터가 연기하기에는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움의 연속일 수 있잖아요. 때문에 저 역시 '난 언제 이런 아픔이 있었지'를 되뇌면서 캐릭터를 들여다봤어요. 그렇지만 결국 11부까지도 홍랑의 1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다만 환경이 주는 힘이 있어서 홍랑의 감정을 그려내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해와 표현을 못 한 것 같다는 데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요."
서사와 감정선은 10%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했다는 이재욱이지만 액션만큼은 90% 이상 직접 소화했다. 다만 사극에 액션까지 더해지니 '환혼'과 비슷한 결로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때문에 차별점을 두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이재욱은 두 캐릭터의 성질 자체에 차이를 두고 캐릭터를 구축했다.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환혼'은 판타지이고, '탄금'은 어느 정도 고증을 했다는 거예요. 또한 '탄금'의 액션은 조금 더 스타일리시하고, 몸 대 몸으로 만나는 만큼 위험할 법한 장면이 많았어요. 대본을 보는 것만큼이나 액션도 집중해서 준비했죠.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는 주에 몇 번씩 꾸준히 트레이닝도 했어요."

'탄금'을 이루는 요소에는 서사와 액션 말고도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재욱과 조보아의 애틋하면서도 절절한 로맨스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재욱은 "보아 누나는 슬픔의 감정이 1부터 10까지 있다면 그것을 오롯이 다 표현하는 배우 같다"며 "이 말인즉슨 호흡이 좋았다는 결론"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보아 누나가 현장에서 보여준 태도가 너무 좋았다. 항상 내가 연기에 집중하게끔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전날 액션 장면을 찍었다면 집에 가는 길에 보아 누나로부터 몸은 괜찮은지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묻는 연락이 온다. 누나 덕분에 소속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세 가지 요소와 이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감정을 모두 소화해야 했던 이재욱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이재욱은 "날카로운 감정이 있는데 정말 적은 대사로도 보는 이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그러려면 보이스와 절제된 행동이 가장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선의 끝에는 항상 재이가 있다는 디테일적인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됐다"고 설명했다.
'탄금'처럼 피폐한 장르는 처음이었던 이재욱이다. 이에 그는 "확실히 몸이 고된 건 있다. 우울하고 결핍이 있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쏟다 보니까 쉴 때도 넋이 나갈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다 찍고 나니까 보람찬 건 확실하다. 이런 장르가 내게 잘 맞고 아니라는 걸 떠나서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데뷔한 이재욱은 '환혼' 시리즈를 통해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이재, 곧 죽습니다'(2023)에서는 짧은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로얄로더'(2024)로도 호평을 얻었다.
이 외에도 '탄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나올 차기작이 계속해서 예정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대 배우 중 '단연 가장 많은 대본을 많이 받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를 언급하자 이재욱은 "전공이 연극영화학과다 보니까 주변에 연기를 잘하는 친구들도 비주얼이 훌륭한 친구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단지 난 운이 좋게 안길호 감독님을 만나 캐스팅이 될 수 있었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데뷔하기 전 제 꿈은 '한 작품만이라도 좋으니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이었어요. 사실상 그 꿈을 이미 다 이룬 셈이죠. 나아가 이렇게 계속해서 여러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치에서 안주하지 않는 이재욱이다. 그는 "아직까지도 히트한 작품을 보면 질투가 난다"며 "'내게는 왜 저 작품이 안 왔을까?' '나라면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했을까'라는 생각을 쉴 때도 끊임없이 한다. 좋은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자극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약한 영웅'을 보고 질투를 느꼈다. 시청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도 학원물 하고 교복 입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쉬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보면 질투를 하니까 동시에 빨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제가 곧 군대를 가는데 이로 인한 공백기가 생겼을 때도 계속해서 절 볼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해요. 그래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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