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보통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를 만난 배우들은 종종 한정적인 이미지에 갇힐까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배우 박지훈은 달랐다. '약한영웅'이라는 대표작이 연시은이라는 인생 캐릭터가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는커녕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란다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박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약한영웅 Class(클래스)2'(감독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2')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즌1에 이어 연시은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5일 8부작 전편 공개된 '약한영웅2'는 앞서 지난 2022년 공개된 '약한영웅1'의 다음 이야기로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렸다.
박지훈은 먼저 "개인적으로도 애정을 품고 있고 여운을 느끼는 작품이라 공개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다행이다. 무엇보다 시즌1은 서사가 쌓인 상태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시즌2는 웃으면서 엔딩이 나지 않나. 놓아줄 수 있는 작품이라 다행이었다"며 "'우리가 시은이의 웃는 모습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박지훈의 말처럼 시즌1은 친구들을 끝내 지키지 못하는 연시은의 모습으로 엔딩을 맞으며 많은 이들에게 먹먹함과 찝찝함을 동시에 안겼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코마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안수호(최현욱 분)의 모습이 공개되며 안도감을 자아냈다.
연시은에 몰입해서일까. 박지훈은 안수호와 재회 장면 리허설 때부터 눈물을 흘렸단다. 그는 "우리가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했던 시간들이 기억나면서 저절로 눈물이 난 것 같다"며 "실제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맺힌 채 웃음과 함께 편하게 놔준다는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돌이켰다.
"최현욱과 홍경 두 친구가 우정 출연임에도 흔쾌히 출연해 줘서 고마워요.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냐고요?(웃음) 사실 정작 현장은 엄숙했어요. 그 안에서 좋은 에너지를 내줘서 고맙죠. 두 사람에게도 좋은 기억이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도 시은이는 특별한 존재일 것이라고 믿어요."

연시은에 대한 박지훈의 애틋한 감정은 시즌2 출연 계기에서도 드러났다. 시즌1을 촬영하며 많은 애를 쓰고 여러 고충도 겪었던 터라 어떻게 보면 또 한 번 고생길을 택한 셈이었다.
박지훈은 "감독님의 말씀처럼 시은이를 그저 은장고등학교에 보내버린 채 끝을 내는 게 미안했다. 시즌1 때 친구를 잃은 뒤 표출을 안 하던 시은이가 유리창을 깨트릴 정도로 힘들어하지 않았나. 실제로 찍을 때도 촬영장 구석에서 울 정도로 힘들었다"며 "때문에 '시은이가 다시 한번 친구들을 사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감독님의 말에 흔쾌히 참여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지훈의 연시은을 빼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배우들과 캐릭터로서 호흡을 맞춰야 했다. 시즌1과 2를 잇고 관통하는 핵심 인물로서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박지훈은 "부담감과 책임감은 무조건 있어야 했다. 다만 딱히 크게 준비한 건 없다. 이미 애정을 갖고 촬영했던 인물인지라 온·오프가 확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건 있었어요. 유치하고 지겨운 것 등을 그만하고 싶어 하는 눈빛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도 시즌2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어떻게 친구들과 다시 사귀면서 사건들을 헤쳐나가는지예요. 나백진(배나라 분)이라는 큰 인물과 대립하면서 친구들과 결합이 되는 점을 어떻게 해야 납득할 수 있게끔 보여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로 공개 후 일부 시청자들은 연시은과 박후민(려운 분), 서준재(최민영 분), 고현탁(이민재 분)이 친해지는 계기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지훈은 "어떤 계기가 있기보다는 관계의 과정이 이미 친해지고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며 "준태를 구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이 먼저 나선 것부터가 '너는 나처럼 되지 말라'는 시은이의 마음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이미 친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립점에 서 있던 금성제 역의 이준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특히 두 사람이 '아이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이들의 실제 '케미'도 궁금했다.
박지훈은 "준영 형은 대선배"라며 "음악방송 할 때 만나면 눈도 못 마주칠 정도다. 머리를 땅으로 박아서 인사해야 하는 대선배"라고 운을 떼 웃음을 안겼다. 이내 그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형이 먼저 흔쾌히 다가와 줬다. 내가 '선배'가 아닌 '형'처럼 대할 수 있게끔 장난도 많이 걸어줬다. 형을 알아가다 보니 서로 춤을 좋아한다는 것도 취미도 많이 겹친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한 번은 촬영하다가 연습실 가서 형이랑 노래 하나 틀어놓고 춤을 추며 놀기도 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사실 '약한영웅'은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됐던 작품이다. 시즌1이 호평받으며 '웨이브의 효자'로 불렸던 작품인 만큼 시즌2 역시 웨이브와 함께할 줄 알았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플랫폼을 옮겨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넷플릭스는 '약한영웅2' 공개에 앞서 시즌1을 전 세계에 오픈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년 전 작품이 재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5일 만에 시청 수 총 670만 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새롭게 공개된 '약한영웅2' 역시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화제성을 입증했다.
박지훈은 "많은 분들이 어린 소년인 친구를 사귀면서 겪는 성장통에 공감하고 화려한 액션 등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브로맨스 '케미'가 매력적인 것 같다"며 "각각 좋아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지만 시은이와 준태의 관계, 성제와 시은이의 관계 등 어떻게 붙어도 나오는 브로맨스 '케미'가 '약한영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원래도 말수가 많고 텐션이 높은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시즌1 인터뷰 때보다도 더 차분해진 박지훈이다. 그는 연시은 캐릭터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며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항상 보면 눈물을 흘린다. 시즌2를 준비하면서 시즌1을 다시 봤음에도 불구하고 시즌2를 다 찍은 뒤 다시 1을 보는데 울컥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왜?라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모르겠어요. 연시은 때문에 박지훈이라는 사람이 완전히 변한 건 아니지만 영향은 받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아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 속 쓸쓸한 모습이 비슷해요. 저 역시 어렸을 때 환경 때문에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선뜻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도 존재하지 않았을뿐더러 아역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의지한 부분이 많아 시은이의 쓸쓸함이 이해가 가요."
'약한영웅' 시리즈는 박지훈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귀여운 외모로 '윙크남' '내 마음속에 저장'을 각인시켰던 박지훈이 배우로서도 존재감을 증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대표작이자 인기작의 고충이 뒤따를 수도 있다. 앞으로 더 긴 배우 생활을 해야 할 박지훈에게 '약한영웅'과 연시은의 이미지가 고착화될까 우려는 없을까.
박지훈은 "오히려 좋다. 아니 더 유지하고 싶다"며 "눈빛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게 어렵지 않나. 연시은은 눈으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감하고 이해해 준다는 건 내가 어느 정도 잘 표현했다는 방증이지 않나. 때문에 아직은 '약한영웅'과 연시은에게서 오는 이미지를 조금 더 유지하고 싶다"고 솔직한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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