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타고난 것들로 쌓아온 경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는 퍼포먼스에 대한 넘치는 의욕을, 두 번째 만남에서는 예상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연기 열정을 드러내며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겼다. 병행하면서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가수와 배우의 길을 우직하게 잘 걷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강찬희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고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찬희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극본 서은정, 연출 이광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2년 방송된 tvN '슈룹' 이후 오랜만에 배우로서 대중과 만난 그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남는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것부터 배우로서 그리고 있는 큰 목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6일 종영한 '춘화연애담'은 첫사랑의 아픔을 겪은 공주 화리(고아라 분)가 직접 부마를 찾겠다는 선언에 도성 최고 바람둥이 환(장률 분)과 1등 신랑감 장원(강찬희 분)이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청춘 사극이다. 이 가운데 강찬희는 동방국 1등 신랑감이자 엘리트 이장원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긴 여정을 마무리한 강찬희는 "좋은 선배님들, 감독님과 재밌게 찍어서 행복했고 많이 배웠다. 좋은 분들과 오래 했는데 이제 끝이라니까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장률과 한 시간 정도 통화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감정신에 잘 접근하게 된 일화와 에너지 넘치는 고아라 덕분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훈훈한 현장 분위기였음을 짐작게 했다.
강찬희와 '춘화연애담'의 인연은 과거 카페에서 그를 우연히 본 감독의 '같이 해보고 싶다'는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합류한 그는 "그때 저를 보시고 '이 시대의 밝고 건강한 청년'의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셔서 그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이장원과 많이 닮았을까. 이에 강찬희는 "솔직히 거의 없는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신경 쓰는 건 살짝 닮았다고 생각한다. 장원이가 힘들어도 옆에 남아서 도와주지 않나. 물론 저는 아직 그게 잘 안되지만 이런 부분이 조금은 닮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과에 장원 급제할 만큼 총명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이장원은 화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했음에도 공주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힘을 보태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강찬희는 깔끔한 비주얼과 예리한 눈빛으로 인물의 올곧은 신념과 우직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한층 성장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억울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캐릭터들을 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에도 부마가 되지 않아서 솔직히 힘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조력자로 남은 장원이가 매력적이고 멋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풋풋하고 귀여운 이미지였다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청년에 새롭게 도전해서 값진 경험이었어요. 지금 당장은 성숙해진 모습으로 인물들을 잘 표현하면서 이런 이미지를 굳히고 싶어요."
다만 '슈룹'에 이어 '춘화연애담'을 선보이게 된 만큼, 사극이라는 같은 틀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분명히 있었을 것. 이 같은 질문을 들은 강찬희는 전작에 대한 부담은 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슈룹'은 역사 고증이 된 정통 사극이라면 이번에는 가상의 시대가 배경이니까 자유롭게 연기했던 것 같다. 캐릭터도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고, 판타지 시대니까 딱딱한 느낌보다는 현대물의 느낌을 넣으면서 묵직하고 성숙하게 그려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현장에서 최대한 캐릭터 그 자체로 있는 편이라는 강찬희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태프들의 권유로 MBTI(성격유형) 검사를 다시 했고, ENFP가 아닌 INTP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된 일화를 꺼내기 흥미를 유발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지자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친한 동료가 촬영 전날에 뭐 하냐고 물어봐서 대본을 보고 있다고 했더니 '너 대본 안보잖아'라고 하더라. 남들이 봤을 때는 뭔가 안 하는 것 같은데 막상 하면 '왜 잘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왜 날 그렇게 생각하나 싶었다"면서도 "그런 말을 듣는다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확신의 T(이성적) 성향을 드러냈다.
2000년생인 강찬희는 2009년 MBC '선덕여왕'으로 아역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여왕의 교실' '시그널' 등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다가 2016년 그룹 SF9으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SKY 캐슬' '여신강림' '이미테이션' '슈룹', 영화 '썰'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등을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고 그룹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배우이자 가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일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동시에 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음악 방송을 끝내고 감정신을 찍고,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곧바로 콘서트를 하는 등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부담될 수밖에 없는 일정을 차질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던 때를 회상한 강찬희는 "솔직히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된다는 건 되게 어려운데 아쉬움과 뿌듯함이 공존해요. 물론 둘 다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함도 있죠. 하지만 이런 일이 저에게만 있는 건 아니니까 더 잘 해내고 싶어요. 주어진 상황에 깊게 빠지기보다 일단 버티고 이겨내려고 해요. 친구들한테 힘을 받고 멤버들도 잘 챙겨줘서 잘 해내는 것 같아요. 또 취미를 가지면 좋다고 해서 여름에 복싱하고 겨울에 보드를 타고요."
11일 새 미니앨범 'LOVE RACE(러브 레이스)'로 컴백하는 강찬희는 신보와 관련된 이야기도 짧게 꺼냈다. 지난해 8월 미니 14집 'FANTASY(판타지)' 발매를 앞두고 <더팩트>와 만나 퍼포먼스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내비쳤던 그의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만큼, 신보를 통해 이 같은 갈증이 해소됐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강찬희는 "가수의 꿈을 키웠던 건 춤 때문이었으니까 춤과 관련된 무대에 서면 너무 행복하다. 신곡은 퍼포먼스 위주의 곡인데 갈증이 해소된 정도가 아니라 배가 부르다"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춘화연애담'으로 2025년을 뜻깊게 시작한 강찬희는 SF9의 멤버로서 컴백 활동에 돌입하고, 4월 9일 개봉하는 영화 '귀신들'로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메소드 연기'도 개봉 예정이며 차기작도 보고 있다고.
이렇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수이자 배우로서 바쁜 시간을 보낼 예정인 강찬희는 "멤버들이랑 팀 활동을 연말에도 하게 될 것 같다. 늘 저의 새해 목표는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라서 작년보다 한층 더 성장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이코패스 역할도 해보고 싶고, '슈룹' 때 칼싸움을 해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제대로 된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또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도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내는, 제가 안 보이고 그 캐릭터가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혼자서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취나 결과가 있으면 더 좋잖아요. 그런 부분이 작년과 올해 나타나고 있어서 제가 걷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쭉 걸어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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