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데블스 플랜' 제작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승하는 게 '데블스 플랜' 같다"는 우승자의 소감을 홍보 문구로 활용했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너무 가지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정치와 연합'으로만 너무 가렸던 걸까. 오히려 후폭풍이 거세다.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이 20일 마지막 12회 공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티빙 리얼리티 연애 예능 '환승연애2'로 얼굴을 알렸던 일반인 정현규가 시즌2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축하보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며 프로그램은 유종의 미가 아닌 '용두사미'라는 결말을 맞았다.
3주에 걸쳐 공개를 확정한 ‘데블스 플랜2’의 시작은 좋았다. 일단 이미 한 차례 성공적인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던 '데블스 플랜'의 시즌2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여고추리반'의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은 데다 이미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한 프로그램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공개된 시즌1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부문에서도 TOP 3위에 오르는 인기를 자랑했다.
이에 시즌2는 더욱 화려해진 스케일로 찾아왔다. 시즌1보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늘어났으며 이에 걸맞게 전략적 변수도 확대됐다. 앞선 시즌의 피드백을 반영해 새롭고 더 위험한 게임도 준비됐다.
여기에 출연진부터도 화려했다. 가장 화제를 모은 바둑기사 이세돌부터 배우 저스틴 H. 민, 윤소희, 가수 규현과 츄, 아나운서 강지영, 프로 포커 선수 세븐하이, 미스코리아 출신 대학생 이승현, 서울대 출신 인플루언서 정현규, 모델 최현준, 성형외과 의사 김하린,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박상연, 변호사 손은유, 보드게임 마스터 티노 등 총 14명의 각 분야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참가했다.
기대감 속에서 공개된 '데블스 플랜2'는 성적도 순조롭게 출발했다.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 1주 만에 170만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모로코 등 전 세계 6개국에서도 TOP 10 리스트에도 랭크됐다.
화제성도 나쁘지 않았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발표한 5월 2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2위에 올랐고, 이세돌은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회차가 더 공개될수록 시청자의 반응은 돌아서기 시작했다. 시즌1 때부터 이어져 온 연합 작전이지만 시즌2에서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이세돌과 저스틴 민 등이 탈락할 때는 대놓고 다수가 한 명을 배제하는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정현규가 게임 중 카이스트 출신 모델 최현준에게 "너 산수 할 줄 알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막말과 태도 등으로 논란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정현규를 우승자로 만들어주는 듯한 윤소희와 규현의 행동이 불을 제대로 지폈다. 특히 이들이 정현규의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 보상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듯한 정황까지 공개되며 "그런데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강하게 남겼다. 결국 두 사람은 우승에 대한 목적의식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모양새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가 지금 보는 것이 서바이벌이 아니라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냐"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때문에 출연진을 향한 지나친 비난은 삼가야 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이처럼 부정적이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반응은 앞선 기대에 대한 방증이다. 다시 말해 기대가 컸던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자들의 실망도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다.
'두뇌 서바이벌'을 표방한 프로그램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두뇌 싸움이 아닌 정치 싸움이 된 판도에 많은 이들이 흥미를 잃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한 수싸움은커녕 '은따 논란'이 언급될 정도의 이상한 게임 양상이 되니 애정을 가졌던 시청자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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