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뮤지션 바비킴에게는 '솔의 대부' '랩 할아버지' 등의 별명이 붙었다. 1994년 밴드 닥터레게로 데뷔한 뒤 2001년 그룹 부가킹즈를 거쳐 지금의 바비킴에 이르기까지의 레게, 알앤비, 소울, 힙합을 두루 아우른 행보와 그 과정에서 보여준 독보적 음색과 역량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런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발라드다.
2009년 발표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랑..그 놈'이 그의 대표 발라드다. 그 이전엔 2007년 방송한 인기 드라마 '하얀거탑'의 OST로 쓰인 '소나무'가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발표한 '고래의 꿈'도 있다. 바비킴이 만들고 부르는 발라드는 또 다르다. 전형적인 발라드가 아닌, 그만의 독보적 감성과 분위기가 물씬 녹아든 '바비킴만의 발라드'다.
바비킴이 24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 앨범 'PART OF ME(파트 오브 미)'도 발라드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듣다 보면 그만의 오묘한 정서와 음색에 장르의 구분은 희미해진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타이틀곡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을 비롯해 선공개곡 'Morning Routin(모닝 루틴)' 그리고 '정리' '달빛 세레나데' '사는 게 그저 다 농담같아'까지 '따뜻'하다.
"예전엔 짚시 같은 와일드한 이미지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따뜻한 음악, 따뜻한 바비킴이고 싶다."
바비킴은 그런 마음으로 미니 2집 'PART OF ME'를 만들었다. 이 앨범은 일상 속 소중한 순간들과 깊이 있는 감정을 다채로운 장르와 풍부한 감성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상과 사랑, 삶의 복잡한 감정을 공감과 위로로 풀어낸 이 앨범은 마치 봄날의 아침 산책 중에 나무 사이를 비짚고 얼굴에 포근하게 내려앉은 햇살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사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이고 오랫동안 이 곡들을 작업했어요. 코로나19 이후 활동을 많이 못했고 혼자만의 운동, 주로 산책을 하면서 마스크 쓴 상태로 왔다갔다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옛 추억과 현재 와이프와 당시 연애를 하고 있을 때 여러 영감을 받으면서 감정이 사랑으로 몰려가면서 작업을 한 곡들이에요."
바비킴은 2022년 결혼했다. 아내와는 2008년 만나 연애를 했지만 헤어졌고 이후 2020년 코로나19 직전 다시 만나 사랑을 키우면서 결혼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당시 아내는 하와이에 머물고 있었고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만나질 못했다. 그때 만들기 시작한 곡들이 이번 앨범에 들어갔다. "사랑을 바탕으로 여러 감정이 들어간 앨범"이 된 이유다.
그렇다고 사랑 이야기로 가득 채운 건 아니다. 그 안엔 아픔 슬픔 등 삶의 곡절이 다 담겼다.
"연애를 하면서 긍정적인 곡들을 쓰다 보니까 너무 밝았고, 그때 상황에서만 영감을 받아 쓰면 대중 분들에게 다가가기엔 너무 나만의 이야기일 거 같았어요. 저도 그간 많은 아픔도 겪었고 이별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책을 하면서 옛사랑도 생각하면서 이별 만남 등 여러 감정을 정리했고 그래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타이틀곡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은 '사랑..그 놈'으로 호흡을 맞췄던 박선주의 섬세한 가사와 바비킴의 보컬이 어우러진 감성적인 발라드 곡이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후회의 복합적인 감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세상의 모든 연인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메시지가 담겼다. 제목에 '3일'은 "희망은 아직 있다"는 느낌을 주려고 붙였다.
"제가 작곡하고 선주 누나가 노랫말을 썼어요. 제가 영어로 가사 내용을 만들고 선주 누나가 저에 대해서 훤히 아니까 바로 한국말로 멋있게 표현을 해줬어요. '사랑..그놈'이랑 진행 과정이 똑같았어요. 누나가 워낙 고집이 세서(웃음). 제가 만든 노래인데 자기 노래인 것처럼.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준 거니까 고맙죠. 발음이 좋아졌다고 칭찬도 좀 받았어요."
바비킴은 곡을 자신이 만들고 가사를 다른 이에게 맡긴다. 영어가 더 익숙하기에 한국말로 더 섬세하게 표현해줄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 그래서 이번 앨범도 박선주 외에 에픽하이 타블로가 'Morning Routin', 다이나믹 듀오 개코가 '정리', 손주영과 주현우가 '달빛 세레나데', 함경문이 '사는 게 그저 다 농담같아' 가사를 썼다.
그럼에도 바비킴스러운 가사가 나오는 건 곡의 느낌을 데모에 정확하게 담아 전달하고 또 자신을 잘 아는 이들에게 작사를 맡겨서다. 바비킴은 "나를 잘 아는 후배나 선배들에게 작사를 맡기는 편이다. 제 음율에 잘 맞춰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정확히 알고 글을 쓰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도 있다. 바로 밴드와 협업이다. 이전까지 대부분 각 분야의 세션맨이 모여서 연주를 했는데 이번 앨범에선 아예 밴드가 참여해 직접 연주를 하면서 편곡을 했다.
"편곡하는 친구들이 고집쟁이들이라 각 곡을 완성하기까지 더 오래 걸렸어요. 완성도에 대한 고집들이 있거든요. 세션맨과 할 때와 차이는 밴드와 협업이 라이브 느낌이 더 산다고 해야 하나. 정확하게 딱딱 맞춰서 나오는 것보다 좀 리듬이 벗어나기도 하고 멜로디도 그렇고 좀 더 생생한 라이브의 느낌이 더 사는 것 같아요."
'Morning Routin'은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느긋하고 낭만적인 순간을 따뜻하게 편안하게 그린 곡이다. '정리'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감미롭게 그려냈고, '달빛 세레나데'는 달빛 아래 피어나는 사랑의 설렘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했고, '사는 게 그저 다 농담같아'는 연인과의 시간과 이별의 아픔을 담담히 돌아본다.
바비킴은 "최대한 따뜻하게 부르려고 했다"면서 "봄날씨에 맞는 따뜻한 음악이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따뜻한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항상 변함이 있는 가수"이길 바란다. 이번엔 봄에 맞게 잔잔하고 따뜻하지만 다음 앨범은 또 다를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와일드한 바비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앨범 간에 텀이 길었지만 이번엔 벌써부터 다음 앨범의 곡을 쓰고 있다.
음악 활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도 팬들과 대중을 만날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도 오픈할 계획이다. 콘셉트는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부모님도 부양하고 있고 결혼도 했고 음악은 물론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다른 모습들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음악 프로그램도 다가고 싶고 콘서트는 올해 무조건 꼭 할 거예요. 예능도 섭외가 온다면 망설임 없이 다 하고 싶어요. 바비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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