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하이퍼나이프' 박병은, 연기를 대하는 태도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5.04.20 09:00 / 수정: 2025.04.20 09:00
'하이퍼나이프' 대본 보고 감독에게 직접 출연 요청
설경구·박은빈에 대한 무한 신뢰감+찬사 보내
배우 박병은이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병은이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박병은에게 배우란 '자랑스러운 직업'이다.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애정이 가득하기 때문에 어딜 가서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그래서일까. 박병은은 '하이퍼나이프' 속 분량과 상관없이 하고 싶다는 이유로 먼저 출연을 요청했다. 연기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병은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각본 김선희, 연출 김정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취과 의사 한현호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9일 8부작 전편 공개된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작품을 끝내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평소에 좋아하고 존경했던 설경구 선배님과 작품을 하게 돼 개인적으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박은빈 씨와도 이번이 얼굴을 본 건 처음인데 에너지와 스펙트럼에 많이 놀랐다"며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같이 나오는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가는 것 같은 이른바 연기 공부를 마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병은의 설경구와 박은빈에 대한 찬양은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심지어 작품 출연조차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을 접하고 직접 의사를 전했단다. 그는 "감독님께 현호 캐릭터를 내가 해도 되냐고 먼저 연락을 드렸다. 나중에 왜 내게는 대본을 안 줬는지 물어보니 '분량이 적다 보니 선배님께서 이 역할을 한다고 할지 몰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감독조차 예상 못 한 박병은이 '하이퍼나이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메디컬 드라마라는 이야기만 듣고 단순히 의사들이 나오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여자주인공 세옥이 사람을 막 죽이더라. 뿐만 아니라 스승인 덕희라는 인물도 고약하더라. 우리나라에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었다"며 "두 캐릭터의 캐스팅을 이미 알고 보다 보니 두 배우의 연기로 상상이 됐고 더더욱 몰입됐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궁금하고 흥미진진해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병은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에서 한현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병은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에서 한현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특히 후반부에서 휠체어에 탄 덕희가 자신의 수술을 앞둔 세옥과 수술실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병은은 "보통 배우들은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보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을 한다. 그 장면에서 나는 덕희에게 이입해 회한과 미안함이 끌어올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설경구 선배님은 나와 완전히 반대로 해석을 해서 깜짝 놀랐다. '한심한 새끼, 꺼져'라고 하는데 그 대사 속에서 세옥을 생각하는 마음이 잘 담겼다"고 돌이켰다.

연기 외적으로도 설경구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많이 배웠다. 박병은은 "선배님은 자기관리 하이클래스에 계신 분이다. 지방에서 아침 8시 촬영이면 있으면 숙소에서 2~3시간 전에 일어나 줄넘기 등을 하면서 모든 부기를 빼고 온다. 다수의 배우들이 아침이다 보니 부어있기 마련인데 선배님은 절대 아니다. 하루는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물었더니 '난 촬영장에 연기하러 간 배우가 준비 안 된 상태가 너무 싫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배워서 나도 러닝을 시작했다"며 "8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도 일주일에 5번 정도 뛴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한현호는 대학병원 출신의 휴머니즘 신념 가득한 의사로 정세옥의 수술 실력을 아까워하며 그 주변을 서성이며 마취과 의사로서 정세옥을 돕는 인물이다. 즉 박은빈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다.

박병은이 바라본 박은빈은 어땠을까. 그는 "연기 잘하고 발성도 좋은 건 워낙 유명하지 않나. 실제로도 정말 총명한 배우"라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안다. 일례로 촬영 현장에서도 문제가 생겨 촬영 진행을 못 하고 있을 때 명쾌하게 답을 내려준다. 일정이 지연될 수 있었던 부분을 해결하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돌이켰다.

"흔히 말하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걸 박은빈을 두고 하는 말 같았어요. 비 맞는 장면에서 분명 추울 텐데 춥다는 내색 한 번을 안 하더라고요.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배울 게 많은 배우였죠. 두 사람의 프로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어요. 존경스럽고 행복했습니다."

배우 박병은이 하이퍼나이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박은빈을 치켜세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병은이 '하이퍼나이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박은빈을 치켜세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렇다면 박병은이 현장에서 담당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그는 민망한 웃음과 함께 "밝음을 담당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그는 "보통 수술 장면은 몰아서 찍으면 10시간을 찍을 때도 있었다. 또한 폐차장 수술 장면은 한 달 넘게 찍었다. 먼지도 많고 공기도 희박한 곳에서 한 달을 촬영하니까 힘들더라. 그래서 나라도 밝고 즐겁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열심히 말을 건넸다. 다행히도 다들 리액션이 좋아서 쉬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병은은 앞서 다수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선한 의사로 등장하지만 왠지 모르게 반전이 있진 않을까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의심을 사기도 했다. 지인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는 그는 "4부 정도 됐을 때 연락이 왔다. '변할 거지? 이제 누구 죽일 거지?'라고 묻더라"며 "처음 현호 역을 맡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차분하면서도 평범한 인물인데 처음부터 선의를 지키지 않나. 이 흐름을 연기하는 것도 재밌었다"고 밝혔다.

박병은의 말처럼 한현호는 뇌에 미친 세옥과 덕희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선한 인물로서 작품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다만 임팩트 강한 캐릭터들과 평범하게 마주한다는 점에서 밋밋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

그러나 박병은은 오히려 다소 밋밋하더라도 누르는 걸 원했단다. 그는 "뭔가를 더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누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덕희와 세옥의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에 나까지 과하게 된다면 극의 중심이 치우칠 것 같았다. 오히려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항상 조심했다"고 설명했다.

"한현호도 다른 의미에서는 세옥과 비슷해요. 세옥이 뇌에 미친 사람이라면 한현호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맞다'는 신념에 미쳤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한현호의 감정을 믿으면서 계속 누르려고 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스피커처럼 세옥과 덕희의 감정을 받아 좌우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박병은이 디즈니+ 하이퍼나이프의 결말을 언급하며 시즌2를 원한다고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병은이 디즈니+ '하이퍼나이프'의 결말을 언급하며 시즌2를 원한다고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나아가 박병은은 '하이퍼나이프' 시즌2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세옥이 유일하게 짜증을 안 내는 사람이 한현호다. 또한 세옥이 사람을 죽이거나 밤에 하는 일을 유일하게 모르는 인물도 한현호"라며 "때문에 만약 한현호가 세옥이 살해하는 장면을 본다면 어떤 감정을 가질까 궁금했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을 던져 다시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며 박병은에게 감탄한 부분은 연기를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하이퍼나이프'처럼 분량에 크게 연연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역할이 다른 캐릭터를 뒤받쳐주는 것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출연이 불발된 작품이어도 모든 대본을 읽고 극장에서 작품을 보며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을 배우기도 한단다.

박병은은 "이런 점들이 내겐 계속해서 공부가 되는 것 같다. '공부가 제일 재밌어요, 쉬웠어요' 하는 것처럼 내가 연기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렇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다.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라는 마인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제게 연기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면 요즘은 '자랑스러운 내 직업'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배우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전 무명 시절 때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독립영화랑 단편영화를 정말 많이 찍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예전에는 '내가 배우인가, 아직 미흡하지 않나' 싶고 쑥스러웠는데 요새는 '배우 박병은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팬앤스타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4개 보러가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