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뚜벅뚜벅 매번 터뜨린 포텐셜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5.04.19 10:00 / 수정: 2025.04.19 10:00
반사회성 기질의 천재 외과 의사 세옥 役 맡아 열연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재미"
배우 박은빈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은빈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매번 놀라운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지만 박은빈에게는 도전이 아니라 단지 시도다. 드라마 '연모'의 남장 여자 왕부터 '하이퍼나이프'의 반사회성 기질을 지난 천재 의사이자 살인마까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박은빈의 시도에는 '사람을 이해하는 재미'라는 비결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그렇게 만난 캐릭터와 투쟁하면서 피워낸 계단식 성장을 통해 배우로서 성취감을 얻고 있다.

박은빈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 연출 김정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세옥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과 두뇌 싸움을 담은 메디컬 스릴러다. 총 8부작으로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10일 기준 한국, 대만, 홍콩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달 19일 공개 직후부터 종영까지 줄곧 1위를 지켰고 대만과 홍콩 역시 높은 화제성 속에서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싱가포르와 일본에서는 TOP(톱) 5를 꾸준히 유지하며 아시아 전역에서 웰메이드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이에 박은빈은 "이 작품은 제가 굳이 말로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시청자분들이 채워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르와 감정을 다루는 것은 처음이어서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가늠이 안 갔다. 대본을 읽었을 때 느낀 오묘한 감정들에 어느 정도까지 이입을 해주시고 느껴주실지 어려웠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시청자분들께서 많이 따라와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에서 반사회성 기질을 지닌 천재 외과 의사 세옥 역으로 분해 열연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에서 반사회성 기질을 지닌 천재 외과 의사 세옥 역으로 분해 열연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날 그는 철저한 준비성을 바탕으로 '하이퍼나이프'와 자신이 연기한 세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작품의 대본, 캐릭터 노트, 인터뷰 예상 질문과 답변이 담긴 태블릿 PC 등을 참고해 인터뷰에 임했다.

"OTT를 처음 해봤는데 상당히 공개 시기가 멀더라고요. 지난해 3월부터 촬영을 해서 9월에 끝났는데 벌써 지금 4월이에요. 기억력이 좋다고 해도 혹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너무 마음이 쓰일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캐릭터 노트들도 작품 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려고 가져왔어요."

박은빈은 반사회성 기질을 지닌 천재 외과 의사 세옥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세옥은 덕희에 의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후 불법 수술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섀도우 닥터로 살아가지만 필요에 의해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냉혹한 살인마다. 세옥은 박은빈이 데뷔 후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악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그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재미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도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고 평가를 해 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이미지 탈피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한 작품은 아니었어요. '안 해봤던 것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박은빈은 강렬한 세옥 캐릭터에 자신을 떠올리는 제작자에 흥미를 느껴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단다. 그는 "이 작품을 기획자분들로부터 제안받았다. 세옥 캐릭터에 저를 떠올렸다고 해서 재밌었다. 왜 제안을 했냐고 역으로 물어봤더니 제가 이 역할을 해야만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더라. 상상이 안 가기 때문에 너무 보고 싶다고 해서 해봄 직하다고 생각하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세옥과 만난 박은빈은 참고 문헌, 심리학 전공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 박은빈과 캐릭터 세옥 사이 거리를 두면서 준비했다. 박은빈은 "캐릭터를 저와는 별개의 인물로 생각하는 게 훨씬 더 몰입할 수 있다. 완벽하게 타자화하는 것이 캐릭터와 더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특성들을 참고해서 세옥을 준비했어요. 태어나서 이런 인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참고 문헌들을 통해서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덕분에 캐릭터에 접근하는 저만의 방법이 생겼어요. 공부했던 진단 기준이나 체계를 참고해서 세옥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세옥은 뇌 수술 장면부터 의학 용어 사용, 반사회성 기질의 날이 선 성격, 여러 사람을 죽이는 살인까지 연기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쉽지 않은 캐릭터다. 그럼에도 박은빈은 힘든 점이 없었다고 단번에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사실 연기할 때는 연기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해 둬요. 스스로 느낌이 와요. '내가 지금 일상생활에서 이 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면 일을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소진되는 감정이 느껴질 때는 잘 조율하는 편이에요. 감정의 극단을 연기하는 때도 많았고 쉽지만은 않은 표현이 있을 때는 잘 분리해서 관리했어요. 그래서 연기적으로 힘든 점은 오히려 없었던 것 같아요."

배우 박은빈은 공부했던 진단 기준이나 체계를 참고해서 세옥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박은빈은 "공부했던 진단 기준이나 체계를 참고해서 세옥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려운 캐릭터도 척척 잘 소화해 내며 자신감을 내보인 그가 가장 공을 들였으면서도 아쉬움을 남겼던 장면은 마지막 8회에서 어두운 밤에 양 경감(유승목 분)과 대치하다가 그를 죽이고 덕희와 마주해 감정을 쏟아내며 대립하는 부분이었단다.

"양 경감을 죽이고 덕희를 만나는, 제가 백정이 된 신은 대본을 받는 순간 '우리 드라마가 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구나'가 확 느껴진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향해 달렸고 잘 표현하고 싶어서 혼신의 힘을 다했어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날 해가 막 뜨고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작품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었고 솔직히 더 잘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건이 안 돼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 이상으로 진심으로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박은빈은 '하이퍼 나이프'를 통해 설경구와 제자와 스승으로 만났다. 작품은 메디컬 드라마이긴 하지만 병원 내부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기보다 스승과 제자의 치열한 대립에 중점을 두는 만큼 각각 세옥과 덕희로 분한 두 사람의 연기 시너지는 화제를 모았다.

"연기할 때만큼은 직선적으로 부딪히는 것을 선호해요. 계산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얻는 몰입에 따라서 달라지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선배님과도 리허설 때보다 실제 슛이 들어갔을 때 전력으로 맞부딪혀보는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서로 알뜰하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박은빈은 '연모'의 남장을 한 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무인도의 디바'의 가수 지망생에서 반사회성 기질을 가진 천재 의사이자 살인마로 또 한 번의 변신을 했다. 이렇게 다채로운 캐릭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해하려고 시도했을 때 어떤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이 있어요.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발견해 나가는 순간들이 이해의 폭을 확 넓혀주는 것 같고 그런 순간들이 재밌어요. 캐릭터는 작가님이 창조해 주셨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이해해서 시청자분들에게 소개해 드리는 것은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소개들이 늘어날 때마다 저뿐만이 아니라 같이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분들이 있다는 것이 늘 큰 힘이 돼요."

그렇게 박은빈이 얻은 원동력은 곧 성장으로, 성취감으로 이어졌단다. 다만 성장이 급격하게 되는 때가 있지만 언제나 상향 곡선을 그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에 계단식 성장을 선호한다는 그는 뚜벅뚜벅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계단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온다고 했다. 그렇게 박은빈은 당장은 진전이 없더라도 비축해야 내 것이 된다는 생각으로 성장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 같이 해도 안 되다가 마지막에 포텐셜이 발휘되는 경우가 있어요. '무인도의 디바' 때 역경을 넘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때도 그랬어요. 쉬운 선택이었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네 싶은 지점들도 있어요. 그런 과정을 지나서 얻는 성취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보람을 느끼게 해줘요. 성취감 덕분에 지금까지도 일을 지치지 않고 해올 수 있었어요. 또 지치는 순간에도 나중에 분명 성취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기르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저는 저와 투쟁하면서 살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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