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지후, 한계만 드러낸 데뷔 첫 로코 도전기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05.28 00:00 / 수정: 2025.05.28 00:00
'사계의 봄' 여주인공 김봄 役 맡아 하유준·이승협과 호흡
경직된 표정·비슷한 연기 톤으로 역량 부족 입증
박지후가 SBS 수요드라마 사계의 봄에서 여주인공 김봄 역을 맡아 데뷔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박헌우 기자
박지후가 SBS 수요드라마 '사계의 봄'에서 여주인공 김봄 역을 맡아 데뷔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동안 장르물에서 주로 활약했던 배우가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는데 이상하게도 신선하거나 새로운 구석이 없다. 오히려 한계만 드러낸 '사계의 봄' 박지후다.

그가 출연 중인 SBS 수요드라마 '사계의 봄'(극본 김민철 연출 김성용)은 K팝 최고 밴드 멤버 사계(하유준 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박지후 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물이다. 드라마 '검은 태양' '인연'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김성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총 10부작 중 4회까지 방영된 '사계의 봄'은 사계가 대표에게 취중 주먹을 날리고 활동을 중단한 후 한주대 캠퍼스 생활을 하게 되는 과정으로 시작했다. 이후 우연히 김봄의 하숙집에 들어간 사계는 김봄을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과 얽히며 한주대 새 밴드 '투사계'를 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사계는 꿈속에서 들었던 멜로디가 김봄이 쓴 노래라는 것을 알게되고, 조대표(조현철 분)와 서태양(이승협 분)의 아버지 서민철(김종태 분)이 벌인 음주운전으로 인해 김봄 엄마가 죽은 사고를 직접 본 것처럼 얘기하는 등 미스터리한 일들이 함께 발생하고 있다.

사계의 봄은 K팝 최고 밴드 멤버 사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물이다. /㈜FNC스토리
'사계의 봄'은 K팝 최고 밴드 멤버 사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청춘 음악 로맨스물이다. /㈜FNC스토리

이렇게 '사계의 봄'은 그동안 사랑받았던 청춘물처럼 클리셰가 가득한 작품이다. 한 번의 실수로 대중에게 외면받고 추락한 스타라는 설정부터 주인공들이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여기에 미처 몰랐던 과거사까지 있다. 또 메인과 서브 남주는 여주인공을 두고 갈등하지만 결국 여러 이슈에 함께 맞서며 성장하는, 뻔해서 더 재밌는 청춘물의 맛이 가득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계의 봄'은 1회 1.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저조하게 시작한데 이어 결국 반등하지 못하고 0.7%까지 하락했다. 해외에서 반응이 오고 있다지만 이러한 숫자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충분히 가볍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청춘물에 시청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인공 박지후의 아쉬운 연기를 빼고 논할 수 없을 듯하다. 그가 맡은 김봄은 한때는 아이비리그를 꿈꿨을 정도의 작곡 천재이자 음악을 아주 사랑하는 친구지만 6년 전 사고로 엄마를 잃고 어려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주대 실용음악과 학생이다.

자신이 어렵게 만든 곡으로 레이블 계약을 시도했지만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가혹한 조건을 시작부터 마주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김봄은 할 말은 다 하는, 야무지고 멋지고 당찬 성격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청춘물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특징을 모두 갖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박지후는 미스터리를 더한 청춘물인 만큼 다양한 얼굴을 꺼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비슷한 표정과 톤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만 보여주고 있다. /㈜FNC스토리
박지후는 미스터리를 더한 청춘물인 만큼 다양한 얼굴을 꺼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비슷한 표정과 톤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만 보여주고 있다. /㈜FNC스토리

다만 박지후는 미스터리를 더한 청춘물에서 감정 완급 조절을 유연하게 하지 못해 부자연스러움만 드러내고 있다. 극 중 사계와의 로맨스부터 서민철에게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고 서태양에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등 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얼굴을 꺼낼 수 있는 판이 제대로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잘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경직된 표정과 국어책을 읽는 듯한 연기 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충분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지 못하니 가장 중요한 하유준, 이승협과의 각기 다른 '케미'를 형성할 여유도 없다. 그렇기에 청춘물의 아는 맛을 느끼러 온 시청자들이 쉽게 흥미를 잃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부분이다.

지난 2016년 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데뷔한 박지후는 전 세계 40여 개 영화제를 휩쓴 '벌새'(2019)를 통해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영화 '빛과 철'과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김고은·추자현과 함께 '작은 아씨들'에, 이병헌·박보영과 함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하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좋은 작품에 어떻게든 우리 배우들을 포진하고 싶었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배우들을 같은 작품에 출연시키는 것은 대중에게 이미 잘 알려진 업계 관행이다. 박지후도 회사의 적극적인 푸쉬를 받으며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고 회사 선배들과 계속 연기 호흡을 맞추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누린 배우 주 한 명이다.

이 가운데 만난 '사계의 봄'이다. 그는 같은 소속사 선배들이 아닌 또래 배우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고 데뷔 첫 로코 도전이자 여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됐다. 주로 학생 캐릭터를 맡았던 박지후가 로코를 만나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꺼낼 수 있을지, 또한 주인공으로서 한 작품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던 것.

하지만 박지후는 4회 동안 한 작품을 온전히 이끌어나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과 함께 로코와 좋은 합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계속 심어주고 있다. 앞으로 선배들과 함께 출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인식되고 싶다면 풀어나가야 할 스토리가 많은 남은 6회 동안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보완하고 지금보다 나은 활약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사계의 봄'은 총 10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4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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