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판타지 전문 배우라고 불리더니,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배우 육성재의 이야기다. 특유의 넉살부터 유쾌한 재치까지 겸비한 그는 '귀궁'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약하고 있다. 그룹 비투비의 일원인 가수 육성재로서도, 배우 육성재로서도 모두 완벽한 행보를 걷고 있는 중이다.
육성재는 지난 18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귀궁'(극본 윤수정, 연출 윤성식)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 분)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육성재 분)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육성재 분)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에 맞닥뜨리며 몸과 혼이 단단히 꼬여버리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다. 총 16부작 중 5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9.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지난 26일 방송된 4회도 9.2%를 기록했다. 초반부터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유의미한 행보를 걷는 중이다.
사실 '귀궁'은 방영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SBS 금토극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이 큰 기대 요인이었다. 특히 올해 SBS는 '나의 완벽한 비서'를 시작으로 '보물섬'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믿고 보는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을 굳건히 지켰다.
'귀궁'은 그 배턴을 이어받아 또 하나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 가운데 육성재의 활약은 작품의 중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궁'은 육성재의 첫 사극 도전이자 1인 2역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시작했지만, 그는 윤갑과 강철이 두 인물을 오가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갑일 때는 다정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설렘을, 강철이로 빙의된 뒤에는 능청스럽고 유쾌한 면모로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인간의 미각에 눈을 떠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는 장면이나 여리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장면은 강철이의 천진난만함을 극대화했다. 반면 여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나타나는 모습 또한 캐릭터 간 감정선에 기대감을 더했다.
첫 사극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육성재는 완벽하게 사극물에 녹아든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발성과 톤, 말투까지도 안정적이다. 강철이로 빙의됐을 때는 능란한 말투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윤갑일 때는 진중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서사를 이끌어갔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시선의 연기다. 같은 인물을 바라보더라도 윤갑의 눈빛에는 애틋함과 따뜻함이, 강철이의 시선에는 낯설고 천진난만함이 묻어 있다. 특히 강철이가 사랑을 처음 느끼며 당황해하는 모습, 여리의 진심을 듣고 복잡하게 요동치는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팔척귀와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육성재의 연기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여리의 기도로 인해 윤갑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윤갑은 팔척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한번 붙잡혔다. 그때는 비명과 절규, 공포가 혼재된 표정 연기로 몰입감을 더했다. 반면 그걸 지켜보며 여리의 곁을 지켜주는 강철이의 경우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절제된 호흡을 보여줬다.

이처럼 자유자재로 감정과 캐릭터의 결을 넘나들 수 있던 데는 지난 시간 그가 쌓아온 연기 스펙트럼이 있었기 때문이다. 육성재는 그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를 해오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드라마 '도깨비'에서 대중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에도 김신(공유 분)을 모셔야 하는 유씨 집안의 4대 독자 유덕화 역으로 열연했다. 천진난만하고 늘 사고를 치는 어린아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절대신에 빙의됐을 때와 평상시의 모습을 특유의 완급조절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눈빛과 말투를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건 육성재의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어 '쌍갑포차' '금수저' 등 판타지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했다. 이처럼 차근차근 밟아온 커리어는 결국 '귀궁'이라는 작품에서 포텐을 완전히 터뜨리는 기반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귀궁'에서 그 모든 내공이 터져 나왔다. 빙의, 사극, 판타지, 멜로,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가 얽힌 작품 속에서 육성재는 중심을 잡고 흐름을 이끈다.
육성재는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가 됐다. 그의 이름 앞에 이제는 '믿고 보는'이라는 말이 가장 자연스럽다. 남은 회차에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인다.
'귀궁'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5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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