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성균이 쌍꺼풀이 생겨서 악역은 어려울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무색하게 또 한 번 악역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동시에 섬세한 열연으로 마냥 나쁘게만은 볼 수 없는 안타까움까지 더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김성균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감독 이일형)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길룡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4일 공개된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목격남(박해수 분), 주연(신민아 분), 사채남(이희준 분), 길룡(김성균 분), 안경남(이광수 분), 유정(공승연 분)까지 각자 다른 사연과 욕망을 가진 6명의 인물들이 악연의 굴레로 빠져드는 과정을 그렸다.
2025년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릴러인 데다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공개 직후 호평이 잇따랐다. 이에 힘입어 '악연'은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으며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에 김성균은 "대본 자체가 재밌다 보니 어느 정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면서도 "이렇게까지 뜨겁게 반응을 해주니 좋은 작품에 함께하게 된 것이 더욱 영광스럽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성균은 "일단 6부작이라는 짧은 이야기가 어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에 쭉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지 않나"라며 "그리고 짧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우리가 지루하지 않게끔 개별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해서 보되 궁극적으로는 한 이야기로 섞인다. 이 구조가 지루하지 않게끔 촘촘히 잘 짜여 있으니 보는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악연'은 말 그대로 여러 악인들이 등장해 강렬한 열연을 펼친다. 그러나 김성균의 길룡에 대해서는 '나쁘지만 바보라서 안타깝다'는 반응도 다수 존재했다. 이를 언급하자 웃음을 터트린 김성균은 "나도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비슷한 감상으로 봐 준다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길룡의 악행은 면죄부가 될 수 없어요. 하지만 자식을 살리기 위한다는 절박한 사연이 있었잖아요. 뭐 하나 얻는 것 없이 이용당하다 허무한 죽음을 맞았다는 점에서는 좀 안타깝죠.(웃음)"
김성균은 극 중 연변에서 온 조선족으로 과거 화룡시 삼합회 두목이었다가 지금은 대광물류의 직원으로 있는 장길룡 역을 연기했다. 박재영(이희준 분)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은 뒤 김범준(박해수 분)과 함께 일을 해나가지만 악연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길룡은 김성균이 초반 그렸던 길룡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그는 "처음에는 생활감 있는 연변인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인물 중 한 명 정도는 과묵하게 밑바닥에 있는 듯한 느낌이 있기를 바라 지금의 길룡이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조선족을 연기하기 위해 말투도 연습했다. 김성균은 "중국에서 온 분이 실제로 현장에 늘 상주해 있었다. 말투도 감독님의 '눌러라'라는 디렉팅에 따라 바뀐 부분이 있었다. 길룡이는 좀 느리고 날리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처음 '악연'의 포스터가 등장했을 때 김성균의 이름을 보고도 그인지 몰라봤다. 이를 언급하자 김성균은 "의상팀과 분장팀의 공로"라며 웃어 보였다.
"장길룡이란 캐릭터에게 요구됐던 설정이 '어두움' 같았어요. 머무는 거처도 폐차장으로 어두웠고 입는 옷부터 얼굴 톤까지 모두 칙칙했죠. 수염 분장만 30분 이상 걸렸어요. 옷도 몇 번을 피팅했는지 모르겠어요. 덩치감과 무거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악연'을 이끄는 6인 중 주연을 제외하고는 다들 다양한 악행을 저지른다. 이에 김성균이 보는 가장 질이 좋지 않은 악인은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는 "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놈들인데"라고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우리 작품은 '누가 더 나쁜놈일까'라고 질문을 던질 때 서로의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패륜이라는 점에 더 욕을 낼 수도 있지 않나. 또한 시사회 때 반응을 보니 몇몇 관객들을 광수가 사람을 해친 것보다 나중에 결혼사진이 공개되며 불륜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 욕을 하더라. 보는 사람마다 '악인 넘버원'이 다른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자식을 키우는 제 입장에서는 사채남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해요. 패륜은 정말 큰 악행이잖아요. 지질한 양아치인데 어떻게 저렇게 큰 일을 꾸밀까 싶어요. 그러다가 길룡에 대해 내뱉는 말은 '내 아버지의 복수'라는 어불성설도 내뱉죠. 입체적인 사채남의 캐릭터를 희준 형이 잘 살린 것 같아요."
'악연'의 영어 제목은 카르마(Karma)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작품의 메시지로 '업보'에 집중했다. 김성균 또한 "모든 일은 돌고 도는 것이고 어느 행동이든 결국 남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길룡이라는 캐릭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느낀 점도 있다"며 "길룡이가 가족들에게는 가장이자 울타리지 않나.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는 인물이다. 이처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 필요에 의해 누군가에게는 인연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악연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악연'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랄까. 김성균은 "재미라는 게 웃어서 재밌는 것이 있는 반면 울어서 재밌는 작품이 있지 않나. 우리 작품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직 안 본 분들이 계신다면 궁금하더라도 너무 많은 정보를 찾아보지 말고 봐주셨으면 해요. '악연'은 생귀와 생눈으로 볼 때 만족감이 배가 되는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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