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KBS의 대표 장수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이 어느덧 700회를 맞이했다. 지역의 맛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관찰해 온 이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오늘(10일), 700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약 14년간 프로그램을 지켜온 배우 최불암이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고 배우 최수종이 새 진행자로 나서는 것. 최수종이 새롭게 써 내려갈 '한국인의 밥상'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모인다.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7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임기순 PD, 전선애 작가, 배우 최수종이 참석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지역 대표 음식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 음식 문화 등을 아름다운 영상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매주 한편의 '푸드멘터리'(푸드+다큐멘터리)로 꾸며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1년 1월 첫 방송돼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날 700회를 맞이한다.
임기순 PD는 "'한국인의 밥상'은 우리가 지내온 시간을 음식으로 기록한 맛의 여정이다. 단순한 요리 소개 프로그램이 아닌 한 끼 밥상 안에 녹아 있는 삶의 희로애락, 추억과 그리움, 조상의 숨결이나 지혜를 담은 하나의 문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역별로 음식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함과 동시에 한국인의 정서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요즘 새로운 음식이 나오는 만큼 또 사라져가는 음식들도 많다. 그런 것을 발굴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맛의 기억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인의 밥상'에 출연해 주신 일반인분들이 허심탄회하게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시청자분들이 그들의 삶에 감동을 받고 공감해 주신 덕분에 700회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700회를 기점으로 맞은 가장 큰 변화는 MC의 교체다. 그동안 배우 최불암이 첫 방송 이후 약 14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최불암은 700회를 기점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배우 최수종이 그 배턴을 이어받는다.
이와 관련해 임 PD는 "최불암 선생님은 프로그램에 열정이 정말 많으신 분이다. 14년간 전국을 돌아다니신 만큼 사명감도 정말 깊다"며 "지난해 가을쯤에 잠깐 쉬셨다가 1월 말에 돌아오셨는데, 그때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제작진에게 먼저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는 뜻을 밝히셨을 때 저희 제작진으로서는 상상이 잘 안 갔다. 최불암 선생님은 '한국인의 밥상'의 브랜드 그 자체였던 분이다 보니 빈자리를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다. 그래서 여러 차례 부탁을 드렸는데 워낙 뜻이 강하셨다"며 "계속 부탁드리면 제작진의 욕심일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세 가지 조건을 세우고 새로운 후임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전국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반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분이어야 했다. 또 현장에 계신 분들과 잘 어우러지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이자, 프로그램이 가진 정체성을 가슴으로 이해하며 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불암 선생님이 무게감을 가진 진행자였다면 최수종 씨는 '국민 남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분이다. 그래서 최수종 씨의 친밀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또 눈물도 좀 많으신 것 같은데, 이는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공감해 준다는 의미다. 최수종 씨는 지금까지 이어온 '한국인의 밥상'의 유산을 잘 이어갈 최고의 적격자인 것 같다"고 호평했다.
이와 관련해 최불암의 반응은 어땠을까. 임 PD는 "최불암 선생님께서 최수종 씨가 후임이 됐다는 말을 들으셨을 때 '우리의 깊고 진한 맛을 오랫동안 잘 이어주길 바란다. 잘 해낼 거다'라고 응원해 주셨다"고 전했다.
최불암의 배턴을 이어받게 된 최수종 또한 부담감이 컸다. 특히 섭외 전화가 처음 왔을 때 쉽게 승낙을 못 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한국인의 밥상'은 최불암 선생님의 눈빛과 손짓이 하나하나 담겨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고민이 많이 됐다"며 "고두심 씨가 '당신의 삶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에 기쁨과 슬픔을 같이 느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씀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식들은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 않냐. 저도 최불암 선생님의 뒷모습을 따라가려고 한다. 햇빛이 앞에 있을 때 그림자를 밟아야 할까, 밟지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것처럼 저도 조심스럽게 걷고자 한다"며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의 밥상'이 '최수종화' 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익혀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수종의 합류로 변화를 맞이한 700회 특집에는 '한국인의 밥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하는 특별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 전선애 작가는 "배우 강부자 이정현, 박찬일 셰프가 출연해 최수종 씨와 '한국인의 밥상'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한다"며 "프로그램이 14년 동안 걸어온 여정을 한 번 돌아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축하하는 특집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최수종은 "녹화를 좀 진행했는데, 나이가 90인 어르신 분들이 '죽기 전에 최수종 씨를 봐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진짜 감동이었다. 또 역사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도 저한테 '강감찬 장군님, 최수종 씨 사인해 주세요'하는데 이것도 정말 감동이었다"며 "최불암 선생님이 아버지의 시선으로 여유롭게 이끌어주셨다면 저는 아버지이자 아들로, 또 다른 곳에서는 형이자 오빠로 시청자분들과 만나는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4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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