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가 마지막 공연을 예고했다.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후배들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무대다.
이미자가 5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스탠포드호텔에서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개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미지는 후배 가수인 주현미 조항조와 함께 참석해 "전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가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며 "공연도 마지막이고 앨범도 이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우리 전통가요의 뿌리를 잊지 않아야 하고 이어갈 수 있는,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연구를 많이 해왔지만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며 "그럴 때 이런 무대가 마련돼서 이렇게 든든한 후배들을 고르고 골라서 전통가요의 맥을 대물림해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매우 행복하고 기쁘다"고 이번 공연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주옥 같은 노래인 전통가요가 사라지지 않고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래서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과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제작자가 있기 때문에 마음 놓을 수 있다. 내가 그냥 혼자서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맥이 끊길 줄 알았는데 이을 기회가 왔다. 그렇다면 이 공연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거듭 말했다.
1941년생으로 올해 84살인 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했고 1964년 '동백아가씨'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여자의 일생' '저 강은 알고 있다' '그리움은 가슴마다' '기러기 아빠' '황혼의 블루스' 등으로 많은 이들을 위로했고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중 가수 최초로 문화예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 수훈자다.
이미자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분들, 자식에게 배움을 주기 위해 먹여 살리기 위해 달리시며 애쓰신 그 고통, 노래들을 들으면서 울고 웃고 위로 받던 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전통가요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그 노래가 사라지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서 많이 힘들었다. 질 낮은 노래라며 소외받은 기억도 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려웠을 때의 그 노래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대에 설 수 있는 동안만이라도 이 노래는 이렇게 불러주시고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무대에 더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때 이 공연 얘기가 나왔다.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공연을 하고 끝나는 구나' 하는 행복한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미자는 오는 4월 26일, 27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이미자가 전통가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무대로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줄 주현미 조항조와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1981년 MBC '강변가요제'로 데뷔한 주현미는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전통가요 1세대 선배님들이 생존해 계셨다. 선배님께서 전통가요 공연을 해야겠다면서 절 지목해 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노래하고 있는 전통가요에 의미가 커졌다고 생각한다. 그 역사를 이어가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무대 멋지게 꾸밀 생각"이라고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조항조는 "선배님께서 맥을 이을 수 있는 후배로 저를 선택해 주셨는데 제가 과연 그런 자격이 있을까 싶다.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뒤를 따르고 물려주신 뿌리 깊은 전통가요의 맥을 잇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항조는 1978년 '서기 1999년'의 리드보컬로 데뷔했고 이후 코리아 환타지 리드 보컬을 거쳐 1990년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자는 '맥(脈)을 이음'에서 66년 가수 인생을 함께해온 명곡들을 생생한 라이브로 선사한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으로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66년의 세월을 되돌아본다. 대표곡 '동백 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 등의 협업 무대를 비롯해 전통가요 듀엣 무대와 세대별 감성 무대로 공연을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이미자는 "은퇴라고 말을 하지 않는 건 맥을 이을 분들이 또 후배들에게 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을 거고 조언이라도 해줄 자리가 있다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에서도 주현미 조항조 씨 말고도 이들이 또 대를 물려줄 수 있는 후배 가수를 섭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현미는 "선배님이 저와 조항조를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한편으론 부족한 점이 참 많은데 부끄러웠다. 더 열심히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큰 전환점이 돼서 전통가요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위로였는지를 일깨우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공연의 취지와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티켓은 오는 6일 오후 2시 티켓링크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가 시작된다.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