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고딕체 문짝남.' 배우 주연우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189cm의 큰 키와 다부진 피지컬을 자랑하는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그 감탄은 단순히 외적인 조건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짧은 대답 속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자신만의 호흡, 농담보다는 진심을 담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은 주연우만의 깊이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해진 순간이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SBS 토일드라마 '보물섬'(극본 이명희, 연출 진창규)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도 그의 이런 진중한 면모는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극 중 경호원 천구호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실물로 마주한 주연우는 방송을 통해 느껴졌던 피지컬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키가 크다는 이유로 설명할 수없는 이른바 '황금 비율'이라는 표현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주연우는 무대 위와 아래의 온도차가 매력적인 배우였다. 카메라 앞에서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인터뷰 내내는 따뜻한 눈빛과 진심 어린 태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듯한 외모와는 또 다른 내면의 따뜻함, 그 다중적인 매력이 '보물섬' 속 천구호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주연우가 활약한 '보물섬'은 2조 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 분)가 자신을 죽인 절대 악과 그 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인생 풀베팅 복수전이다. 총 16부작으로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6.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최종회에서 15.4%로 막을 내렸다. 무려 9.3%P 상승한 기록이다. 주연우 또한 이 인기에 얼떨떨하지만 실감하는 듯해 보였다.
"무사히 잘 마쳐서 정말 감사해요. 시청자분들이 '구호야 얼른 용서를 빌고 동주 편으로 가. 하지만 벌받아라'라고 댓글 남겨주신 게 있는데 정말 인상 깊었어요. 같이 이야기에 몰입해 주신 것 같아 정말 감사했죠. 최근에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에 20대 남자 두 분이 오셔서 저한테 '보물섬 맞죠?'라고 물어봐 주신 적도 있어요. 그때 운동이 다 끝났는데도 더 하고 갔어요.(웃음)"
그렇지만 주연우는 당초 천구호 역을 지망한 건 아니었다. 원래는 배우 이유준이 맡은 배원배 역할에 오디션을 보러 갔단다.
"배원배가 털북숭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걸 보고 '고려거란전쟁' 때 분장을 해주셨던 실장님을 찾아뵙고 도움을 받아서 털북숭이처럼 수염을 붙이고 오디션장에 갔어요. 그때 감독님이 좀 많이 놀라셨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천구호 역 한 번 해볼 수 있겠냐고 해서 해봤고 그 결과 천구호를 만나게 됐죠."
당초 예상하지 않았던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연우는 천구호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천구호가 가지고 있는 염장선에 대한 충성심과, 무슨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듯한 강인한 카리스마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그야말로 '신스틸러'로서의 맹활약이다.
"감독님이랑 천구호 캐릭터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 의견이랑 제 의견을 융합해서 함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갔죠. 감독님이 어느 부분에서는 철저한 눈빛과 묵직한 느낌을 원하셨는데, 염장선 선생님을 바라봤을 때는 다른 눈빛을 원하셨어요. 그 덕분에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럼에도 걱정은 있었다. 천구호는 모든 감정을 속으로 삼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연우는 "무표정 안에서 미묘한 부분을 만들어 내는 게 조금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천구호는 염장선을 항상 경호하는 인물이에요. 근데 그냥 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그 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천구호가 염장선을 존경하는 충성심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저한테도 허준호 선배님이 교과서 같은 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죠."
주연우는 이런 천구호의 내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피지컬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헬스로 몸을 키운 걸 보면서 다부지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그는 "항상 눈바디를 봐서 체감을 못 할 때도 있다. 근데 의상팀에서 '운동을 좀 덜 해도 될 것 같다'고 얘기해 주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몸이 커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원래는 헬스가 기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로 생각하니까 점점 어려워지고 거리감도 생기는 거예요. 근데 이번 '보물섬'에서 경호원 역할을 하니까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허준호 선배님이 체격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고, 제가 선생님을 보좌하는 역할이라면 저 또한 체격이 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라면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겠구나'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노력했어요."
이런 주연우의 노력이 있었기에 주연우 표 천구호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진창규 감독 또한 '어느 순간부터 구호가 멋있다'고 칭찬했다고. 주연우는 "연기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 주고 싶다. 나름 카리스마 있는 장면은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저게 뭐지'라는 심정이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예전에는 막연하게 연기만 잘하는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보다는 맡은 배역을 정말 진정성 있게 잘 표현해서 시청자분들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시작한 연기는 어느덧 그의 인생의 전부가 됐다. 진심을 담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주연우의 다음 여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저는 '보물섬'에 들어가서 보물을 찾은 느낌이에요. 많은 관심과 사랑도 받았고, 팬분들이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것도 항상 마음속에 잘 담아두고 있어요. 그게 굉장히 힘이 될 때도 많아요. 앞으로도 더 책임감 갖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보답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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