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연애 초반의 설렘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두근거리는 시기가 지나면 지지고 볶으며 치열하게 싸우는 시기가 찾아온다. 방송 전, 자극적인 도파민만 선사할 것이라 우려를 샀던 '지지고 볶는 여행'(이하 '지볶행')이 출연자들의 오래된 커플과 같은 '케미'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썸'(호감)과 '쌈'(싸움) 사이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현실 공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첫 방송된 SBS Plus·ENA 예능 프로그램 '지볶행'은 '나는 SOLO(솔로)' 제작진이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 론칭 이후 선보인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나는 솔로' 9기 옥순, 10기 정숙, 10기 영수, 22기 영숙, 22기 영수와 '나솔사계' 남자 4호가 재회해 지지고 볶고 속 끓이는 여행을 펼친다. 현재 5회까지 시청자들과 만났다.
당초 '지볶행'에는 출연자 우려먹기로 시청자들에게 도파민만 제공하려 한다는 시선이 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 중 9기 옥순, 10기 정숙, 22기 영숙 등은 '나는 솔로'에 이어 '나솔사계'까지 출연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아온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지볶행' 예고편에는 함께 여행을 떠나는 9기 옥순과 남자 4호, 22기 영숙과 22기 영수, 10기 정숙과 10기 영수가 상대방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방송이 진실한 사랑을 찾는 모습이 아닌 화제성 있는 남녀의 갈등으로 자극만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그렇게 베일을 벗은 '지볶행'은 여행이라는 포맷에 '지지고 볶고 속 끓이며 사는 것이 사랑과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제대로 버무렸다. 출연자들은 '나는 솔로'와 '나솔 사계'에서 최종 커플이었지만 헤어진 커플, '나는 솔로'에서 최종 커플이 아닌 열린 결말을 맞은 커플, '나는 솔로'에서 싸우다 정든 커플 등 간단치 않은 서사를 갖고 있다. 그런 이들이 살벌하게 대립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보여주는 달달한 모습은 마치 오래된 연인들이 여행하면서 싸우고 회포를 푸는 듯한 모습을 반영한다.
프라하로 여행을 떠난 22기 영숙과 영수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갈등한다. 두 사람은 숙소 냉장고 정리, 옷 정리, 대화 스타일, 식사 매너 등 갖가지 면에서 부딪히며 신경전을 벌인다. 특히 영숙은 상황에 맞춰 일정을 정하는 느슨한 스타일인 반면 영수는 자신의 정한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반된 면모를 갖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영수는 영숙의 의사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영숙은 원치는 않았지만 영수가 애써 준비해 준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은근히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프라하를 여행하는 9기 옥순과 남자 4호는 소통의 오류로 한층 더 긴장감 있는 조합을 보여준다. 옥순은 "저녁 뭐 먹고 싶냐"는 남자 4호의 말을 듣고 그가 자신에게 일정 짜기를 미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남자 4호는 옥순이 배려 차원에서 말한 "오빠 혼자 (트래킹) 갔다 올래?"라는 말을 서운하게 받아들인다. 미스 커뮤니케이션 속에서도 두 사람은 대화로 오해를 풀고 옥순의 버킷리스트였던 디저트 가게에서 빵을 나눠 먹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을 마시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이들 중 가장 연장자이자 '돌싱'(돌아온 싱글)인 10기 정숙과 10기 영수는 갈등에 좀 더 원숙하게 대처한다. 영수는 수영복 문제로 온천 가기를 거부하는 정숙에 맞서 온천행을 주장하지만 이내 한발 물러서 정숙이 원하는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두 사람은 컵라면에 김치를 먹으면서 기분을 풀고 영수가 발 아파하는 정숙에게 마사지를 해주면서 다정한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출연자들이 아는 사이 이상의 남녀 관계로 나아가 사랑의 진정성을 좇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대개 연애 프로그램이 '썸'과 연애 초반의 떨림과 설렘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지볶행'은 연애를 한다면 누구나 겪기 마련인 남녀 간의 갈등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남은 방송 동안 출연자들의 달콤살벌한 '케미'가 또 어떤 현실 공감을 자아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볶행'은 매주 금요일 밤 8시 40분 SBS Plus와 ENA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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