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최강야구'는 JTBC 것이 아니라 팬들의 것입니다."
장시원 PD는 최근 '최강야구'를 둘러싼 갈등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JTBC와 장 PD간의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의문이 든다. 팬들의 것이라면서 정작 팬들의 반응은 뒤로하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양측의 모습을 보니 '어불성설'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 프로야구의 인기를 업고 잘 나가던 '최강야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2022년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는 은퇴한 야구 선수들과 프로 유망주들이 전국의 야구 강팀과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벌써 네 번째 시즌을 앞뒀으나 지난 2월 말, JTBC와 장시원 PD가 대표로 있는 제작사 스튜디오 C1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JTBC는 새 시즌 트라이아웃 취소를 공지하며 프로그램 제작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연출을 맡은 장 PD는 트라이아웃을 강행했다.
이후 양측의 폭로전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제작비 정산'이 이유였다. JTBC는 C1의 제작비 투명성을 지적했다. 이에 C1은 "독립된 법인이자 JTBC의 계열사도 아닌 C1이 왜 JTBC에 제작비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JTBC와 갈라서기로 이미 결정한 C1은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박용택 정근우 이대호 등 기존 출연진과 함께 불꽃 파이터즈를 새롭게 창단하고 새 이름인 '불꽃야구'를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창단 첫 직관 경기를 강행했다.
OTT 혹은 다른 방송사 편성이 계속해서 정해지지 않던 '불꽃야구'는 결국 지난 5일부터 유튜브 공개를 결정했다. '불꽃야구' 제작진은 "어디서나 쉽게 바로 보실 수 있게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 유튜브에서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JTBC 역시 성치경 CP와 안성환 PD가 '최강야구' 시즌4 연출을 맡는다며 "'최강야구 2025'는 오는 9월 첫 방송을 목표로 감독과 선수단 섭외를 진행하고 있으며 5월 중 팀 세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맞섰다.
또한 JTBC는 '최강야구'의 지식재산권(IP)을 자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꽃야구'가 기존 프로그램의 포맷과 서사를 그대로 이어가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JTBC는 스튜디오C1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고 추가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알렸다.
형사고소까지 진행 중이다. JTBC는 저작권·상표법 위반, 업무상 배임, 전자기록 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장 PD는 C1을 운영하며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임의로 이사 보수를 책정했다. 이사인 본인이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업무상 배임 행위를 했다"며 "'최강야구' 제작 계약 종료 후 C1이 JTBC 서버에 저장한 최강야구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과 관련해서도 전자기록 등 손괴 및 업무 방해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장 PD는 "'최강야구'로 명명된 야구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면 그 저작권은 창작자인 C1에 있다"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JTBC가 가진 권리는 촬영물 납품을 위한 공동제작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촬영된 영상물 저작권을 OTT 판매 및 재전송하기 위해 원시 저작권자인 C1으로부터 이전받은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즉 JTBC의 고소는 자신들을 겁박하기 위한 근거 없는 고소라는 것. 오히려 C1도 JTBC에게 당한 것이 많다고도 폭로했다. 장 PD는 "최근 두 달간 JTBC가 저지른 위법한 방해 행위는 다양하며 최윗선부터 실무자까지 직접 가담했다. 경기장 대관 방해, 타 채널에 음성적인 협박, 주요 출연진과 제작진 회유 시도, 편집실 무단 침입, 재물 손괴 등 하나하나 심각한 위법행위"라며 "채널의 '갑질' 차원을 넘는 것으로 영상 콘텐츠업 근간을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팬과 시청자가 콘텐츠를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PD는 "'최강야구'는 JTBC 것이 아니라 팬들의 것이다. C1은 팬들을 향한 좋은 콘텐츠 양산을 위해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강야구'를 즐겨보는 시청자로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양측의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다. 그런데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팬들까지 끌어들이며 감정에 호소하니 양측의 공방에 피로도만 느끼던 팬들로서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방송 당시만 해도 팬들의 의견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장 PD와 '최강야구'였던 만큼 C1의 논리는 감정 호소로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야구'는 원년 멤버이자 기획을 함께했던 심수창의 하차부터 송승준 이택근 장원삼 이대은 등 논란 선수들을 계속 기용하는 건 물론이고 때때로는 불미스러운 감독과 선수들까지 미화하는 모습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때문에 물의를 빚은 야구선수들의 복귀 방송이자 제2의 인생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도 쇄도했다.
심지어 '불꽃야구'로 출범을 알린 최근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새롭게 창단한 불꽃 파이터즈의 유니폼이 프로야구 구단 NC 다이노스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 현재 시즌을 진행 중인 NC다이노스에게도 그리고 해당 팀의 팬들에게도 다소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불꽃야구'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정작 필요할 때는 침묵을 지키던 이들이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프로그램이 기로에 서자 시청자와 팬들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마냥 내세웠다.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이 계속되며 함께 인기를 얻었던 '최강야구'다. 인기 스포츠를 내세운 만큼 탄탄한 고정 팬층을 보유하며 시즌제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 인기가 독이 됐던 걸까. 잘 나가던 프로그램의 말로와 새롭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콘텐츠의 출발을 보는 기분이 편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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