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빅뱅이 아닌, 솔로 가수 대성을 생각하면 여전히 신명나고 '뽕끼' 가득한 '날 봐, 귀순' '대박이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예능에서의 유쾌한 모습까지 맞물려 가수 대성의 이미지는 그 노래 안에서 16~17년을 머물렀다. 그리고 어느덧 서른 중반. 대성은 10~20대의 웃음기를 싹 뺀 얼굴과 보컬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연다.
대성은 8일 첫 솔로 앨범인 미니 1집 'D’s WAVE(디스 웨이브)'를 발매한다. 국내에서 몇몇 디지털 싱글을 발매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하긴 했지만 국내 솔로 앨범은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한 지 무려 19년 만이다. 10대에 데뷔한 그는 이제 서른 중반이 됐고 연습생부터 20여년을 함께 한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로운 곳에 몸담고 있다.
그 세월 동안 여러 굴곡을 지나며 다양한 삶의 감정을 품은 대성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창조되는 음악적 흐름을 'WAVE(파형)'라는 키워드로 풀었다.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8트랙에 녹여냈다. 2023년 4월 알앤디컴퍼니(디레이블)에 새 둥지를 틀고 꼬박 2년여를 매진한 끝에 탄생한 대성의 첫 솔로 앨범이다.
대성은 코믹한 이미지에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보컬리스트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딴딴한 보컬에 허스키함이 가미된 음색은 그만의 개성과 색깔을 만든다. 풍부한 성량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기량까지 갖웠다. 여기에 특유의 끼와 빅뱅 무대로 다져진 퍼포먼스도 발군이다.
데뷔 3~4년 차인 2008~2009년 '날 봐, 귀순'과 '대박이야!'를 연달아 히트시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당시 미성년자를 갓 지나던 대성은 그만의 밝은 에너지를 출중한 보컬과 퍼포먼스로 곡과 무대에 쏟아냈고 그 두 곡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을 받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대표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빅뱅 안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그때 이미 구축했다.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빅뱅 활동에만 집중하면서 국내에서 솔로 커리어는 단절됐지만 일본에서 정규와 미니 여러 장을 발매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도 하고 솔로 아레나 투어도 했다. 2018년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2020년 초부터 빅뱅이 혼란기를 겪으며 5년여 동안 활동이 뜸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허물어질 성은 아니다.
2023년 4월 YG엔터테인먼트는 떠나 알앤디컴퍼니와 새출발을 시작했지만 대성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해 12월 디지털 싱글 '흘러간다', 지난해 4월 디지털 싱글 'Falling Slowly(폴링 슬로울리)'를 발표했을 뿐이다. 그 시간 동안 대성은 차근차근 자신이 앞으로 펼쳐나갈 음악의 방향성을 그리고 내실을 다졌다.
'흘러간다'는 불독맨션의 이한철이 2012년 발표한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제각각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함께 한 해를 또다시 흘려보내며 스스로의 인생을 걸어가 보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에서 대성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를 전했다. 대성은 이 곡으로 '날 봐, 귀순', '대박이야!'의 웃음기를 걷어내는 첫 발걸음을 뗐다.
이후의 행보는 'Falling Slowly'. "앞으로 펼쳐질 대성의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다시 한번 첫 단추를 끼워 내는 마음으로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힘에 집중한 음악"이라는 당시 소속사의 설명처럼 '흘러간다'에서 우직하게 한발 더 내디뎠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뜨겁게 타오르던 감정이 지나간 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언플러그드한 악기 수어과 서정적인 멜로디로 풀어냈고, 수록곡 '빛'은 고마운 마음을 더 큰 마음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감정을 로맨틱한 멜로디와 따뜻한 스트링 편곡의 재즈 발라드로 표현했다.
특히 대성은 'Falling Slowly' 작사에 참여했고 '빛' 가사를 혼자 썼다. 2010년 발표한 솔로곡 '솜사탕'을 비롯해 빅뱅을 비롯한 몇몇 곡 작사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그가 오롯이 혼자 노랫말을 다 쓴 건 '빛'이 처음이다. 지난 2년여간 발표한 곡은 단 3곡이지만 그 안에서 대성이 어떤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첫 솔로 미니 앨범 'D’s WAVE'다. 타이틀곡 'Universe(유니버스)'를 비롯해 'Beautiful Life(뷰티풀 라이프)', '그 시절의 우리', 'Last girl(라스트 걸)'(with 한요한, 'JUMP(점프)', 'Fly Away(플라이 어웨이)', 'Wolf(울프)', 'Umbrella(엄브렐라)'(보너스 트랙) 8트랙으로 구성된다. 정규 앨범에 버금가는 미니다.
앞서 리메이크 곡 '흘러간다'로 감성의 변화를 예고하고 이후 싱글에서 그것에 더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빌드업을 한 대성은 이번엔 작사는 물론이고 작곡에도 참여해 성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도 녹여냈다. 소속사는 "약 2년간의 치밀한 준비 끝에 완성한 앨범", "대성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Universe' 뮤직비디오 티저만 봐도 대성의 변화가 단번에 와 닿는다. 곡은 파워풀한 록 사운드에 따뜻함과 아련함이 느껴지는 멜로디가 더해졌다. 대성은 청량한 보컬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만의 것을 찾아 나서겠다는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재킷 사진 속 여러 종류의 마이크에 둘러싸인 대성의 카리스마 있는 표정도 그의 새로운 여정을 함축한다.
대성은 8일 오후 6시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이 될 미니 1집 'D’s WAVE'를 발매한다. 이어 오는 26일과 27일 서울에서 아시아 투어의 포문을 연다.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양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대성은 호찌민, 타이베이, 홍콩, 고베, 요코하마 등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고 현지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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