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시트콤을 '밥친구' 삼는 요즘 안방극장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줄 작품이 될 수 있을까. '빌런의 나라'가 시트콤의 부활을 꿈꾸며 출사표를 던졌다.
KBS2 새 수목시트콤 '빌런의 나라'(극본 채우·박광연, 연출 김영조·최정은) 제작발표회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영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오나라 소유진 서현철 송진우 박영규 최예나가 참석했다.
'빌런의 나라'는 K-아줌마 자매와 특이한 가족들의 때론 거칠면서도 때론 따뜻한 일상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특히 작품은 KBS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시트콤이다. 이에 김 감독은 "2023년부터 기획을 했다. 처음 생각한 건 우리나라 사람이 너무 경쟁에 매몰돼 있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며 "때문에 국민들이 편히 좀 쉴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 그러던 중 보니까 시트콤이 없더라. 그래서 어떤 시트콤을 할까 고민하다가 가족 시트콤을 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왜 시트콤이어야 했을까. 김 감독은 "시트콤이란 사랑스럽고 유치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작품도 마찬가지다.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인물과 에피소드가 등장하니 보면서 많이 웃고 행복했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감독이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배우'였다. 그는 "연기도 연기지만 코미디도 잘하는 배우가 필요했다"며 "좋은 배우들을 만나 힘든 촬영 일정 속에서 너무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다. 이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자신했다.
오나라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만 사는 엄마 오나라 역으로 분한다. 과거 비행운항 승무원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쓴 현란한 연애사가 있지만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남편을 위해 과거사를 꼭꼭 숨기는 인물이다.
오나라는 "시트콤을 만난 건 운명이다"라고 표현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내가 평소에도 시트콤적인 행동을 많이 하고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언젠가는 시트콤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때 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유진은 오나라의 동생 오유진 역을 맡아 K-자매의 코믹한 일상을 그릴 예정이다. 한국대 출신 요리 연구가지만 현실은 쿠킹 클래스에 출강하는 파트타임 강사다. 나라와 늘 티격태격 으르렁대지만 누군가 나라를 건드리면 앞뒤 안 보고 달려든다.
소유진은 "저희 아이들도 시트콤을 아냐고 물어보더라.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는데 친구들이 말해줬다고 한다"며 "특히 우리 작품은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 시트콤이지 않나. 그래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나라와 오유진의 아버지 오영규는 박영규가 연기한다. 딸들이 보기에는 한량 예술가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인물이다.
'순풍산부인과'라는 인기 시트콤을 이끌었던 그가 다시 한번 시트콤을 통해 안방극장에 웃음을 전달할 계획이다. 박영규는 "'순풍산부인과'가 벌써 27년 전 작품이다. 당시에는 장인어른을 외쳤는데 지금은 내가 장인이 됐다"며 지난 세월을 돌이켰다.
때문에 고민도 많았단다. 박영규는 "과연 그 긴 세월 속에서 내가 갖고 있던 코미디가 어떤 인생과 섞여서 어우러졌을지, 그리고 그 코미디로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을 기쁘고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영규의 우려와 달리 출연 배우들은 박영규에게 많이 기댔다. 오나라는 "선생님만 계셔도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촬영할 때마다 우리가 재밌다고 느끼는 만큼 과연 시청자들도 같은 걸 느껴줄지 궁금한데 선생님께서 중심을 잡아주니까 안심이 되고 든든하다"고 치켜세웠다.
이 외에도 서현철이 오나라의 남편으로 서현철로 분해 현재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의 원인을 추적한다. 오유진의 남편 송진우는 송진우가 연기한다. 아내에게 구박당해도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결국은 늘 웃는 일류다.
최예나는 이날 참석한 출연진 중 유일하게 가족으로 묶여 있지 않는 인물이다. 그가 맡은 구원희는 중산층 집안의 고명딸이었다가 아빠의 사업 부도로 한순간에 빚쟁이 길바닥 신세로 전락한다. 이후 혼자 남은 원희는 제 몸집만 한 콘트라베이스 가방에 모든 살림을 집어넣고 은밀한 기생충 생활을 시작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지상파 연기 데뷔에 나선 최예나다. 그는 "어렵고 무섭기도 했지만 촬영에 들어가면서 좋은 선배들을 만난 덕분에 선배들의 몰입한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며 "무엇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시트콤으로 데뷔할 수 있어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빌런의 나라'는 앞선 드라마 '킥킥킥킥'의 후속 작품이다. 배우 지진희와 이규형이 망가짐도 불사하며 열연을 펼치고 있지만 최근 시청률은 0.3%까지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이를 이어받는 '빌런의 나라'로서도 시청률에 대한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킥킥킥킥'이 성과가 잘 안 나서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며 "저조한 시청률이 공개된 다음에 촬영이 있었는데 모든 배우들이 긴장을 지나서 공포까지 느끼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청률에 대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나조차도 이 작품은 굉장히 긴장된다"며 "웃긴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또 웃긴 포인트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걸 맞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신 작품이 지닌 '공감'을 믿었다. 그는 "'빌런의 나라'는 이제는 가부장제가 끝났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어 여성 중심적인 시대적인 흐름을 맞추려고 하며 자매의 이야기를 그렸다"며 "이런 부분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안기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시트콤이 부활하기를 소망했다. 김 감독은 "산업적으로도 시트콤은 필요한 것 같다"며 "이 작품이 잘 되면 다양한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기고 제작사 및 방송사들도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오나라는 "요새 트렌드가 많은 분들이 시트콤을 '밥친구'로 보는 것이더라"며 "많은 분들이 시트콤을 그리워한다는 걸 느꼈다. 우리 '빌런의 나라'도 밥친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총 32부작으로 구성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빌런 가족 이야기 '빌런의 나라'는 오는 19일 밤 9시 5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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